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2호 장애없는
사람의 몸을 함부로 벗기고 공개하는 선행(?)

김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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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의 일부 내용에 대한 적절한 수정 문안이 떠오르지 않아 고심하던 중에 더 이상 아무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 전화 한통을 받았다. 인터넷 다음(daum)에 들어가서 장애인을 목욕시키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사진과 기사를 보라는 것이었다.

화면을 클릭해보니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경기도 일산에 있는 장애인 시설을 방문해서 시설관계자의 의사에 따라 장애인을 목욕시키는 선행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문제의 사진은 근육이 약해져서 가늘어진 다리와 엉덩이가 드러난 몸의 장애인을 정동영 의장과 일행이 잔뜩 고뇌에 찬 표정으로 씻기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사진 속의 다른 한 사람은 한 걸음쯤 뒤에서 호기심 섞인(그렇게 보인다) 모습으로 씻겨지고 있는 장애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높으신 분의 선행 속에 발가벗겨진 작은 몸이 모자이크 처리조차 되지 않은 채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뉴스로서는 도저히 게재할 수 없는 그런 장면이었다.

문제의 이 사진과 정의장의 선행기사는 공중파 방송에도, 유수 언론에도 여과없이 보도되었다. 그리고 “사진 찍지 마세요!”, “날 구경하지 말고 나가주세요. 제발!”이라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조차 없었던 그 사람은 처음 설명과는 달리 장애아동이 아닌 서른이 넘은 성인으로 밝혀졌다. 사진 속의 발 크기가 아동이 아닌 것 같아 누군가가 조사를 해보았다고 한다.

... 할말을 잃는다. 이게 바로 장애인, 소수자의 인권을 철저히 무시하는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인 것이다. 하기는 이러한 무참한 상황이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이겠는가? 설, 추석, 어린이날 그리고 선거철 등 무슨 때만 되면 유명한 그들은 여지없이 장애인 시설을 방문해서 감동의 깜짝쇼를 연출하기에 바빴다. 시설관계자들은 당사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방문객들의 비위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에 언론들은 카메라의 위력으로 예의 그 사진처럼 생생한 장면들을 아무런 의식 없이 경쟁하듯 전국에 유포해왔다.

인권에 민감하지 못한 정치, 사회복지기관, 언론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정치가, 사회복지관계자, 언론인들이 ‘장애’를 수단으로 삼아 문제의식 없이 함부로 다루고, 이용하고, 공개한다면 과연 누가 장애인의 인권을 지킬 것인가?

이번 장애인 목욕사진 공개와 관련된 정치인과 시설관계자, 언론사들은 하루빨리 공개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이를 계기로 우리사회는 장애인을 포함한 소수자들의 인권침해에 무감각한 전과(?)를 철저히 반성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에서 마련한 장애인차별금지법(안)에는 시설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개인의 정보를 유출하거나 공개하는 경우를 명백한 차별로 보는 내용이 있다. 매체를 통해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왜곡시킬 수 있는 정보 및 이미지를 제공하는 경우도 장애인 차별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써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부분이기도하다.

장애인의 몸을, 사람의 몸을 함부로 벗기고 공개하는 일이 더 이상 선행(?)이 되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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