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4호 Network+Art
블린켄라이트(Blinkenlights)!!
Chaos Computer Club의 재밌는 놀~이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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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os Computer Club(이하 ccc)’은 무려 20년이 넘은 독일 해커모임입니다. 이들의 모임의 목표가 관공서나 은행을 해킹을 하거나 무해한 바이러스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어지럽게 만드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들은 컴퓨터라는 매체를 통해 미디어의 기능을 향상 및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은 정부기관과 대기업은 물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열린 정보사회를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지난해 있었던 ‘블린켄라이트(Blinkenlights)’ 프로젝트는 대단히 즐거운 행사라 생각되어 여러분에게 소개하려 합니다.

이 행사는 지난해 파리의 프랑스 국립도서관 빌딩에서 이루어졌는데, CCC의 탄생 20주년을 기념해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이루어졌던 행사의 후속 프로젝트입니다. 이 행사는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 있었던 프로젝트의 첫 해외 나들이입니다. 그리고 프랑스 국립도서관 빌딩의 창(가로 20개, 세로 26개의 창문, 3370㎡)들을 대형모니터로 만들어 일반 유저들이 제작한 이미지들을 전시했다고 합니다. 대단히 재미있지 않습니까?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문화에 대한 수용력도 대단하며, 우리에게는 어두운 이미지로 가득 찬 해커집단에 대한 사회의 수용력도 대단합니다!! 갑자기 생각이 나는데, 몇 년 전 내가 근무했던 미술관에서 모 도서관 기념행사로 미술전시를 하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도서관측에서 원했던 격이 있는 미술품과 관장의 수직적인 권위에 그만 무릎을 꿇어버린 적이 있었지요.(잊고 있었는데 다시 떠올리니.... 조금 기분이 T.T ) 그리고 해커문화가 아직은 척박한 우리에게 그들이 보여주는 신선한 놀이는 우리의 해커문화에 좋은 자극이 될 듯합니다.
이 행사에 전시된 이미지들은 이모티콘, 애니메이션, 게임, 심지어 연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폭넓은 내용들을 선보였고 행사기간 중에는 핸드폰을 이용해 고전게임이라 불리는 테트리스, 퐁, 팩크맨 등 다양한 게임을 했다고 합니다. 만약 도서관에 창들이 많았다면 고전게임이 아니라 최신게임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도서관 빌딩 벽을 모니터로 사용하며 게임을 하는 기분이란... 대단히 근사해 보입니다. 공기가 탁한 실내에서 작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게임을 하는 것보다, 탁 트인 곳에서 시원한 바깥 공기와 음료수를 마시며 게임을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경험을 주었을 겁니다. 그리고 게임뿐만 아니라 이모티콘, 애니메이션, 러브레터를 대형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은 조금은 생소하지만 역시 즐거운 경험이였을 겁니다.

유저들의 재미있는 놀~이

블린켄라이트(Blinkenlights) 프로젝트 중 ‘Blinkenlights Art & Beauty Contest’라는 행사를 통해 유저들은 다양한 이미지를 제작해 봄으로써 보다 쉽게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블린켄라이트 갤러리(Blinkenlights Gallery)’를 통해 유저들의 작업이 도서관 벽면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전시되었으며, 콘테스트를 통한 응모작중 최우수 작품을 선정해 ‘transmediale. 02 Media Art Festival’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블린켄라이트 갤러리에서 선 보였던 유저들의 작업들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는데, 마치 픽셀 아트(Pixel Art) 전시를 보는 듯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웹이나 핸드폰을 통해 보는 놀라운 픽셀 아트에 친숙해져서 블린켄라이트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작업들이 어쩌면 시시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분명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픽셀 아트는 달콤한 자본 콘텐츠가 우리를 유혹하기 위해 제작되는데 반해 블린켄라이트 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 유저들의 작업은 순수 동기가 부여된 창작물로서 그 의미가 분명 다르기에 가치가 남다른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들의 작업에는 나름대로의 시나리오도 있고, 개인적인 메시지서부터 사회적인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분명한 작업의도를 밝히고 있기에 자본콘텐츠가 생산해내는 이미지들과는 분명한 차별을 두고 감상해야 할 듯합니다. (현재 사이트에 유저들이 제작한 이미지들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유저들이 ‘Blinkenlights Art & Beauty Contest’를 참여하기 위해서는 ‘Blinkenpaint’ 또는 ‘Blinkentools’를 사용해야하는데 이 두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사이트에서 다운 받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은 매우 간단해서, 마치 그림 그리는 것처럼 쉽게 되어있어 유저들이 프로그램에 대해 부담감 없이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쉬운 프로그램을 이용하며 이미지나 러브레터를 제작해 친구에게나 연인에게 보여줬을 땐 얼마나 즐거웠을까요? 러브레터나 이미지들을 만들면서 유저들은 미디어에 대한 개념과 기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고 보다 발전된 미디어 접근을 염두에 둘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해커들 몇 명이 만든 행사는 분명 아닙니다. 미디어 생산자, 사용자 그리고 예술가들이 준비한 것으로 기획, 컨셉, 제작 등을 공동으로 준비했으며 이들의 작업이 그들만의 즐거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CCC의 기본취지인 열린 정보사회를 위한 미디어의 기능을 향상 및 확산시키는 것을 구현한 것입니다. 이들의 즐거운 놀이에는 분명 남다른 점들이 있는데, 그것은 경직된 놀이 혹은 강요하는 놀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분명 그 놀이에는 가벼운 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속에 매우 중요한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을 다시금 전달하는 데에 그들의 힘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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