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7호 http://
올해는 끔직한 일들만 막을 수 있어도...

서현주  
조회수: 3210 / 추천: 37
올해는 제발 끔직한 일만 일어나지 말아라.
년초만 되면 모두 희망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다. 개인은 개인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매년 장미빛 청사진을 개보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청사진이든 뭐든 다 필요 없다. 그저 제발 끔직한 일만이라도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2003년은 기억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구나 기억하는 몇 가지 사실들이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한국의 파병, 목숨을 건 노동자들의 싸움, 생존권 위협으로 인한 자살과 가족살인... 말로 하라면 읊어대기도 숨이 찰 정도다.

그때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분노를 표출했고, 여기저기 게시판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그속에 담긴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우린 절대 불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그런 사태가 발생할 시에는 곧바로 응징에 들어갈 것처럼 보인다. 네티즌은 인터넷이라고 하는 가상공간에서는 언제나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다. 미국은 유유히 이라크를 유린했고, 대한민국 국회는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가결시켰다. 노동문제는 풀리지 않았고, 여전히 노숙자는 늘어만 가고 있다. 결국 이 끔직한 일들을 막아내는데는 무력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정보통신단체에 몸담고 있지만, 우리의 운동이 과연 어떤 좋은 세상을 지향하는지, 그런 세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아직껏 확신이 없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더 끔직한 일들을 막아내기 위해 애써온 전적도 있다. NEIS 반대운동에서 보여주었듯이 모든 사람의 정보를 종합관리하려는 시도룰 정말 힘겹게 저지시켰거나 지연시켰다. 그럼에도 아직은 이렇게 끔직한 일들을 막아내는 일마저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보인다.

올해에도 상상만 해도 끔직한 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미국에서 부시가 당선되고,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총선에서 부패·정략정치인들이 대거 재선되면서 정치개혁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서민들의 삶도 더욱더 벼랑끝으로 밀려나고...
해서 올해는 네티즌들이 이런 끔직한 일들을 막아낼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네티즌들이 미국의 가상공간으로 벌떼처럼 몰려가 부시를 낙선시키고, 한국유권자들의 방방을 찾아다니며 부패 정치인들을 낙선시켜, 제발 꼴불견 정치인들을 두 번 다시 보지 않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제발 끔찍한 일들만 막을 수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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