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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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대통령과 정보인권

강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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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흔히 '인터넷 대통령'이라 불린다. 그 자신 인터넷을 즐겨한다고 알려져 있고, 또 인터넷이 그의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사실 노무현대통령은 평소에 인터넷을 아주 유용하게 써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도 그는 자신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가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곤란을 겪자 인터넷에 해명하는 글을 직접 올리는 기민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런 모습이 과연 인터넷문화의 바람직한 발전에 기여할까?
요즘 TV에서는 노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인터넷을 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그야말로 인터넷대통령의 모습 그것이다. 이 이미지는 그의 뛰어난 정보기술 활용능력과도 일치한다. 자기 후원회장이 의혹을 받자 대뜸 인터넷으로 지원사격을 한 것도 그런 이미지의 연장이다. 하지만 우리가 갖는 의문은 왜 노무현씨는 인터넷문화의 베테랑임을 자랑하면서 정보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일까 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에게는 '인터넷대통령' 이외에 '인권변호사'라는 전력이 따라 다닌다. 그 자신 80년대의 민주화 운동, 6월 항쟁을 통해 정치적으로 성숙했다는 말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보인권에 치명적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즉 '네이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은 네이스 도입에 저항하는 전교조 교사를 몇 명까지 자를 수 있겠느냐는 망언이었다.
인터넷 잘하는 대통령을 가진 한국의 정보인권은 지금 최악의 상태이다. 개인의 정보가 수시로 빠져나가 사생활의 뒷덜미를 잡는 일이 예사다. 학생들의 생활 및 성적 기록, 환자들의 진료기록은 물론이고 네티즌들이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며 내준 개인 정보들이 누출되고 있다. 이 모두 정보를 인터넷대통령처럼 기술 활용의 관점, 산업발전의 측면에서만 본 때문은 아닐까?
오는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UN 주최의 '정보사회 세계정상회담'이 열린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회변동 등 세계 각 국 상황을 점검하고 바람직한 정보사회를 만들기 위한 준비 회의로서 2005년 튀니지에서 열릴 2차 '정보사회 세계정상회담'에서 채택할 선언문을 기초하는 것이 목적이다. 노 대통령이 이 회의에 참석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그가 정보산업론자, 정보기술활용론자로서 회의에 참석할 경우 한국정부는 정보인권의 증진보다는 후퇴에 기여할 공산이 크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지금 자체적으로 정보사회 정상회담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정보사회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 선언문'을 마련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정보를 기술과 산업 발전, 행정 효율과 경제적 이윤 창출의 기회로만 보지 않고 인권의 관점에서 보는 사회적 태도가 형성되어야 하겠다.
{네트워커}의 재창간이 인권, 평화, 민주주의, 사회 정의, 인간 계발, 그리고 지속 가능성에 기반을 둔 정보사회를 만드는 데, 정보인권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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