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4호 여기는
네트워크 시대 기업의 사회적 역할

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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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사례는, 상업적 주체가 주도하는 사회 변혁이 어떤 순작용과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MS는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네트워크 혁명을 가속화하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MS의 막강한 지배력과 통제력, 정보수집력은 사회 문제로까지 거론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 간의 경쟁 구도를 심각하게 파괴, 결과적으로 미래 네트워크 사회를 만드는 건강한 추진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MS의 운영체계 ‘윈도’ 중심 전략은 품질력을 바탕으로 소비자 만족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건강한 경쟁 구도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인터넷 브라우저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와 ‘익스플로러’간의 경쟁에서 넷스케이프가 전멸한 사례, 미디어 플레이어 소프트웨어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와 맞붙은 ‘리얼 미디어’의 참패 사례 등은, 플랫폼을 장악한 MS 중심 구도 하에서 기업의 창의력과 품질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 논리가 이미 무의미함을 알 수 있다.

2001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윈도XP에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인 MSN 메신저를 탑재하는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상 불공정 거래 행위 혐의를 제기하며 판매 금지 소송을 낸 바 있다. 직접적으로는 메신저 시장에서의 공정 경쟁 침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 혁명을 이끌어왔던 기업의 건강한 체력이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법원은 이 건에 대해 판매금지처분 기각 판결을 내렸다. “끼워팔기가 영업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구제수단으로서의 금전배상이 아닌 판매금지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요지였다. 법리는 그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MS의 경쟁 침해 관행은 피해 기업에 대한 금전 배상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기회의 파괴라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네트워크 시대에 기업이 지는 사회적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업의 경쟁력은 네트워크 시대를 만들어 가는 힘이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규명이 미래 사회에 대한 결정력을 갖는다. MS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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