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4호 http://
전쟁같은 삶 그리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이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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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전쟁기술은 우리의 일상에 아주 깊이 들어와 있다. 그 중 정보통신기술은 그 기반이랄 수 있는 인터넷에서부터 최근 상업적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위치추적기술(GPS)까지 전쟁기술에서 유래한다. 최근 삼성SDI가 휴대폰 ‘친구찾기’라는 기능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던 해고노동자의 위치를 추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쟁같은 삶의 한 단면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반에도 못 미치고, 가처분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절대빈곤 가구의 비중은 1996년 5.92%에서 2000년 11.47%로 증가했다. 임금노동자 상위 10%와 하위 10% 사이의 임금격차가 2000년 4.9배에서 2003년 5.6배로 벌어졌다.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지니계수도 1996년 0.296에서 2000년 0.358로 급증했다. 이쯤 되면 사회안전이 위협받기에 충분하다. ‘아름다운 재단’이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고 로또가 나서서 희망을 불어넣는 것도 정도가 있다. 삼성의 ‘나눔’이란 허울아래에서 노동3권과 정보인권이 짓밟히고 있을 뿐이다.

최근 이유없이 20여명을 처참히 살해한 짐승보다 더 한 살인마가 잡혔다. 겁나는 세상이다. 그동안 경찰이 뭐했는지를 따져보지만 앞으로 잘 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있는 자들은 삼성이 지은 ‘타워펠리스’로 들어가고 비슷한 기능을 가진 건물들이 계속 들어서도 빈자리가 없다. 김대중 정부 때 시도하다 실패한 바 있는, 경비업체에 총기를 소지하는 법이 다시 등장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정부는 경쟁력 있는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IT와 BT(Biology Technology)를 합친 BIT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한다. 테러를 빌미로 한 다양한 생체인식기술이 선을 보이더니 최근에는 미아를 찾기 위한 신원확인 유전자D/B를 만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부터 의료, 보험, 심지어는 장애인, 노숙인들까지 정보가 D/B화되고, 여기에 생체기술이 합쳐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경찰이 나서서도 안되고 경비에게 총을 맡겨도 안 되는 사회안전은 정보통신의 몫(?)이다. 길거리에 CCTV 설치하고, 위치추적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전국민 D/B에 기반한 BIT 기술을 동원해서 분리·배제하여 그들만의 울타리를 칠 것이다.

인권단체가 모여 눈이 펑펑 쏟아지는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해서 만들어진 기구가 국가인권위원회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견제로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기구라 해도 그나마 사회적 약자가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고 있다.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독립기구로서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새삼 중요한 시점이다.

‘농성이라도 들어가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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