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1호 http://
당신은 X파일을 믿는가?

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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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를 찾기 위해 ‘미아유전자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번호 표지이야기를 선정하면서 과연 이주제로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 때문에 많이 망설였다. 일반 언론이라면 미아 유전자를 채취하는 취지와 이를 둘러싼 시민사회단체와 경찰청의 갈등, 미아 부모의 인터뷰, 우리나라 미아의 숫자와 현실 등 뻔하다면 뻔한 내용들로도 기사의 기본은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을 표방하며 만들어진 <네트워커>에서는 뭔가 좀 달라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고민 끝에 주제를 선회해 과연 생체정보를 모으려는 이런 움직임들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하였다.

또하나 <네트워커>가 미아유전자에 대해서만 논의한다면 여기에 대한 반발이 경찰청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에게서 올 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진보네트워크센터가 미아유전자데이터베이스에 반대하는 것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을 몰라서도 아니다. 그래서, 미아데이터베이스가 원칙적으로 만들어져서는 ‘안된다’가 아니라, 경찰청이 추진하고 있는 유전자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의 법적 근거를 만들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미아와 부모들의 DNA 수집 근거에서부터 이를 분석·이용·보관·데이터베이스 구축·정보보호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고, 모아진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이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사고(도난, 유출, 오남용 등)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책임을 물을 것인지, 그 대책을 묻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과연 유전자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져도 되는 것인가.

유전자데이터베이스 이야기가 나오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X파일’! 미해결사건을 모아놓은 미국 FBI의 수사목록 X파일은 영화 초반부에 돌연변이나 기현상을 보여줌으로써 초자연적인 현상 속의 인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일부사건은 정부비밀조직의 음모로부터 비롯됐다. 마을주민들을 상대로 한 생체실험과 유괴됐다 돌아온 사람들의 기억, 사람들의 생체정보가 들어있는 파일들, 외계인의 피를 주입 받은 지구인, 실종된 아이를 복제한 감정 없는 복제인간 등. 정부가 국민들을 실험대상으로 이용한 것이다. 영화는 매회 미해결사건으로 남는다.

새로 제작될지 모를 시나리오 하나다. ‘생체정보가 들어있는 서류와 증거들은 사라져 버리고 사건 뒤에 누가 있었는지 밝혀지지 않는다 - 부모를 찾아 집으로 돌아간 부모와 아이의 정보, 식별유전자는 사라져 버리고 정부에 남아 있는 서류 속에는 ‘폐기처분’이라는 마크가 찍혀있다’

당신은 묻지 않을 것인가. “나는 X화일을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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