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9호 맥으로
‘하다하다못해 피시 원격조종까지’

신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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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께 매킨토시 사용자들이 모이는 인터넷사이트 ‘애플포럼(www.appleforum.com)’에 한 이용자가 대형 포털사이트 관리자로부터 받은 전자우편 내용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내용은, 이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뉴스 페이지의 사진이 매킨토시에서 볼 때는 아주 작게 나타나는 현상에 관한 것이다. 이 이용자가 원인을 분석한 결과 웹페이지 작성언어(html)의 기본 문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드러났고, 그래서 해결책을 제시하며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관리자의 답변은 “저희 웹페이지의 경우 일반적인 사용자의 인터넷 환경을 기본으로 제작됐습니다. 이 점 참고해서 다른 컴퓨터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이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것이었다. 웹 표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한 반응이 ‘윈도 설치된 피시를 쓰라’는 것이다.

이 포털사이트 운영자를 비판하는 답글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글이 하나 있었다. 한 이용자가 캐나다, 영국, 중국의 매킨토시 사용자와 채팅을 하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아니면 접속이 안 되는 사이트가 있고, 인터넷뱅킹은 윈도에서만 되기 때문에 피시를 안쓸 수 없다”고 하니, “도대체 어느나라인데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하느냐”고 해서 어쩔줄 몰랐다는 내용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이 나라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물론 이는 윈도를 쓰지 않는 모든 이들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이런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서 어떤 이들은 웝브라우저를 대여섯 개까지 설치해두고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쓴다. 애플에서 만들어서 공짜로 배포하는 ‘사파리’, 넷스케이프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공개 소프트웨어 ‘모질라(www.mozilla.org)’, ‘옴니웹(www.omnigroup.com)’ 등등이 인기 있는 매킨토시용 브라우저들이다. 이것들로도 이용하기 어려우면 매킨토시용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이용한다. 하지만 끝내 안 되는 사이트들도 적지 않다.

이런 와중에 매킨토시 사용자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2월초 금융감독원이 인터넷에서 신용카드로 10만 원 이상을 구매할 경우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는데, 이 공인인증서가 윈도에서만 작동하는 것이다. 이제 윈도를 쓰지 않는 사람은 인터넷 쇼핑도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값싼 피시를 따로 사는 매킨토시 이용자들이 꽤 많은데, 컴퓨터를 바꿔가며 쓰기 귀찮으니까 아예 두 대를 켜놓고 네트워크를 통해 매킨토시에서 피시를 원격조종하는 이들도 있다. 집에서 인터넷 공유기로 두 대의 컴퓨터를 연결한다거나 근거리통신망(LAN)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무실 같은 곳이라면 조금 느린 속도의 피시를 직접 작동시키는 것처럼 별 불편 없이 쓸 수 있는 방법이다.

피시에 윈도엑스피 프로패셔널 버전이나 윈도2000 서버가 설치되어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온 공짜 프로그램 ‘리모트 데스크톱 커넥션 클라이언트(RDC)’만 맥에 설치하면 된다. 다른 윈도 버전이 설치되어 있다면, 가상 네트워크 컴퓨터처리라는 뜻의 ‘VNC(www.realvnc.com)’라는 공짜 프로그램으로 원격조종할 수 있다.

비주류를 철저히 무시하는 이 땅에 적응하고 살려면 정말 별별 짓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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