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2호 여기는
포털을 맴도는 믿지 못할 정보들

이강룡  
조회수: 6048 / 추천: 48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는 사용자가 복사, 붙이기 등의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올린 자료를 손쉽게 내 블로그로 퍼올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편리하지만 최악의 기능이다.

사용자간의 펌이야 용인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보더라도, ‘펌’ 기능을 서비스에 구현하고 있다는 건 정말 최악이다. 동일 정보의 문서를 양산하여 불필요한 자원을 소모하며, 간혹 원 게시물 작성자의 의도와 정반대의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개성은 없고 온갖 펌 정보만 잔뜩 모아둔 블로그들을 양산하며, 결국 웹의 신뢰도 하락에 충실히 기여한다.

‘연예인들의 미니홈피 주소’라는 글이 포털 블로그를 중심으로 떠돈 적이 있다. 연예인 약 240명의 미니홈피 주소 모음이라고 하여, 유심히 살펴보니 실제 연예인 미니홈피는 별로 안되고 대부분 연예인을 좋아하는 일반 팬 사이트이거나 폐쇄된 사이트가 많았다. 착실하고 꼼꼼하고 일단 방대해 보이는 이 문서는 여전히 ‘펌’과 ‘펌’을 거듭하며 블로그와 게시판을 전전하고 있을 테다. 클릭 한 번이면 내 블로그에 퍼 담을 수 있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

인터넷을 믿지 마세요

‘[펌] 인터넷을 믿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어느 블로그에 올라왔는데 간추리면 대강 이런 내용이다.


인터넷 정보란 누구나 올릴 수 있고 또 급속히 전파되기 때문에, 그 정보가 제대로 된 것인지, 진실인지,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 예컨대 건강이나 인명과 직접 관계가 있는 주제를 다루는 사이트들 (암환자들의 모임, 희귀병 관련 사이트 등)은 이용자들에게,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절대 신뢰하지 말라는 경고를 흔히 붙여둔다. (…) 전에 인터넷을 떠돌던 ??게이츠가 한 10 가지 충고’ 라는 글의 원문 작성자가 빌 게이츠가 아니라 미국의 한 교육학자라는 것. (…) ‘우츄프라 카치아라는 식물을 아세요?’ 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을 떠돌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무나 손을 대면 말라죽지만 한 사람에게 길이 들면 그 사람이 계속 어루만져줘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실제로는 우츄프라 카치아라는, 어디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골짜기에서만 숨어 살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저 풀이란 다름 아닌 우리가 잘 아는 미모사라는 것이다."


그럴싸한 내용이다. 이 글 또한 어딘가에서 퍼왔다는 말머리가 붙어 있을 뿐 인용처는 표시돼 있지 않았다. 인터넷을 믿지 말라고 호소하는 이 글은 과연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식 검색 밖으로 나온 지식들

지식 검색 사이트에 확실한 정보만 있다고 믿는 이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불확실성을 담보하고 취할 수 있는 것만을 취하기 위해 지식 검색을 활용한다.

컴퓨터가 말을 듣지 않을 때, 혹은 구하기 힘든 소프트웨어를 찾으려고 할 때 지식 검색은 아주 유용한 답변을 제공해줄 것이다. 그런데 지식 검색의 질문/답변들이 지식 검색의 테두리를 벗어나 메인 화면 등에서 기사 콘텐츠처럼 제공되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지식 검색이 갖고 있는 맹점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지식 검색을 활용하는 것과 지식 검색에 대해 별다른 비판 의식 없이 포털의 메인 화면을 통해 기사 정보처럼 제공되는 것은 성격이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방귀에 불을 붙이면 폭발하나요?’ 혹은 ‘예쁜 여자 왜 좋아할까?’와 같은 질문들을 트집 잡을 생각은 없다. 다만 그럴싸하고 진지하게 포장된 질문과 답변들의 상당수가 출처가 불분명한 ‘가짜’ 정보이고, 그저 지식 검색을 활용하는 네티즌 다수가 많이 보고 많은 표를 준 ‘인기’ 정보일 뿐이라는 것을 늘 주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포털 마음대로 조절하는 인기 검색어 순위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내용 중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될 것이 또 있다. 바로 ‘인기 검색어’ 순위. 인기 검색어가 과연 네티즌의 관심사를 객관적으로 반영할까?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딸려송’이 네이버의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랐지만, 같은 날 다음이나 엠파스, 야후 등 다른 사이트에는 100위권 내에도 오르지 못했다. 왜일까? 딸려송이 네이버(NHN) 자체 제작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딸려송을 제작한 이들은 당근송 등을 만들어 히트했고, 이를 계기로 NHN에 스카우트된 이들이다. 딸려송 관련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뽑고, 카페나 블로그 화면 등에 공지형 광고를 게재하여 자연스럽게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오르게 한다. 북 치고 장구 치고 혼자 다하는 것이다. 비단 딸려송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기 검색어는 네티즌 관심사의 객관적인 지표가 아니라 오히려 포털 사이트의 광고 채널 기능을 하고 있다.

포털에서 예전에 봤던 기사를 오늘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오산이다. 모 포털 사이트는 ‘14만 원짜리 명품 지우개’ 기사가 게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기사를 삭제해 버린 일이 있다. 차마 함께 지우지 못한 댓글 하나. “14만 원짜리 지우개는 기사도 빨리 잘 지우네.”

문어발 같은 포털의 여러 서비스, 그 주위를 떠도는 믿지 못할 정보들, 믿지 못할 정보라도 재밌거나 자극적이면 덥석 물어버리는 포털들, 입에 쓰면 또한 금방 토해내는 그들의 가벼움과 유치함... 이런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 웹 문서의 신뢰도는 점점 추락하고 있다.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