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9호 미디어의난 [미디어센터, 미디어 민주주의를 위한 전진 기지 II]
전국 차원의 지역미디어센터 설립 추진과 공공적 영상 문화 활동의 전개!

조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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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제1회 시민영상교실
지역 미디어센터 추진 협의체 조직의 구성
우선 광주 지역에서는 독립적 영상제작자들을 중심으로 자비를 털어 소규모의 독립적인 영상미디어센터를 재작년에 열었다. 다소 특수한 사례인데, 이미 지역 시민들과 대학생, 노동조합 영상활동가들과 함께 ‘디지털영화제작워크숍’을 3기까지 마쳤으며, 영상으로 특성화 사업을 하고 있는 광산구 청소년수련관 등에서 겨울과 여름 방학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상제작교육(청소년영상아카데미)을 센터 운영위원들이 담당해서 진행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 광주영상미디어센터, 광주영화인회의, 호남노동미디어활동단 ‘필’, 열린영상집단 등이 모여 ‘광주지역공공영상미디어센터추진위원회(준)’를 구성하여 시민 참여적 공공 미디어센터의 설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노동영상 활동가들이 초동주체가 되어 ‘퍼블릭액세스 실현과 공공미디어센터 건설을 위한 울산미디어협의회’가 작년에 공식출범했다. 광역시임에도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는 ‘산업수도 울산’에 최초의 공공적 성격의 영상 문화활동 공간을 열어갈 채비가 분주하다. 상업영화 밖에 볼 수 없었던 울산에서의 시민영상교실과 월례 작은영화제, 지난 달에 진행한 제1회 시민영상교실 등이 그것이다.

노동자, 청소년, 대학생, 시민단체 활동가 등 20여 명의 참가인원과 함께 진행된 시민영상교실을 마치며 한번의 문화적 경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더 나가서는 퍼블릭 액세스(시청자 참여방송)와 같은 사회적인 흐름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울산노동미디어센터는 3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인천 역시 여러 차례의 간담회며 회의, 토론회를 거치며 작년 8월 인천민예총영상위원회, iTV노조, 희망터문화위원회, 인천연대지역정보화사업단, 시민문화센터, 노동이아름다운세상, 퍼포먼스 <반지하>, 대우자동차영상패, 인권영화제조직위원회, 노동자영상패 <씨>, 민주노동당인천시위원회(참관)가 참석한 가운데 ‘인천공공미디어센터추진위원회’ 창립총회를 열어 본격적으로 추진 활동을 개시했다.

지역 미디어센터에 대한 지자체의 몰이해와 공적 지원의 부재
각 지역의 자생적인 추진 움직임들은 여전히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의 미디어센터에 대한 몰이해와 중앙 및 지방의 국고 지원의 부재에 부딪혀 좌초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어쨌든 미디어센터가 공적 지원을 통한 문화기반시설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행정과 현장 사이의 괴리인 것이다. 부천에서 그 단적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부천은 ‘영상미디어센터설립추진위원회’가 이미 사단법인이라는 독립적 민간기구 형태로 지역의 공공문화 기반시설로써의 성격을 명확히 하면서 그 설립을 추진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그럼에도 부천시와 시의회의 미디어센터에 대한 관심부족과 정책의지 부족으로 그 설립은 계속 미뤄지고 있고 활동은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체 상황은 4년이 넘게 미디어센터에 대한 논의를 해오고 있는 대전에서도 마찬가지다.

2001년부터 대전충남 민언련과 대전독립영화협회가 대전시와 접촉하면서 추진하던 시민미디어센터의 설립이 좌절됐지만, 2002년 11월 엑스포에 조성되는 첨단문화산업단지 최종용역보고서에 미디어센터 설립 계획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규모와 부지가 대폭 축소되어 2008년 이후로 조성되기로 계획된 미디어센터 설립은 불투명한 상태다.

최근에는 방송위원회가 시청자미디어센터 건립을 위해 60억의 예산을 확보하여 일정한 진정을 보여주었지만, 그 큰돈을 부산 한 곳에 그것도 방송위 지역사무소가 관리 운영하는 형태로 추진하고 있어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전국지역미디어센터설립추진협의회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있다. 미디어센터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나 문화관광부와의 정책 협의가 없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공공적이고 대안적인 영상 미디어 활동은 시작되고 있다!
공적 지원만을 기다리고 앉아 있다는 것은 아니다. 지역 생활 공간에 찾아가는 영상 문화 활동의 일환으로 다양한 공공 영상 활동을 만들고 있는 ‘관악미디어센터준비모임 <동동>’은 서울 관악구의 활발한 지역주민연대 활동에 기초하여 ‘도림천 영상제’, ‘아파트 상영회’, ‘주민뉴스게릴라’ 등의 활동을 통해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강릉 역시 ‘미디어로 소통하기’라는 제목의 퍼블릭 액세스를 위한 제작교육을 하고 강릉케이블방송에 ‘우리들의TV’라는 액세스 방송을 지난 2월부터 만들어가고 있다. 창원에서의 시민영상제작교육 ‘시민이 만드는 영상 : 지금 현장에선!’은 16여 개의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시청자주권협의회가 마산 MBC 라디오에 2년 넘게 퍼블릭 액세스 활동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영상 프로그램 액세스로 확장하기 위한 교육 활동이며, ‘시민영상캠프 : 캠코더 활용하기-기획에서 편집까지’는 독립영화상영회와 함께 청주에서 볼 수 있는 활동이다.

대구와 진주, 전주, 성남, 고양 등의 영상제작교육과 퍼블릭 액세스를 중심으로 한 공공적 영상 문화 활동은 현재까지 주류 미디어의 소비자 위치로만 인식되었던 수용자들을 새로운 민주적 미디어 커뮤니케이터로 개념을 재정립하면서 공공적이고 대안적인 미디어 구조의 전망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전국에 걸쳐 14개 지역, 90여 개 언론, 환경, 방송, 영상, 노동 관련단체들의 협의체로써 3년 넘게 지역미디어센터 설립 추진 활동을 해온 전국지역미디어센터설립추진협의회(www.media-center.or.kr)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공공적 미디어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 활동을 펼쳐내는 동시에, 각 지역의 미디어운동의 새로운 조직적이고 실천적인 실험들을 벌여나가고 있다. 2004년은 특히, 지금까지의 형성기를 넘어 새로운 미디어운동의 전국 네트워크 구축의 가능성이 주목되는 해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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