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3호 과학에세이
과학상점에 거는 기대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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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근처에 자리잡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는 동료가 자주 두드러기와 가려움 증세로 고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짚이는 게 있어서 동네 약국에 가서 그와 같은 증세로 오는 사람들이 더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동료가 약국에서 확인한 바로는 똑같은 증세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고 했다. 모두 그 동네에 살기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의 원인을 찾는 일이 보통 사람들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고 보면, 그 문제가 공단으로부터 오는 오염물질 때문이라고 간주돼도 기껏해야 이사가 처방의 하나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은 우리 삶의 구석구석까지 파고들면서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과학기술의 긍정적인 측면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프라이버시와 인권 침해, 환경 파괴, 핵 문제, 생명복제, 첨단기술에 의한 대형 사고의 빈발 등, 과학기술이 지닌 가공할 위험은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부족한 상황에서 필연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관료들과 관변의 과학기술자들이 정책방향을 결정하기만 하면 별다른 저항없이 추진되는 터이니, 과학기술의 사회적 통제란 우물가에서 숭늉찾고 싸전에서 밥 달라는 격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 과학기술의 사회적 통제를 위한 참여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과학기술에 대한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한 형태로써 대전에서는 과학상점운동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시민참여연구센터(http://www.scienceshop.or.kr)가 바로 그것이다. 과학상점이라? 어떤 상품을 취급하세요, 하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오해는 마시라. 과학상점은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관련된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동네 구멍가게처럼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며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는 곳으로,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과학기술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 요청받아, 연구기관이나 대학의 연구자들이 시민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역에 기반한 비영리 연구센터이다.

과학상점을 통하여 과학기술자들은 지역 주민들의 삶을 살피고 자신의 일과 전문지식의 사회적 의미를 곱씹으며, 실천적 과학기술의 모습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시민참여연구센터는 과학기술자들이 가진 지식의 극히 일부라도 사회적 약자와 지역사회를 위하여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시민참여연구센터가 내세우는 슬로건은 ‘사회적 약자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참여연구’이다. 시민참여연구센터의 과학상점운동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고, 나 스스로의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자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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