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1호 기획 [또 다 른 밥 그 릇 싸 움 M P 3 폰]
어디로 튈까? MP3폰
소비자들의 권익 최대한 보장하는 차원에서 합의 이뤄내야

김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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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폰에서 카메라폰으로 그리고 모네타폰에서 이제는 MP3폰까지. 이미 휴대폰을 신용카드처럼 사용하고 거리에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일은 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MP3폰은 음악사이트에서 음원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고, PC에 있는 MP3파일을 휴대폰에 옮겨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작권단체(이하 단체) 음원에 대한 저작권료나, 무료 MP3파일 이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소비자가 자유롭게 MP3폰을 사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LG텔레콤(이하 LGT)만 독자 노선 걸어

현재 MP3폰은 한 곡당 500원에서 1000원 정도를 지불해야 이용할 수 있다. 반면 무료 MP3파일은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디지털저작권관리(DRM)가 장착되어 있어 자유롭게 이용하기 힘들 전망이다.

MP3폰을 둘러싸고 이동통신업체(이하 업체)와 단체의 힘 겨루기는 지난 1월 말경부터 시작됐다. 지난 해 업체들은 모두 MP3폰을 당분간 출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업체들간의 번호이동성 문제가 불거지자 단체와의 갈등도 깊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4월 1일 정부에서 제시한 중재안에 단체와 업체 모두 합의하는 듯 했다.

중재안은 우선 2개월 간 재생시간을 72시간으로 제한하고 이후에는 ‘낮은 음질’로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또한 음질제한과 적정한 이용료 등의 구체적인 대책은 소비자 단체와 MP3 플레이어측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하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최종적인 합의안에 LGT가 동의서를 보내오지 않아 합의는 반 쪽 짜리가 돼버렸다. 소비자의 권익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음원관계자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LGT를 제외한 업체들은 이 합의안에 동의했지만 LGT가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어 이에 동요될 것은 시간 문제인 듯 하다.

이미 업체들은 MP3폰을 모두 출시한 상태다. 지난 3월 초에 LGT는 협의도중 기습적으로 출시를 강행했고, 최종적인 합의를 기다리던 KTF도 4월 초에 출시했다. 마지막으로 SKT가 4월 19일 MP3폰을 출시함으로써 사실상 모든 MP3폰이 시장에 유통됐다.

휴대폰 이용자들의 커뮤니티인 세티즌의 운영자 정석희씨는 “MP3폰이 컨버젼스(convergence) 시대의 기기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소비자를 우롱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소비자의 권익은 보호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업체들과 단체들을 꼬집었다.

“한 곡에 500원... 헉... “

그동안 세티즌은 자체의 커뮤니티를 통해서 MP3폰에 대한 리서치를 한 적이 있고, 3월 22일부터 ‘MP3폰 소비자 권리 찾기 서명운동’을 시작해 5천 명이 넘는 네티즌의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12일부터 3월 4일까지 MP3폰에 대한 네티즌의 의견을 묻는 리서치에는 총 11,065명이 참가했다. 그 중 83.8%인 9,273명이 ‘무료여야 한다’고 답했고, 16,2%인 1,792명만이 ‘유료여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MP3폰을 유료로 이용해야 한다면 이용하지 않겠다’는 네티즌이 58,7%로 9,954명이었으며, 이용요금에 대해서는 ‘한 곡에 300원 미만’이 적당하다는 의견에 90%인 9,954명이나 답했다. 모토로라라는 ID를 사용하는 세티즌 커뮤니티 이용자는 “한 곡에 500원... 헉... 유료 절대로 안 써요. 핸드폰 가격이 얼만데... 신규로 70줬는데... 50만 원짜리 폰 사고, 20만 원짜리 MP3플레이어 사는 게 더 바람직할 듯 싶네요...” 라는 글을 올렸다.

‘낮은 음질’로 제한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소비자들은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MP3폰의 음질은 잠정적으로 64kbps 정도로 협의됐는데 이것은 전화통화의 음질 수준 밖에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보통 재생되는 음악의 음질은 120kbps이고 음질이 좋은 것은 300kbps까지도 있다.

MP3폰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무료 MP3파일을 이용하는 방안을 스스로 찾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초 LG의 MP3폰의 제한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프로그램이 인터넷에 떠돌았고, 4월 29일에는 인터넷을 통해 삼성전자 MP3폰의 MP3파일 재생기간을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이 공개됐다.

