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4호 나와
“엄마, 나한테 죄의식 느끼게 하지마!”

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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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주(이하 서): 애들이 게임을 많이 하나요?
최선희(이하 최): 초등학교 6학년인 상휘가 하루 2시간 이상 ‘이성을 잃은 채’ 게임을 하고, 큰애 아람이는 가끔 채팅을 해요.

서: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고있는 애들을 보면 어떠세요?
최: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 상반된 두 가지 마음이 다 있어요. 게임 하느라고 공부 제대로 안하고, 사람 죽이고 싸우고 쓰러뜨리는 내용 때문에 걱정되는 마음도 있지만, 가끔 ‘3살 짜리 애가 마우스를 움직이고 게임도 해요’하고 자랑하는 부모들도 만나요. 컴퓨터문화를 받아들이고 따라가는구나 싶어서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있는 거죠. 아람이가 영화 ‘배틀로얄’에 나오는 캐릭터의 옷을 샀었는데, 한 번 입고 인터넷 카페에서 팔더라구요. TV나 주위에서 말로만 듣던 걸 ‘애들은 정말로 하고 사는구나’싶어서 신기하더라구요. 그래도 하루 2시간씩 365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더 많이 돼죠.

서: 그럼 게임하고 인터넷하는 아이들한테 어떤 특별한 방법들을 쓰세요?
최: 다른 부모들과 다르지 않아요. 게임을 못하게도 하고, 컴퓨터를 못 켜게도 하고, 차단 소프트웨어도 깔아보고, 딴 일에 관심 갖도록 회유책도 쓰고, 질리면 그만할까 싶어서 그렇게도 해봤지만... 결국은 게임으로 돌아가더라구요. 별 소용이 없었어요.

서: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요?
최: 저 초등학교 때는 고무줄놀이, 공기, 축구 같이 애들이랑 밖에서 놀았거든요. 근데 게임은 그런 놀이보다 몇 배는 더 감각적이고 자극적이잖아요. 제가 보기에도 훨씬 재밌을 것 같아 보여요.
그런데다 요즘 애들은 같이 놀 친구도 많지 않잖아요. 상휘는 학원에 안다니니까 놀 친구가 많지 않은데, 게임은 혼자서도 놀 수 있거든요. 학교에서도 게임을 모르고는 친구들이랑 대화를 할 수가 없대요.

서: 무조건 반대하고 못하게 하는 건 그렇지만, 나름대로 대책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최: 아이들의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게임을 할 줄은 몰라도 내용은 알아야하고, 물어보고 이야기하면서 풀어야죠.
가끔 상휘가 게임 할 때, 옆에서 네가 사람을 죽이는 거라는 이야기를 하면 저한테 신경질 내면서 그래요. ‘죄의식 느끼게 하지 말라’고. 마음에 걸리기는 하나봐요.
하지만 게임을 아는 사촌형이나 친구를 만나면 ‘통한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게임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애들보다 많이 알아서 제압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지만, 체계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서 아주 기초적인 걸 모를 때도 있어요. 솔직히 게임을 반대하는 여론은 많지만, 게임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막연한 거지. 학부모들이 게임을 제대로 알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 게임이나 인터넷의 긍정적인 부분은 없을까요?
최: 아람이가 채팅을 가끔 하는데, 내가 옆에 있으면 싫어해요. 하지만 채팅을 하고 나면 저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제가 다 못 들어줘서 그렇지. 또 인터넷을 통해 옷을 판다고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스캔을 받고 하는 걸 보면 신기해요. 아이들의 요구가 구체적으로 생겨나니까요. 어찌됐든 아이들의 관심의 영역이 다양해지니까 그런 면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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