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0호 기획 [우 리 는 지 문 날 인 을 거 부 합 니 다]
‘우리는 지문날인을 거부합니다’
주민등록증 지문날인… 최선아학생 등 3명 헌법소원 청구해

김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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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은 만 17세가 되면 관할 동사무소로부터 주민등록증 신규 발급대상자라는 통지서를 받게 된다. 주민등록법에 의해서 만 17세가 되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통지서와 함께 노란색 용지를 받게 되는데, 주민등록증을 신청할 때 여기에 열 손가락 지문을 찍게 된다.

“지문날인제도 법적 근거 없다”
지난 3월 7일 세실레스토랑에서는 주민등록증 지문날인에 대한 청소년 헌법소원을 위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우리는 지문날인을 거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동사무소에서 지문날인을 거부한 3명의 고등학생들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승호 군(탈학교 학생)은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노예가 노예로서 자각을 하면 해방될 가능성이 있지만 자각하지 못하면 해방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다른 친구들은 ‘열 손가락 지문 찍는 게 뭐가 어려운 것이냐’고 하지만, 사소한 것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주민등록증 지문날인을 반대하는 자신의 견해를 당당하게 밝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사회 교과서에서 지문날인에 대해 처음 들었다는 이가빈 양(천안 ㅂ고) 은 “그 때는 별 느낌이 없었지만 동사무소에서 지문을 날인하라는 통지를 받고서 위화감을 느껴서 헌법소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선아 양(서울 ㅈ고) 역시, “지문날인제도에 대해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개인 정보가 쉽게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결심하게 됐다”며 헌법소원에 동참하게 된 소신을 밝혔다.

지문날인반대연대의 윤현식 활동가는 “17세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열 손가락의 지문날인을 강요하면서도 아무런 법률적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며, “다만 1999년 4월 개정한 주민등록법 제17조의 8항제 2항에서 주민등록증 수록사항을 명시하면서 지문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규정은 주민등록증의 수록사항에 관한 것일 뿐 열 손가락의 지문날인에 관한 규정이 아니므로 지문날인 제도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청소년 헌법소원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의 이은우 변호사는 “지문날인 강요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격권, 신체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특히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때 지문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 모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전제’하는 것이여서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뿐만아니라 “지문날인제도를 이용해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로 범인이 잡힐 가능성이 없다”며 “실제로 범행현장에 신원확인이 가능한 지문이 남아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결정 조속히 나와야
3월 12일, 헌법재판소에는 청소년들의 헌법소원청구서가 제출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언제 나올지는 의문이다. 지난 1999년 당시 국민의 지문원지에 대한 경찰청의 일방적 전산화에 대한 헌법소원의 경우 5년이 지나도록 결정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계류중인 사건의 심의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계속 연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면 지문날인 거부로 주민등록증을 만들지 못한 청소년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 주민등록증 대신 학생증이나 자격증, 여권이나 운전면허증과 같은 다른 신분증을 이용할 수 있지만, 학생신분이 아니거나 다른 신분증이 없는 정승호 군의 경우는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정승호 군은 “은행 거래를 할 수가 없어서 초등학교 때 만든 통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신분증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나 조리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윤현식 활동가는 “빠른 결정을 위해 헌법소원 이후에 집중심의 요청을 생각했었는데, 탄핵정국으로 인해 못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헌법재판소의 조속하고 올바른 결정으로 30년 넘게 존속해오며 국민을 통제하고 억압해온 국가 시스템이 이번 기회에 폐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인터뷰]“지문날인제도가 폐지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지문날인반대 헌법소원 청구한 최선아 학생

▶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친구들이나 친척들은 대부분 모른다. 하지만 아는 분들이 ‘대단한 일 했다’고 말해 줄 때는 부담스럽다.

▶ 주민등록증을 대신할 신분증이 필요할텐데...
현재 그래픽, 정보처리, 워드프로세서, 정보기기 등.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 지문날인반대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지는 않나
인터넷 뱅킹할 때라든지, 주민등록증으로 인한 불편을 겪을 때에는 가끔 그런 생각도 들지만, 잘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다른 학생들도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없었다. 이번 계기를 통해서 지문날인 제도를 폐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터뷰]“끝까지 지지해 주고 싶다.”
지문날인반대 헌법소원 청구한 최선아 학생 어머니

▶ 부모의 입장에서 걱정이 많이 될텐데 어떻게 동의하게 됐나
걱정은 됐지만 한편으로는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소수지만 사회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운동하는 사람을 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더 좋은 사회로 발전되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의해 줬다.

▶ 처음 최선아 학생이 지문날인 문제를 말했을 때 어떠했나
솔직히 당황했다. ‘요즘에 사회에서 대두되는 화제가 지문날인 문제였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왜 모르고 지나쳤을까’라는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전에 미국비자 받을 때 지문날인을 해야된다는 것에 대해서 반감을 느꼈던 생각이 났다.

▶ 지문날인 헌법소원 판결이 잘못 나올 수도 있고, 쉽게 판결이 나기 힘든데, 선아 양의 생각을 끝까지 지켜봐 줄 수 있나
선아의 생각이 바뀌기 전까지는 끝까지 지지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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