저작권단체는 불법 사이트 양산, 무료콘텐츠 난립으로 인한 유료화 기반 붕괴, 음악업계와 콘텐츠제공자의 파산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무료 MP3 파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음원저작권협회 윤성우 법무실장은 “소비자와 저작권단체가 윈윈할 수 있는 안이 있지만 업체들이 수익이 발생되지 않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법적으로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과 단체들과의 힘 겨루기 싸움에 소비자만 새우 등 터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업체와 단체는 소비자가 부담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는 차원에서 조속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LGT가 협의체 들어오는 것이 시급”

[인터뷰] 한국음원제작자협회 윤성우 법무실장

Q. LG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서명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A. 불매운동이나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오는 5월 6일 여의도 LG타워 앞에서 가수들과 총궐기 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후에 본격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Q. LG에 대한 음원공급을 계속 중단 할 것인가
A. 계약문제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공급하고 있는데 계약이 끝나면 계약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업로드 된 것에 대해서 다운로드받는 것을 문제삼을 수는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 모든 음원에 대해서 공급을 중단할 수는 없다.

Q. 소비자들은 500원의 음원이용료가 비싸다는 반응이다
A. 적정가격은 콘텐츠사업자(CP)들의 인건비와 권리자들의 제조단가를 감안해서 결정해야 한다. 800원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인터넷에서 음원이 무료라는 인식을 감안할 때 개인적인 생각으로 500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이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매체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 환영하지만, 적당한 대가가 없다면 재생산에도 문제가 생긴다.

Q. 정부의 중재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유료음원과의 차이를 둬야 하기 때문에 음질을 제한했는데 음질을 제한하지 않고도 협의할 수 있다. MP3폰에서 재생될 때가 문제인데 MP3폰내에서 디지털저작권관리(DRM)가 걸려있지 않은 곡을 가공처리해서 20원에서 30원 정도에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이용자들이 CD나 유료로 다운받은 곡에 대해서는 기간이나 음질 제한 없이 듣게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저작권관리(DRM)가 걸려있는 것은 그대로 이용하면 된다. 또한 음악이냐, 비음악이냐에서 비음악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이고 이것을 구분하는 기술도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Q. 해결책은 뭐라고 생각하나
A. LGT가 협의체에 빨리 들어오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의 협의체도 LGT로 인해서 위태롭다. LGT는 협의체에 들어와서 그동안의 일들을 소비자에게 해명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




“음원의 저작권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해결돼야”

[인터뷰] 휴대폰 이용자 커뮤니티 운영자 정석희 씨

Q.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A. 소비자들의 반응은 처음보다 많이 변한 상태다. 처음 MP3폰이 대두될 때는 당연히 무료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점점 이슈가 되고 협의체를 통해서 협의하는 과정도 보도되면서 유료화나 저작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방법이나 효용가치, 핸드폰의 기능성 부분에 있어서 소비자가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스러워 한다.

Q. 정부의 중재안을 어떻게 생각하나
A. 소비자는 공짜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음악은 특히 음질이 중요한데 64kbps로 정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기간은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음질을 제한하는 것은 안 된다. 제대로 된 기술도 마련하지 않고 무조건 제한하는 것은 잘못이다.

Q. 독자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LG를 어떻게 보는가
A. 처음에는 LG에 대해서 좋은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갈수록 입장을 이랬다저랬다 바꾸면서 자사의 이익만을 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관심이 없어진 것 같다. 기간제한과 음질제한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LG를 지지하는 것 같다.

Q. MP3파일을 무제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떠도는데...
A. 음악은 유행을 타기 때문에 신곡에 대해서만 적용됐으면 좋겠다. 모든 곡들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저작권을 인정하고 정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부정적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웹이나 프로그램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는 방지 시스템도 필요 없다.

Q. 자칫하면 MP3폰 이용자들이 범법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A. 저작권단체의 고발이 있을 수 있는데 소리바다의 문제와 다르게 이것은 MP3폰을 구입한 모든 사람들에 대해 고발하는 상황이다. 결국 대중이 이길 것이다. 적절한 대안이 없으니까 저작권단체에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상품을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구매자의 권한을 제한하면 안 된다. 부족한 기술력으로 MP3폰의 기능을 제한하려고 하지말고,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음원의 저작권권리는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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