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6호 사람들@넷
작전명 P, ‘평화바이러스’를 유포시켜라!
이라크 파병 막을 평화바이러스 진원지 ‘p-virus’ 관리자 김동현씨

김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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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평화바이러스
p-virus는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사이트로, 이들의 무기는 평화바이러스다. 이라크 파병을 찬성하는 사람들이나 이를 추진하는 정부 각료의 마음속에 각종 평화바이러스를 침투시켜, 이라크 파병을 막겠다는 것이다. 동참을 원하는 네티즌들은 p-virus에 있는 1호부터 5호까지의 작전을 수행하면 된다. 어려울 건 없다. 각종 사이트나 게시판에 평화바이러스를 유포시키는 것이 바이러스 감염자의 역할이다.

평화바이러스 유포작전

p-virus는 그동안 다섯 번의 평화바이러스 유포작전을 실행했다. 그 중 가장 활발하게 작전을 펼친 것은 정부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발표한 때였다. p-virus 감염자들의 폭발적 작전수행으로 인해 하루에도 서너 차례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유포작전에 사용된 1호 바이러스는 ‘한국인에게 보내는 이라크인의 편지’였다. 실제로 지난 10월 7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보내온 이라크인의 편지를 가지고 플래시를 제작한 것이다. “나는 한국의 군인들이 ‘평화의 이름으로’ 이라크에 올 것을 알기에, ‘폭력으로 만들어지는 평화가 존재합니까’라고 묻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이라크인들이 한국의 파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리자는 의미였다.
‘이라크 파병반대 온라인 1인 시위’는 배너달기 바이러스로 평화바이러스 유포작전의 가장 큰 성공작이다. 온라인 1인 시위는 각종 단체, 학교, 인터넷 카페, 개인 등으로 퍼졌고, “ooo도 함께 합니다”라는 등의 리플이 150여 개나 달릴 정도였다. “oooooo는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좋아 죽겠어요”라는 리플이 있는가 하면, 한 초등학생은 “힘내세요, 나쁜 아저씨 대통령 혼내주고 싶어요”라는 깜찍한 리플도 달았다.

직접적인 네티즌 행동은 아직 미지수

3호와 4호 바이러스는 플래시로 만들어졌는데, 클릭하면 청와대 게시판으로 옮겨가도록 만들어졌다. 네티즌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파병반대 글을 남기도록 유도한 것이다. 특히 김동현씨는 3호 바이러스를 통해 대통령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담았다고 한다. “미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미선이·효순이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못하고 돌아온 걸 생각하면, 아직도 열불이 터진다.” 그래서 김씨는 10월 21일 홍콩 한미정상회담에서만은 국민의 파병반대 의사를 확실히 전달할 것을 주문하는 플래시를 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의 바람은 헛된 것이었다. 결국 ‘국민의 의견을 묻겠다’던 정부가 추가파병을 발효한 이후, 네티즌의 분노를 보여주자는 내용을 담은 4호 플래시가 만들어졌다.
1호와 2호 바이러스는 감염된 네티즌이 다른 사이트에 바이러스를 유포시키는 수동적인 작전이었다. 반면 3호와 4호 바이러스는 네티즌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3호와 4호 바이러스는 이전에 비해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김씨는 “네티즌들이 직접 실천을 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자신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남겨졌다고 말했다.

평화바이러스 유포작전은 계속 된다!

펌글 바이러스인 5호는 평화네트워크에서 나온 것으로, 10월 25일 ‘이라크 파병반대 범국민행동’ 집회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는 글이다. “내가 제작한 플래시로 피켓을 만들어 가지고 나온 사람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김씨 역시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현재 제작중인 평화바이러스 6호는 ‘80년 광주와 2003년 이라크는 너무 닳아있습니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학살이 무엇인지 아는 국민입니다’로 시작되는 플래시는 지난 1980년 광주의 참상과 2003년 이라크의 참상을 비교하는 것이다.
김동현씨는 “현재 구상하고 있는 건 ‘미선이·효순이의 편지’라는 바이러스고 이외에도 다양한 바이러스 유포작전을 통해 파병반대 활동을 계속하겠다”며, 바이러스 유포작전을 통한 파병 반대활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인터넷은 사람을 조직할 수 있는 공간”

김동현씨가 민중·진보진영의 활동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02년부터다. 미선이·효순이를 추모하는 촛불시위 때 표현된 대중의 힘과 폭발력을 보면서이다. 그는 “인터넷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또하나의 길”이라며 “오프라인에서처럼 집단을 형성하지 않아도 사람을 조직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이런 고민들을 온라인에서 전개시킨 것이 바로 ‘p-virus’다. 친구들과 이라크 파병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라 혼자 사이트를 기획하고 곧바로 문을 연 것이다. 김씨는 “지금은 혼자서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7명과 함께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p-virus의 운영진은 특별한 자격요건 없이 홈페이지의 ‘운영진 할래요’에 신청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김씨는 현재 학교를 휴학하고 민주노동당 중앙당 학생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파병반대학생대책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미 우리사회는 미선이·효순이를 추모하는 촛불시위 등으로 인터넷을 통한 운동의 힘을 경험했다. 김동현씨의 p-virus 역시 인터넷을 이용해 이라크 파병 반대라는 현실운동을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인터넷이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써 p-virus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p-virus’를 막을 백신은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평화바이러스에 감염되는 행복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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