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3호 여기는
메일 용량 경쟁에 관한 네티즌의 생각

이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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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뉴스가 발표됐다. 구글에서 1기가 메일 계정을 준다는 것이다! 이 거짓말 같은 소문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현재 테스트판을 운영중인 구글 G메일(http://gmail.google.com)에 관한 네티즌의 관심은 실로 폭발적이다. 구글은 네티즌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검색엔진이고, 바로 그 구글이 제공하는 웹메일 서비스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아온 터였고, 파격적인 용량 외에, 구글의 시험판 서비스에는 기존 사용자의 ‘초대’ 를 받아야 계정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또한 네티즌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쉽게 계정을 구할 수 없다 보니, G메일 초대 권한이 생겼다는 글에 수십 개의 답글이 달리고, G메일 계정을 얻은 경우 그 기쁨을 블로그에 표현하는 게 유행처럼 돼버렸다. 공짜 메일 계정 하나 얻은 것일 뿐인데 말이다.

어떤 블로거는 아예 초대 정보를 나누는 ‘G메일 나누기 블로그’를 만들기도 했으며, 미국의 淪?岵?온라인쇼핑몰 이베이(ebay.com)의 경매 코너에는 G메일의 초대 권한을 사고 팔기도 한다. 옥션 같은 국내 경매 사이트에도 매물이 등장하긴 했지만 반응은 별로 신통치 않아 보인다. 문화적 차이일까?

구글의 G메일 서비스에 대한 네티즌의 의견은 크게 세 가지 부류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구글 검색엔진에 대한 인기에 힘입은 네티즌의 폭발적 관심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로 실제 사용해보니 어떻더라 하는 후기 혹은 리뷰 성격의 글, 그리고 또 한 가지 유형은 G메일에 관한 비판적 시각이다.

메일 내용을 검색 엔진이 수집한다는 점에서 개인 정보 유출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들도 많이 있는데, ‘그래도 구글이라면! 믿을 만 하다’ 라는 문장으로 끝맺음하고 있는 글들 또한 많다. 물론 이 부분은 정식 서비스 이후에도 계속 제기될 문제이다.

G메일의 상륙을 앞두고 기존의 메일 서비스업계는 이용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용량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한메일이나 드림위즈 등 몇 개 서비스는 이미 100메가로 용량을 늘렸으며, 그 중 일부는 500메가 혹은 1기가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웹메일 사용시 가장 고려하는 점은 이용편리성’ 이라는 기사가 보도됐는데, 공교롭게도 G메일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다음(한메일)에서 자체 조사한 자료였다. 평범한 내용이라도 시기가 절묘하면 의심받는 법이니 어쩌랴.

모 인터넷조사기관에 따르면 용량 확대 경쟁 이후 일별 이용자 증감을 조사한 결과,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관계자는 ‘현재 용량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네티즌이 많고, 오히려 용량보다는 기능 개선에 더 민감하다’ 고 설명한다. 용량 증가가 능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네티즌들이 단지 용량 때문에 G메일을 선호하는 것만도 아닐 것이다. 메일 용량 확대 경쟁이 이용자들에게 차별성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업체의 비용 부담만 늘게 되어, 서비스 전반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G메일의 경우 실제 서비스 오픈 이후 원하는 아이디를 얻는 것이 그리 쉽지 않고, 갑작스런 사용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예상보다는 메일을 변경하는 네티즌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편리함’을 정의할 때 개인의 생각이 모두 다를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자잘한 기능을 줄이고, 대신 정리 기능을 강화한 G메일이 더 편리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금까지 사용해온 익숙한 사용 환경이 곧 편리함일 수도 있다. 현재로도 딱히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다른 계정으로 옮겨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고, 또한 바뀐 이메일 주소를 알려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고려한다면 이 가능성은 좀 더 낮아진다.

어떤 분의 초대로 G메일에 테스트 계정을 만들어 써보고 있는데, 지금 사용하고 있는 메일을 포기하고 G메일을 사용하게 될 것 같진 않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전화번호처럼 현재의 메일 주소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별다른 불편도 느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청만 하고 쓰지 않는 메일 계정이 생긴다면 그것도 자원 낭비 아닌가. 어쨌거나 G메일에 대한 관심, 식지 않는 더위처럼 여전히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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