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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표지이야기 [교 육 부 이 러 닝, "왜 이 러 니 ?”]
[기획 인터뷰] 교육부 이러닝을 말한다

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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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이다"

[대전 대신 고등학교 박병춘 선생님]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교육부가 말하는 것처럼, 순수하게 공교육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신청자에 한해 EBS 방송을 정규 수업시간 이후에 모아서 보여준다면 이는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 또한 산간벽지에서 사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나름대로 혜택을 주는 것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학교라는 순 기능이 사라진다면 사교육비 23조 원이 획기적으로 준다해도 반대한다.

사교육비 경감에 대립해 학교 현장이 황폐화되면 보이지 않는 피해는 훨씬 크고 때문이다. 기계적인 일방 소통이 과연 교육인가? 교육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향기를 나누는 상호작용이다. EBS 청취에 필요한 기계와 장비를 교실 안으로 밀어 놓고 EBS 방송 보라며 앞뒤로 압력을 받고 게 현실이다. 이건 만행이다. 사랑하는 제자들과 방송 스크린 사이에 서서 보조자 역할로 전락한 느낌이다. 사교육비 절감 효과를 담보로 교육의 기본인 선생님과 학생과의 기본적인 관계가 파괴되는 현상을 방치해 둬서는 안 된다.


“이러닝, 학습보조일 뿐이다”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강성룡 차장]


이러닝의 순기능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러닝은 학습의 보조수단으로서 유용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초중등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습득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통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인성교육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EBS 수능강의는 어떠한가? 아무리 인터넷이 다른 매체에 비해 쌍방향성이 강화되었다고 하더라도, EBS 수능 방송은 입시강의일 뿐이다. 현재 교육부가 사교육비 절감을 이유로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러닝은 안병영 장관도 인정했듯 보조적 역할에 그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주객이 전도되어 버렸다.

특히 EBS 방송에서 수능문제를 출제하겠다는 교육부의 발상은 공교육을 무너뜨리겠다고 공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학벌 중심의 사회문화에서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 학교교육을 살리기는커녕 공교육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교사들을 입시교육의 들러리로 만들어 버리는 EBS 수능 방송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교육(education)을 학습(learning)의 수준으로 전락시켜버린 교육부는 공교육을 두 번 죽이고 있다.


“공교육 보완 역할에 충실해야”

[전국언론노동조합 EBS 지부 이상철 위원장]


처음에 교육부 이러닝이 지침처럼 내려와 충돌이 있었으나 당시 문제들이 원만하게 해결돼 이제는 협력 관계로써 함께 사업을 추진해가고 있다. EBS 수능 방송에 한해서는 노사도 협력하는 관계이며 EBS가 그런 부분(공교육 보완으로써 교육 콘텐츠 제공 서비스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EBS 교육방송의 특화)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실제 EBS 수능 방송의 경우 서울에서는 그다지 효과가 없는 반면 지방에서는 나름대로 큰 효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학생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양의 EBS 교재를 무상으로 나눠준 것으로 안다.

교육이라는 부분이 단시간 내에 효과를 볼 수 없다. 이러닝은 공교육의 보완역할로서 존재해야 한다. 이 역할에 충실히 하는 한 이러닝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양질의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돼야 한다.


“수업 주체는 선생님이다”

[한국교육방송공사 정책기획실 김준한 실장]


EBS는 교육의 본령이다. 학교교육을 보완하고 평생교육을 확충하도록 하기 위해 교육방송법이 제정돼 이를 따르고 있다.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공영방송 EBS가 우리 본령 가운데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이를 구분하겠다.

수업 주체는 선생님이다. 학습에 필요한 동영상을 서버에 구축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서 수업에 활용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갖추어 놓고자 한다. 선생님을 대신하거나 학교 교육에 대치되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아야 한다. EBS 수능 방송을 사교육 시장 수준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게 만들고, 이러닝 지원 체제 안에서 양질의 동영상 콘텐츠 제공을 EBS가 담당하겠다.

이러닝을 계기로 EBS는 교육의 본령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았다. 이 사업은 단기적으로 흐지부지 끝낼 생각 없다. 이것으로 생기는 수익은 모두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재투자 할 것이고, 예산은 투명하고 확실하게 교육 편차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재투자하겠다.


“교육은 면대면이다”

[민주노동당 송경원 (교육담당) 정책연구원]


이러닝 정책은 성공해도 문제고 실패해도 문제다. 교육은 면대면이다. 사교육 시장을 경제적 관점에서만 접근해 국가가 사교육을 시켜주겠다는 정책을 펴낸 것인데, 성공하면 면대면 교육은 파괴될 것이고 실패하면 예산 낭비와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 시장을 경제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려고 하면 공교육 정상화는 결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조적 수단으로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학습, 또는 이러닝의 활용은 필요하다. 그러한 일은 그동안의 EBS가 잘 맡아 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EBS 수능 방송과 이러닝에 절대적으로 기대 교육부가 입시위주 사교육을 대신 시켜주며 이용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본질적인 학교의 면대면 교육까지 파괴하는 행위다. 즉 지금 정책은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 대책’이 아니라 ‘사교육비 절감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다. 그리고 이러닝 정책은 사교육비 절감을 우선시 한 공교육 파괴 정책과 다름없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어떤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지 교육부는 꼭 목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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