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3호 Cyber
패러디는 저작권법 위반인가?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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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가 이처럼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을까. 헐리웃의 미모지상주의를 비웃으며 각종 동화를 풍자하는 슈렉2는 개봉하자마자 가뿐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패러디 콘서트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어느 신문사에서는 ‘반부패/부패 패러디 웹 작품 콘테스트’를 한다고 하고, 각종 포스터와 CF를 이용한 ‘쓰레기만두 패러디 시리즈물’은 인터넷 어디에서라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대통령 탄핵, 국민연금, 이라크 파병, 행정수도 이전, 어쨌든 이슈만 뜨면 관련 패러디 물은 어김없이 나타난다. 인터넷 시사 패러디와 관련하여 정치평론 사이트의 대표가 급기야 기소되기까지 했다. 이쯤해서 패러디 물과 관련된 법적인 쟁점을 짚어보자.

어디까지를 패러디로 볼 수 있을까. 패러디란 표현형식을 불분하고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원작의 약점이나 진지함에 대해 이를 흉내 내거나 과장하여 왜곡시킨 다음 그 결과를 알림으로써 원작이나 사회상?대하여 비평하거나 웃음을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한다.

사회현실에 대한 패러디는 저작권법 위반(?)

패러디로 인정된다면 저작권 침해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 패러디는 원작에 대한 파생적 저작물이 아닌 완전히 독립된 저작물이며, 원작의 시장적 가치를 침해하지 않고 원작자가 저작물이용을 허락할 가능성이 없으며, 패러디 자체로 문화의 향상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 그 논거이다. 따라서 단순한 번역, 편곡, 변형의 수준이고 창작성이 없다고 보여, 독립된 작품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라면 패러디가 아닌 그냥 저작권 침해물이 될 수도 있다. 또 원작이 아닌 사회현실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저작권의 침해라는 주장이 있다. 원작자가 저작물 이용을 허락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논거 중의 하나인데, 사회현실을 풍자하기 위한 패러디는 원작자가 저작물 이용을 허락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법원은 가수 서태지의 노래를 흉내 낸 가수 이재수의 음반 ‘컴배콤’이 서태지의 ‘컴백홈’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패러디로서 보호되는 것은 해당 저작물에 대한 비평이나 풍자적인 것이지 해당 저작물이 아닌 사회현실에 대한 것까지 패러디로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법원의 입장이 계속된다면 ‘쓰레기만두 패러디 물’, ‘대통령 탄핵’, ‘국민연금’, ‘이라크 파병’, ‘행정수도 이전’ 등 각종 사회현실에 대한 여러 패러디 물은 저작권법위반이라는 판단을 받게 될 것이다. 다만 법원이 위와 같은 이유 이외에 “개사곡은 원곡의 특징을 흉내 내어 단순히 웃음을 자아낼 뿐 비평적 내용을 부과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상업적 목적으로 원곡을 이용했으며, 원곡을 이용한 정도가 원고의 사회적 가치저하나 잠재적 수요하락이 될 수 있는 경우에는 패러디로서 보호 받을 수 없다”는 다른 요소까지 고려하여 저작권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고, 이런 판단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니, 앞으로 사회현실에 대한 모든 패러디물이 저작권위반이 될 것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는 명예훼손

비평과 웃음을 이끌어 내는 패러디의 특성상, 명예훼손이라는 불법행위가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패러디에 관한 판례는 아니었지만 우리 법원은 일간지 만평에 대하여 “만평이나 풍자만화의 경우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려면 작가의 의도, 소재가 된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해 독자에게 어떤 인상을 줬는가를 봐야 한다”며, “희화적으로 묘사하거나 견해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하면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관련지어 다시 판례를 해석해 본다면 단순한 의견의 표현을 넘어 구체적인 사실이 적시되었다면 패러디물이거나 일간지의 만평이라고 하여 명예훼손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 된다.

선거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엄격한 선거법을 피하기 위해서는 더욱 좁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문서, 도화의 배포, 게시가 금지된다. 후보자와 관련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것도 금지되며, 후보자를 비방하는 것도 안 된다. 선거운동 기간 전에는 선전시설물 등에 의한 선거운동도 금지된다. 따라서 단순한 의견개진이라고 판단되는 수준이 아닌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 사실적시 여부가 불분명한 내용은 선거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작권자 패러디의 검열자”

미국의 Nelson 판사는 “Oh Pretty Woman”을 패러디하여 만든 “Pretty Woman”의 저작권 위반 여부에 대한 사건에서 “비판으로서 패러디가 지니는 사회적 가치가 패러디 판단에서 중요한 것이며, 패러디가 원작의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면 저작권자를 패러디에 대한 검열자로 만들어 버릴 우려가 크다”는 의견을 냈다. 저작권자나 검찰에서 아직은 여러 가지 패러디 물을 일일이 문제 삼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서 그리고 차후에 법위반 여부를 문제 삼을 사건에서는 패러디 물에 관한 좀더 유연한 해석이 있었으면 한다. 패러디물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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