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3호 http://
금수의 약탈, 인간의 인권

이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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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가 김선일씨 고인의 명예훼손을 내세워 동영상 유포 웹사이트를 차단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한국노총이 정보통신부의 조치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냈다가 문제가 되자 철회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동영상 유포 웹사이트 차단조치가 정부의 한심한 대응에 대한 비판과 파병반대 여론확산을 막기 위한 의도적 조치라는 점에서 반대했던 듯 하다. 얼마 전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서 미국인이 참수되는 똑같은 경우가 있었다. 그 미국의 아들 닉이 죽었을 때 정부는 어떠했는가? ‘무장단체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영상은 전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했고 정부도 방관했다(부모는 끝까지 아들의 피살을 부시의 침략전쟁으로 돌리면서 부시야말로 아들뿐만 아니라 이라크인을 사지에 몰아넣은 ‘대량살상무기’라 비판했었다).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미군에 의한 이라크인 고문과 성폭행이 있고 난 후에는 어땠는가, 부시의 전쟁에 반대하는 한 단체가 성폭행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시하자, 경찰은 이 사건을 ‘인권’이 아니라 애먼 ‘음란물 게시’라는 명목으로 조사 했다고 한다. 내릴 것을 종용한 적이 있다. 이 정도면 완전히 코미디이다.

이렇게 필요에 따라 적용되는 정부의 이중잣대는 고인의 인권을 내세워 정부에 가해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 파병반대 여론의 확산을 막는데만 관심있다는 의구심이 들게 만는다.

거론하기도 싫지만, 미국에 고 김선일씨의 마지막을 패러디한 동영상이 떴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인간이 아닌 금수나 할 짓이다.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대량학살이 이루어진 전쟁은 천만 명 이상이 죽거나 다친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시작됐다. 2차 대전은 전사자가 1차 대전의 약 5배, 민간인 희생자는 50배에 달하는 대량살육 전쟁이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낳은 결과였다.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 중동에서는 미국이 자랑하는 첨단무기 덕분(?)에 벌써 이라크인 10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심지어 최첨단 전자무기시스템으로 오락하듯 사람을 죽이고도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게 되었다. 미군에게 이라크인은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컴퓨터게임의 ‘몹(Mobile Character)’에 불과하다. 여기에 당연히 인권이란 없다.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나 미국의 관타나모기지 교도소에 있는 포로는 인간이 아니다. 위성방송으로 컴퓨터 게임같은 전쟁을 시청하면서 참수 장면을 패러디할 생각을 하는 금수가 만들어진다.

정보통신부가, 정부가 고 김선일씨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참혹한 전쟁터에서 이유 없는 죽임을 당한 망자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금수가 판치는 전쟁에 나설 생각일랑 아예 걷어야 한다. 아니 이 전쟁을 종결시키는 데 팔을 걷어 부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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