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0호 장애없는
청각장애인과 함께 일하기

김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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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인 ooo씨는 최근 한 지역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10급 공무원 시험을 보았다. 합격하면 학교관리직으로 일하게 된다고 하였다. 자신의 장애를 고려하여 나름대로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길이었다. 필기시험에 합격하여 면접을 보게 되었으나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그는 직접 관할 교육청에 메일을 보냈다. 답변은 8등이 아니고 9등이었기 때문에 불합격되었다고 했다. 다시 관련기관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직접 전화통화로 알아보게 하였다. 그의 친구에게는 ooo씨를 포함한 4명이 합격선인 공동 8등이었으며,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학교관리직으로 일할 수 있겠느냐고 답변했다고 한다. 전화는 어떻게 받을 것이며 필요한 대화를 일일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말은 할 수 있고,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듣는 구화가 가능하며, 문자나 컴퓨터 활용 등의 대체 수단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지만 수긍할 리 없었다.

실제로 ooo씨는 특별한 보조 없이 대학을 졸업하였고, 장애인차별금지법추진연대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회의의 내용을 말하는 사람의 입과 자료를 통해 이해했고, 섬세한 부분은 옆에서 간단한 필기를 통해 설명하면 되었기에 함께 일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평소에 필요한 대화는 간단하게는 핸드폰의 문자를 활용하고, 때로는 핸드폰으로 무선인터넷을 하였다. 우리는 ooo씨와의 이러한 대화방식에 익숙해져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일정한 의사소통방식의 편의제공만으로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노동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업무에 따라 굳이 잦은 대화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첨예해지고 있는 정보통신 수단을 잘 활용한다면 시각 혹은 청각장애인의 노동력은 국가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필자 입장에서 경쟁력을 앞세워 논하는 것은 감정이 근질거리지만).

홍콩에서는 장애인의 사회적 편익비용과 그 후 잠재적 노동력을 포함한 생산성에 관하여 비교분석하는 조사를 하였다고 한다. 편익비용이 감가상각 됨은 당연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한 기관에서 장애인, 노인 등의 소수자에 대한 사회비용에 대한 연구 공모를 하였다.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될만한 합리성을 제시하기 위한 제 일의 근거가 ‘돈’ 혹은 다수의 물리적 편의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인간의 가치 우위가 전도된 세태가 한스럽다. 인간을 포용하고자 하는 관점은 없이, 장애인의 권리가 비장애인 중심의 편의성과 효율성 논리에 배척되는 인권감수성의 후진성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실제적인 문제는 공공기관에서부터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을 보다 공고하게 실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복지법의 정보에의 접근권을 정한 조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원활하게 정보에 접근하고 그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전기통신 및 방송시설 등을 개선하도록 노력하라’고 되어있다. 장애인복지법이 상당히 선언적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데에는 국민의 책임을 정한 조항도 한몫 한다. ‘모든 국민은 장애발생의 예방, 조기발견에 노력하여야 하며 장애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사회통합의 이념에 기초하여 장애인복지증진에 협력하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이 그저 노력과 협력하라고만 하고, 국민에 대한 홍보는 민간에게 맡겨놓은 나라에서 ooo씨는 당장의 생계에 전전긍긍하며 소송을 해야할까,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해야할까. 그 다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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