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0호 사람들@넷
웃기는(?) 의병들이 모였다, ‘라이브즈’

이상진  
조회수: 3170 / 추천: 50
지난 11월 혼탁한 정치를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며 ‘의병’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알고 보니 이 ‘의병’들은 인터넷에서 모여 활동하며, 익살과 풍자가 가득한 패러디 작품을 사이트에 올리고 공유하며 사회·정치적 불만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인터넷 안에 의병들이 모였다
처음 라이브즈를 오픈했을 때는 손병휘 씨와 운영자인 심모시님 뿐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라이브즈 대표 김태일 씨와 약 6명 정도의 의병들이 함께 동거동숙하고 있고, 얼마전 오픈한 인터넷 생방송 ‘라이브이즈LIFE’의 진행자 이정열 씨도 여기에 합류했다.

의병들이 이렇게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의 배려 덕분이다. 늘어가는 의병 식구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 여의도에 위치한 선배들의 문화연구소를 후배들에게 양보한 것이다.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치 패러디 사이트가 많아진 것은 지난 해 말부터다. 그래서 시사 만화, 만평과는 다르게 패러디는 아직 전문적인 작가 군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참여 네티즌들은 모두 작가이자 비평가, 관람객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 누구에게나 접근과 참여의 기회가 열려있는 셈이다. 그런데 라이브즈는 특히 이들 네티즌들의 참여가 무척이나 높다.

손병휘씨는 “의병이라는 평등적인 관계 속에서 작가와 방문객이라는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내부적으로는 자객, 칼럼매니아, 일반 의병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다 같은 의병이다. 자객은 그저 사진, 포스터, 노래, 영상 등 자신만의 특징적인 패러디작품을 연재하는 의병이고, 시사 평론을 담당하고 있는 의병이 칼럼매니아일 뿐이라는 것. 그중에는 새로운 소식과 뉴스를 열심히 퍼다 나르는 의병도 있지만, 누구나 자신의 작품이나 생각을 자유로이 올릴 수 있다. 누가 올리든 사진, 영상 작품은 의병대장간에, 글은 자유게시판에 모인다.

이렇게 모인 작품들은 아무런 걸러짐 없이 메인 화면에 바로 뜬다. 원하는 의병에 한해서 언제든지 자객이 될 수도 있다. 작업실에서 주로 활동하는 의병들은 주간패러디신문 ‘봤데이’를 관리한다. 이 웹진은 자객의 작품들 중 네티즌들로부터 호응이 컸던 작품들로 구성된다. 그는 “네티즌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항상 열려있는 공간이기를 바라고 있다.

패러디의 생명은 시기성
자객의 한 사람인 손병휘 씨도 처음엔 아마추어였다. 더군다나 컴퓨터에 대해선 거의 아는 것이 없는 컴맹이었다. 대학시절 서양미술을 전공했다는 그는 그저 심심할 때 작업실 컴퓨터에 깔려있는 포토샵을 가지고 놀았을 뿐이다. 지금도 포토샵 외에는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른다며 멋쩍게 웃음 짓는 손병휘 씨.

그런 그의 첫 작품인 ‘대선자객’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결코 섬세한 편집 기술 때문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검찰 독립을 원했던 국민들의 여론과 잘 맞았기 때문”이라며, 시기성을 강조했다. 덧붙여 그것이 패러디의 생명이라고 덛붙였다.

“패러디 작품은 그 순간에 떨치는 거지 시간이 지나고, 그 사건이 지나고 나면 같은 느낌이 안 온다”며 “그래서 작가는 현재 순간순간을 쫓아 계속 새로운 소식과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의 명함에는 ‘패러디 작가’라는 직함이 당당히 찍혀 있다.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그는 패러디가 활성화 될 수 있었던 것은 매스미디어가 전달하는 시사정치는 딱딱하고 어렵고 논리 정연해서, 일반 민초들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풀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패러디는 일상 속에서 술 마시며 뿜어낼 수 있는 직접적인 소리들로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프래시안>이나 <오마이뉴스> 등 많은 인터넷 언론이 생겼지만 텍스트 위주의 논리적인 글 속에서 민초들이 공감하고 참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실제로 그것은 <딴지일보>의 성공에서 입증됐다.

그는 마지막으로 “패러디를 부분적 또는 법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일반인의 참여가 매우 높은 것은 실수가 용납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작품 안에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하고 웃어넘기는 것이 바로 패러디의 맛이라고 설명한다. 덧붙여 “잘못된 작품도 있고 얼토당토않은 작품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걸러지고 정화될 것”이라며 “네티즌들을 믿고 표현의 자유를 활짝 열어놔야”한다고 강조했다.

라이브즈는 총선 이후에도 시사정치 범위를 넘어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경쾌하고, 보다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종합 미디어로의 전환을 구상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개방적이고 열려있는 시사정치 놀이터로써 라이브즈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라이브즈 http://www.live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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