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3호 사람들@넷
모두가 다를 수 있는 자유!
비폭력 혁명을 위하여...

김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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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칠레와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적 군사화를 고민해 보는 자리, 한국의 병역 거부 운동에 관해 생각해 보는 자리, 파병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자리, 그리고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군복 벗어 던지기...

마로니에 공원 바닥에 지금 수감되어 있는 병역 거부자 명단을 무대 전체 바닥에 깔고 그 위를 비닐로 덮었다. 무대 주위엔 갖가지 선전물, 퀼트들이 설치돼 있었다. 피스몹(Peace Mob)으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갖가지 제복(군복, 교복, 교련복 등)을 입은 泳宕湧?동시에 제복을 벗어 던지고 국민체조를 췄다. 60, 70 년대 억압과 군사문화의 상징인 박정희 정권으로 대표되는 ‘국민체조’의 음악이 흐르면서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모두 익숙한 듯이 국민체조를 췄다. 국민체조가 끝나면서 가운데 마련된 쓰레기통에 모두 제복을 벗어 던져 버렸다.

무대의 한 가운데는 몇몇 군인들이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전쟁에 지쳐 집에 가고 싶紵求?군인을 상징한다고 한다.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얼굴에는 하얀색 페이스 페인팅을 한 병역 거부자들을 상징화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무대 앞쪽으로 길게, 개인의 군사주의 지수를 알아볼 수 있는 징검다리 퀴즈판이 설치돼 있었다. 퀴즈판을 밟으면서 남인사마당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한쪽으로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또 다른 프로그램인 퀼트가 설치돼 있었다. 엽서 모양으로 자른 광목천에 평화의 메시지를 그리거나 적어, 양면 테이프로 일단 고정하고 행사 이후에 재봉질을 해서 퀼트를 완성했다. 또 무대 한쪽으로는 가판이 설치돼 있어 파병반대 서명과 대체복무제 도입 서명을 받고 부러진 총과 티셔츠도 판매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판매원 역할을 맡고 있던 한홍석씨를 만났다. 한홍석씨는 “내 양심에 따라 병역거부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병역 거부도 자신의 양심에 따라 하는 것이라면 국가에서 이를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느냐”며, “현재 교도소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많이 수감돼 있는데 하루 빨리 석방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병역 거부자들의 인권’

한홍석씨가 주로 이용하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의 인권’ 카페를 개설한 사람은 김기범씨다. 개설한 지 2년이 돼 가는 지금은 2명이 이 카페를 관리·운영하고 있다. 처음 개설 당시인 2년 전에는 회원이 10명에 불과했지만, 이라크 반전 여론이 확산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현재는 1400여명으로 늘어났다.

모두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도 아니며, 병역거부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아니다. 지금도 게시판에는 병역거부자들의 모임을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더 많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카페 문을 닫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혹시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더 많아서가 아닐지... - -;

“나도 군대 갔다 왔소이다∼”

김기범씨는 카페를 개설하게 된 동기가, “대학 때 정치외교학과에서 하는 ‘인권의 정치’라는 강좌에서 조별 활동을 한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당시 조별 발표 주제가 ‘우리나라 사회에서 군대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었는데, 발표 과정에서 그는 남한 사회가 군대 때문에 형성된 문화로 인해 인권이 심각히 침해받고 있다는 것에 놀라 병역 거부와 관련한 카페를 개설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병역을 거부하지도 편한 군대로 빠지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 ‘병역거부의 의미를 보다 깊이 이해하려면 군대를 다녀와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용기를 내서 군대를 현역으로 갔다 왔다. 사실 당시에는 군대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고 피하고 싶기도 했다고 한다. 비록 그때는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그 덕분에 지금은 군대 문제를 좀 더 폭넓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군대가 인권을∼

김기범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오태양씨의 양심적 병역거부 강의를 듣고 <오마이 뉴스>에 글을 올렸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새정치국민회의 청년특별위원회에서 일을 하면서 더욱더 병역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신계륜씨의 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징병제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었는데 정작 군대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군대 문제의 근원을 찾아 사람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적 가부장 사회나 여성 성차별도 모두 군대문제와 연관된 것으로써 군대 문제를 폭넓게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의 경우에도 상하 조직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또한 군대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그는 바라본다. 김기범씨도 “개인적으로 군대를 다녀옴으로써 자기 색깔을 잃고 현실과 타협하게 된 점이 있다”며 “사회에서 군대 다녀오는 것을 미화시키는 것 같다”고 한다.

“아직은... 힘들어... 그래도...”

카페 관리를 하는데 있어서 사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찬성하는 사람보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 운영하는데 좀 어려운 점이 있다고 김기범씨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개인적으로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병역 거부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카페 공간이 됐으면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한 만큼 함부로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운영을 하거나 조장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더불어 “이렇게 병역 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만으로도 만족한다”?“자율적인 분위기의 카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박한 소망을 남겼다.

(http://cafe.daum.net/antimili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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