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1호 Network+Art
우유각 소녀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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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다가가 ‘우유각∼’혹은 ‘우유각’씨라고 불러보세요. 그리고 ‘당신은 무슨 일을 하세요?’라고 질문해보세요. 그러면 그는 씨∼익 웃을 겁니다. 바로 이 모습이 우리의 ‘우유각 소녀(www.hakpage.net)’입니다(무슨 이야기이냐고요?). 우유각도 이해 안 되고, 소녀도 이해 안 되는데... 게다가 우유각 소녀라니 더욱 모를 일입니다. 그냥 씨∼익 웃는 것으로 이해하라니 양아치도 거지같습니다(엉엉... 용서해 주세요). 아. 무. 튼 그를 이해하는데 구체적인 설명보다 설명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해서 추상적인 접근으로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Art on net

수년 전 한국에서는 고속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사람들이 넷 아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작업들과 전시들이 있었고 작가, 기획자 그리고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인해 한국의 초보적인 넷 아트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를 정도로 향상되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예술장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넷과 만나려는 시도들이 있었고 장르를 뛰어넘는 작품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술가들의 다양한 시도들은 아날로그(?) 문화재가 부족한 한국에서 디지털 문화재로 문화환경을 풍족하게 하는데 1등 공신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문화가 점점 풍족해지지만, 디지털 문화 보존에 대한 문제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언급하겠습니다)

우유각 소녀가 넷 아트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질문하실 겁니다. 우유각 소녀는 넷 아트라기보다는 ‘넷 상의 아트(Art on net)’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니... 넷 아트도 모르겠는데, 넷 상의 아트는 또 뭐야?’라고 질문하실 겁니다(음... 흥분하지 마시고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넷 아트가 비선형, 비순차, 하이퍼텍스트 등의 특징이 있다면, ‘넷 상의 아트’는 다큐멘터리와 포트폴리오 등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유각의 넷 상의 아트는 그가 준비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통해 넷 상의 아트를 보여주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다큐멘터리와 포트폴리오와 같은 요소를 적절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작업들에서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을 파악하면 대단히 재미있고 즐겁게 감상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업을 감상하기 위한 몇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면, 리좀(Rhizome)과 네트워크(Network)입니다. 그의 전봇대 뿌리 드로잉은 리좀의 원리를 설명하고 네트워크는 그의 드로잉 작업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앞장의 그림과 다음 장의 그림과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네트워크 원리를 적절히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로잉 자라나기

그의 드로잉은 리좀과 네트워크의 원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으며 문자중심이 아닌 캐릭터(즐거운 여자, 닭, 떠기, 말, 토끼, 개)를 통해 이미지 문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미지 문장은 선형적인 공간(드로잉 페이지)에서 구현되지만 그의 드로잉으로 인해 비선형적 공간이 펼쳐집니다(물론 감상자에 의해 비선형적 공간은 더욱 확대됩니다). 이러한 작업은 감상자의 해석을 열어둠으로써 다양한 감상법이 생겨나지만, 표준화된 방식이 없기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근데 사실 표준화된 감상법이란 없습니다). 그러나 감상자들이 스스로 감상법을 마련해 나가면 우유각의 작업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HakPage라 부르는 우유각의 드로잉에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데, 특히 집안 가득히 그려져 있는 드로잉은 점점 자라서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 이르기까지 그려질 수공간을 점유해 나가는데, 이는 리좀의 내재적 연관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작은 동그라미로 시작하는 그림은 가지를 뻗고 주변 그림과 관계하고, 점점 빈 공간을 점유해나가면서 즐거운 장소로 변화시키며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게 합니다.

전에 살던 집주인 할머니는 그가 집 전체를 드로잉한 것을 보고 ‘방이 미술이네!’ 하셨다고 합니다(음... 할머니도 알아보는 미술작품을 못 알아보는 어린 자식을 둔 부모님들에게 잠시 말씀드립니다. 아이들이 그리는 벽의 그림을 혼내지 마시고 창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세요. 벽지 값을 위해 아이의 창조력을 죽이는 것은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의 드로잉은 문자로 이리저리 문장을 만들어 나가며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언어를 통해 표현해 나가는데, 미디어를 매개체로써 적절히 이용함으로써 별 어려움 없이 감상자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유각 놀이

우유각 소녀는 지난해 첫 번째 그림책(HakPage, 현실문화연구)을 발표했는데 이 그림책은 독자만화대상 2003 인디/언더 부분 3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VIDAK 2003에 일러스트레이션을 선 보였는데, VIDAK 2003에 선보였던 드로잉은 601 비상 주차장과 임시 가벽 등에 그려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안타깝게도 천정 일부에만 그 흔적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VIDAK 2003에서 여전히 그의 드로잉을 감상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시에 앉는다 - 의왕시 벤치 프로젝트’와 홍대 앞 벽화에서도 그의 드로잉을 감상 할 수 있고 601비상 아트북 다이어리 2004 _ P.S.에서는 그의 드로잉을 일년 내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유각 소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유각 놀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5월에는 그의 드로잉을 갤러리(‘그리다, 글이다 - Drawing, Wrighting’, 갤러리 고도)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그를 직접 만나고 싶은 분들은 5월 15일 오후 5시 갤러리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아름다운 5월에 그가 보여줄 우유각 드로잉을 기다리며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벽에 그동안 당신이 숨겨왔던 그림을 그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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