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9호 기획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인터넷의 생명은 익명성
정치참여를 막는 인터넷실명제… 지방자체단체 도입 후 주민 참여 저조

이상진  
조회수: 4196 / 추천: 54
인터넷은 일반 대중이 정치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토론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발달에 기여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익명성 때문이다.

2002년 이시원 교수 등은 한국행정학보에 발표한 한 논문에서 실명제 도입 이전과 이후 주민 참여율의 변화를 비교하였다. 그런데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2001년 7월 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하자 그 이후 주민의 참여가 눈에 보일 만큼 급격히 떨어졌다. 욕설이나 비방도 줄었겠지만 전자 정부의 취지 자체가 훼손된 것이다.

익명성은 인터넷의 자연적 특성이고 선거기간이든 아니든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특히 국민 참여와 직접 관계가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 게시판에는 실명제를 적용해서는 안된다. 민간에서 부득이하게 실명제를 도입하더라도 그 도입 여부를 국가가 강제할 일도 아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인터넷 실명제’ 도입 취지를 “선거 때 흑색선전과 비방을 줄여 공명선거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상당수의 네티즌들도 “선거 때 욕설과 비방이 심하다”는 관점에서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찬성한다. 인터넷 게시판의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들이 익명성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욕설이나 비방은 인터넷 이전에 한국 사회의 ‘바람직하지 못한’ 토론 문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과거 다른 표현 수단을 가질 수 없었던 일반 국민들이 인터넷에 참여하면서 생긴 것이다. 건국대 한상희 교수는 “이런 문화에 대해 관용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모든 국민이 같은 교양 수준과 같은 화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토론 문화에 대한 모색은 강제적인 행정 조치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문화적인 방법에서 찾아야 실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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