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6호 기획 [브라질의 보편적 서비스, 텔레센터]
텔레센터로 네트워크 접근권을 해결한다
브라질의 성공적 텔레센터 건립…지역 공동체의 요구에 부응하느냐가 관건

오병일  
조회수: 3008 / 추천: 56
네트워크의 보급 정도를 밝기로 나타낸 세계지도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의 편중 현상이 얼마나 심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가 이용하는 인터넷 속도가 선진국의 한 대학이 쓰고 있는 인터넷 속도 수준이며, 이들 저개발 국가,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아직 전화망조차 제대로 보급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마치 국제항공 노선처럼, 인터넷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도를 통해 우리는 사이버 스페이스의 모든 길은 미국으로 통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

이와 같은 정보 불평등의 해소는 올해 12월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의 핵심 쟁점 중의 하나이다. 물론 여기서 정보 불평등은 국제적 차원에서의 문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지역적, 성별 등 다양한 사회적 조건에 의해 나타나는 국내적 정보 불평등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개발도상 국가로서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확충해야할 과제와 함께,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주민을 위해 특별한 지원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보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 정책을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 혹은 ‘보편적 접근(Universal Access)’이라고 한다.
원래 보편적 서비스는 전화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의미하는 개념이었는데, 다양한 정보통신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그 의미가 확대되게 되었다. 또한 서비스 제공자의 관점이 아니라, 공공 정책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용어로 ‘보편적 접근’ 혹은 ‘공적 접근(Public Access)’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브라질, 지역주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텔레센터 건설해

텔레센터(Telecenter)는 ‘지역 공동체가 전화선이나 인터넷 등 정보통신 시설에 접근하기 위한 공동의 공간’으로써 보편적 접근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텔레센터가 단지 망에 대한 접근만을 제공하는 공간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 텔레센터는 지역 주민들을 교육시키거나, 다른 정부 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혹은 지역의 정보가 교환되거나 생산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텔레센터의 형태가 고정된 것은 아니다. 텔레센터의 운영 주체나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며, 그에 따라 텔레센터의 역할이 달라지기도 한다. 크게 구분해보자면, 상업적 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형태, 학교나 도서관 등 공적 기관에 의해 운영되는 형태,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형태, 지역 사회단체나 지역 공동체에 의해 운영되는 형태 등이 있을 수 있다.
상업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텔레센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PC 방 혹은 사이버 카페이다. 이는 어떠한 정부 보조금이 없이도 운영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으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지원 역할은 미약하다.
이에 반해 사회단체나 지역 공동체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 지역의 소외된 계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질 수 있다. 다만, 대부분 정부나 재단 등 외부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정성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다.
실제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텔레센터 설립을 추진했으나 대부분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실패의 원인이 재정적인 문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보통신연합 APC의 활동가인 클레어는 남아공의 실패원인을 ‘지역 공동체의 요구에 맞추지 않고, 상명하달식으로 일방적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브라질의 텔레센터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비록 정부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에 의해 설립되었지만, 그 운영은 공동체의 요구와 자율에 맡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한국, 그러나 접근권 문제 남아있어

한국의 경우도 90년대 중반에 정부에서 지역정보센터 설립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실패한 프로젝트가 되고 말았다. 남아공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구체적인 현실에 근거하지 않고 정보화 열풍에 편승하여 일방적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인터넷 이용률은 선진국 수준으로,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1위의 수준으로 도약했다. 또한 지역 어느 곳에서나 PC방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보편적 접근’의 문제는 이제 거의 해결된 것일까?
한국은 분명 해외에서 부러워할 만한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PC방과 초고속 인터넷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인터넷 이용에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는 가난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이용이 더욱 확산될수록 이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오히려 더욱 커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듯이, 정보 불평등의 해소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어떠한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고, 그러한 조건이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정보 불평등의 해소는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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