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4호 나와
커뮤니티는 어떤 가능성을 꿈꾸는가?

김혜진  
조회수: 3389 / 추천: 58
김혜진(이하 김): 인터넷 카페를 기획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은?
정현주(이하 정):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카페를 발견하고 소개할 때, 그리고 그 ‘카페’라는 공간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멤버십을 느끼며 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북크로싱 카페 운동’이나 ‘기아체험 카페’를 꼽을 수 있다.

김: 커뮤니티를 기획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정: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 공공장소에 가면 사람들의 행위 패턴이나 기호를 관찰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그들이 찾아가고 싶은 길을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요즘엔 미니홈피나 블로그, 카페를 ‘미디어’라고 정의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정: 미디어를 사적인 개인이 공적인 개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수단으로 본다면 맞다. 커뮤니티가 그런 전환의 ‘날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실례로, ‘촛불시위’나 고 김선일씨 추모 열기의 확산도 온라인 카페가 중요한 매개가 됐고, 그 역할은 미디어의 성격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김: 요즘 커뮤니티가 초창기 온라인 커뮤니티와 차이가 있다면 어떤 점인가?
정: 블로그나 미니홈피와 같은 1인 커뮤니티가 인기를 얻고 매우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의미의 ‘생활의 정치’가 가능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모래알처럼 작은 개인이라도 보다 넓은 과정에서 퍼블리싱이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김: 커뮤니티가 가진 긍정적인 새로운 가능성 중에 하나를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나?
정: 90년대 중반엔 프리랜서 비평가나 독립비평 집단 등이 다른 목소리를 냈지만 지금은 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도 공적인 차원으로 쉽게 퍼져 나간다. 비평가들이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때와 다르다는 점에서 생활 속의 민주주의가 좀 더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교통 개편으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만 봐도 정말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의 의견이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공론화되고 있다. 외진 지역의 사람들이나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운 점도 빨리 여론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 커뮤니티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점은 어떤 부분인가?
정: 커뮤니티도 하나의 사회라고 본다. 하나의 사회인만큼 갈등이 있기 마련이고,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선 원칙이 필요하다. 철학을 가지고 원칙이 세워져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다. 또 개인 비방이나 개인 저작권에 대한 갈등이 요즘 더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간주되는 카페에 대한 시각도 다양하다.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이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합의를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이건 나의 숙제이기도 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네티즌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