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8호 기획 [노사문제 일으키는 ERP]
노조와 협의 없이 도입되는 ERP 노사갈등을 부른다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ERP… 대교노조, ERP 폐지 싸움에 돌입

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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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전사적 관리시스템(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이하 ERP) 도입이 확산됨에 따라 노조와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기업이 ERP를 회사의 필요에 따라 일방적으로 구축하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RP도입과 같은 문제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변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는 노조와의 협의사항이다. 그러나 회사가 경영과 이윤추구에 맞춰 일방적으로 ERP를 설계하고 강제함으로써 노조와의 마찰이 불가피해 지고 있는 것이다.

노조와의 사전협의 전혀 없어
1월 10일 보라매공원 근처에 위치한 (주)대교 본사 앞에서는 ERP도입에 반대하는 집회가 있었다. 대교가 지난 2년간 준비해온 ERP를 일방적으로 교사들에게 강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교는 일부 지점과 교사들을 통해 테스트 과정을 거쳐 2004년 1월부터 전교사에게 확대했지만,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로 인해 입력이 지연되거나 시스템 불안으로 기존의 서류작업과 ERP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후 5월부터는 ERP의 전면적 도입이 추진되고 있어 대교노조가 완전철폐를 위한 반대투쟁에 나선 것이다.

대교측은 ERP를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지난해 10월에서야 교사들에게 언급했으며, 11월부터는 교사들을 상대로 입력교육을 진행해 왔다고 한다. 당연히 교사들과의 협의과정은 없었다.

입력시간 3~4시간, 교사들의 업무만 늘어나
대교 ERP의 경우, 노조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는 문제점 외에도 ERP를 도입함으로써 교사의 몫으로 떨어지는 업무증가나 개인정보보호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작년까지 교사들은 가정방문을 통한 수업에만 전념하고 기타 서류작업은 사무실의 직원들이나 파트장이 맡아서 처리하는 구조였다.

학습지노조 대교지부의 사무국장은 “학습지교사들은 아이들의 집으로 방문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업무를 끝내는 시간은 개인별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0시경”이라며 “ERP도입으로 하루 3-4시간을 입력에만 치중해야 하고 이전에 서류로 내던 진도그래프나 휴회사유서, 전·출입과 형성평가 등을 교사가 직접 입력해야 하는 업무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가 전화로 처리하던 것을 ERP도입 후 그날그날 입력하게 된 것이다. 결국 회사가 고용한 직원들이 작성하던 업무가 ERP도입으로 학습지 교사 개개인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외에도 교사들의 ERP에 대한 이해나 접근방법도 문제가 되고 있다. 회사는 지난 10월과 11월, 2달에 걸쳐 ERP활용과 입력에 관한 교육을 실시했지만, 컴퓨터나 정보통신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이로 인한 입력지연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습지 교사들의 업무 특성상 수업이 없는 아침이나 밤시간에 대교ERP에 접속해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간대에 접속자가 너무 많아 서버가 다운되거나 실행이 늦어져 심한 경우 한가지 사항을 입력하는데 3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ERP 실시 후 1월 16일까지 시스템문제로 인해 마감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의 설명이다.

PDA에 위치추적시스템까지 장착할 예정
회사측은 ERP의 도입 외에도 교사들에게 PDA를 이용하게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대교 ERP와 PDA를 연결해서 효율적으로 교사와 학생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PDA를 이용하게 되면 교사가 수업에 들어가는 시간과 나오는 시간 등을 체크하고 진도와 그밖에 다른 사항들도 실시간을 입력하게 된다.

문제는 회사가 교사들의 수업을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PDA에 GPS칩(위치정보시스템)을 장착해서 교사를 감시 한다는 점이다. PDA를 통해 교사들의 24시간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되는 것이다. “PDA를 사용하게 되면 화장실 가는 것까지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PDA를 통한 교사통제는 실제로 교사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료들간의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점도 있다. 실시간 입회학생을 입력함으로써 실시간 전국순위가 집계되고 이를 통해 입회학생이 얼마냐를 놓고 교사들간에 경쟁력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가 PDA 구입 비용을 교사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점도 교사들의 불만사항이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도입하는 ERP에 PDA를 접목시키면서 업무수행을 위해 구매해야 하는 PDA의 값을 학습지 교사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이다. 학습지 계에서는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는 대교가 이를 도입할 경우 다른 학습지들도 이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솔 등도 오는 7월부터 ERP를 도입할 예정이다.
학습지 시장에 PDA가 보급될 경우 그 규모는 5조원 상당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개인정보보호정책도 절실해
대교 ERP는 개인정보보호에 있어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NEIS가 개인정보보호에 있어서 문제가 됐던 것은 크게 2가지였다. 개인정보가 중앙에 모여있고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된다는 점과 입력내용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교 ERP 역시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각지점에서 관리하던 학생정보 등을 교사가 인터넷을 통해 대교 ERP에 입력하고, 전국에서 입력된 이 자료들은 중앙의 한 서버에 모이게 된다. 또한 이전 종이 입회서일 때는 필요없는 개인정보의 수준이 보호자의 주민등록번호나 주택유무 정도였다면 ERP가 도입되고 나서 그 메뉴가 훨씬 댜양하게 확대 됐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입회학생의 정보가 종이 한장 정도였는데 지금은 훨씬 많이 늘어났다. 노조가 항의하니까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가리는 등 일부 개선됐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개인정보등들이 있다”, 노조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또한 입회학생의 개인정보를 보존하는 기간이나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도 없는 상태다. 교사들에게 ‘복회리스트’라고 해서 이미 탈퇴한 학생들의 리스트를 무작위로 나눠준다는 것만 봐도 개인정보보호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심한 경우, 복회리스트에는 1996년 이후 입회했다 탈퇴한 학생들의 정보도 있는데 교사들이 전화를 걸어 재가입을 종용할 때 쓸 수 있도록 아무런 보안 장치나 제재조치 없이 나눠준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다른 기업들의 ERP 도입이 회사와 노동자간의 문제라면, 대교 ERP의 경우는 여기에 더하여 학생들과 학부모의 개인정보가 집적되고 관리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종이입회서의 관리만이 아니라, 대교 ERP에 입력되는 개인정보에 대한 점검과 보호·보존기간 등 개인정보보호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만족하는 사람 없는 대교 ERP
교사, 여직원, 파트장까지… 대교 ERP 도입에 만족하는 사람이 없다


대교노조에서는 ERP를 이용하는 교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교사와 교사를 관리하는 파트장, 지점의 여직원들을 상대로 이뤄졌다.

ERP를 사용하는 교사들의 불만은
▲집에 가서 ERP 입력을 해야하는 업무과다
▲시스템이 느려 입력이 힘들다
▲ERP가 뭔지 모르겠다
▲시스템 오류로 인한 학부모들의 항의
▲컴퓨터가 없는 교사의 경우 구매비용 부담

지점 여직원들의 불만은
▲교사들의 질문이 너무 많다
▲교사들의 입력업무 전가
▲재고 파악과 정리

교사들을 관리하는 파트장들의 불만은
▲ERP에 대한 설명(모르는 교사에 대한 설명과 본인도 모르겠음)
▲교사들이 수업 후 사무실로 들어와 진도를 입력하므로 늦어지는 출퇴근시간
▲교사들을 대신한 입력
▲시스템 오류와 컴퓨터 성능저하로 인한 지체
▲교사들의 ERP입력 짜증으로 인한 감정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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