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6호 여기는
부모동의는 뒷전 아이들을 유혹하는 전화결제시스템
통신보호위원회 게임업체 14곳에 시정명령… 부모동의는 필수

김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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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기독교윤리실천운동
지난 11월 10일 통신위원회(이하 통신위)는 미성년자 통신결제 문제로 엔씨소프트 등 14개 업체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미 지난해 시정조치를 받은 바 있는 넥슨에 대해서는 2천 4백만 원의 과징금을 징수했다. 통신위는 “온라인게임업체들은 미성년자의 통신결제를 받기 위해서 팩스,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사전에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사전동의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사후에라도 요금결제 사실을 명확히 알리고 동의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형식적 부모 동의 절차가 문제

인천에 사는 A씨는 지난 10월 전화결제로 546,000원을 사용한 청구서를 받았다. A씨의 자녀가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A씨의 전화를 이용해 게임요금을 결제한 것이다. 서울에 사는 K씨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평소 5만원 정도에 불과하던 전화요금이 60만원 가까이 청구된 것이다. K씨의 아들이 K씨의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를 업체에 알려주고 통장자동이체를 이용해 온라인유료게임을 한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아바타를 구입하거나 온라인유료게임을 하면서 이용요금을 유선전화(ARS)나 휴대폰으로 결제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요금지급에 대한 부담 없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선불충전 방식과는 달리 핸드폰이나 무선전화에 덧붙여져 후납으로 요금이 청구되기 때문에 부모들은 전화요금청구서를 받아보고 나서야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온라인 업체의 형식적인 대금결제 때문이다. 현행 민법상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는 반드시 법정대리인인 부모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온라인게임업체들이 이용료를 부과하면서 부모동의 여부는 형식적 절차로만 밟을 뿐 실질적인 확인은 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통신위에 접수된 온라인 게임관련 민원을 보면, 2002년 9월말에는 전체민원 중 2.9%인 234건에 불과했으나, 올 2003년 9월말에는 작년의 10배 정도에 달하는 23%로 2,043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머니와 현금결제의 차이 모르는 아이들 심리 악용

지난 6월에 자살한 초등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5개월 동안 온라인게임업체의 아바타 구입에 사용한 돈이 1백7십만 원이었지만, 그동안 부모는 한번도 업체로부터 확인전화를 받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미성년자 통신결제 문제만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온라인 접속 전반에 대한 부모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온라인유료정보를 이용할 때 반드시 부모의 허락을 받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충동적으로 이뤄지는 전화결제문제를 교육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온라인게임업체들은 매출에만 관심을 쏟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또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다.
<인터넷한겨레>의 한 독자는 독자투고란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들은 사이버머니와 현금결제의 차이를 잘 몰라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악용한 것”이라며, “해당 사이트와 통신사 쪽에서는 전화요금으로 부과되는 이용료와 수수료만 꼬박꼬박 챙기고 있으니 분통이 터진다”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전자신문>의 한 독자도 “사이버상의 분신인 아바타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다”며, “피해예방을 위한 아바타 판매업체와 정부당국의 실효성 있고 적극적인 조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는 미성년자들은 늘어나고 있으나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통신결제 적극적 노력과 지속적 관심 필요

반면 온라인게임업체들은 전화결제대행업체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결제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 미성년자 통신결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온라인업체들의 반응은 내용의 정당성을 떠나서 듣는이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온라인업체 스스로 시스템 교정·보완하는 노력도 없이 전화결제대행업체에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사이버머니의 현금충전방식이 아닌 마일리지 방식을 도입하거나, 선불식 충전방식이 아니라 정액제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 등의 개발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아바타나 게임아이템을 사는 등의 상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사전 동의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관해서는 아직 명확한 방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청소년 거래절차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며 “연구결과가 나오면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이하 연맹)의 상담 건수 분석에 따르면, 미성년자 통신결제방법 중 유선전화를 통한 결제가 전체의 63% 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맹측은 “(무엇보다) 유선전화 결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연맹은 “인터넷 게임 이용약관 검토 및 표준 약관 마련과 미성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제수단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미성년 자녀의 인터넷 사용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성년자 통신결제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은 언제쯤이나 마련될까. 조속한 해결책마련을 위해 온라인게임업체, 정부, 시민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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