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4호 표지이야기 [시 민 사 회 단 체 정 보 통 신 정 책 들 여 다 보 기]
시민사회단체 홈페이지, 접근성 ‘빵점’
설계 시 이용자의 환경에 대한 고려 없어...

오병일  
조회수: 4916 / 추천: 53
지난 2002년 함께하는시민행동은 공공기관 홈페이지의 정보접근권 보장 실태를 조사하고 이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공공기관의 홈페이지가 특정한 브라우저에 최적화돼 있거나, MS 윈도가 아닌 운영체제에서 전자정부 기능을 이용할 수 없거나, 장애인의 웹접근성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홈페이지 역시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다. <네트워커>가 인터뷰한 대부분의 단체들은 브라우저 호환성이나 장애인의 웹접근성을 거의 고려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공공기관과 민간단체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인권과 공공성이라는 가치에 기반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단체, 장애인 웹접근성에 대한 인식 거의 없어...

시각장애인의 경우, 화면에 표시되는 내용을 소리로 들려주는 ‘스크린리더’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웹사이트를 검색한다. 하지만 웹사이트가 이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도록 설계돼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에 포함된 이미지에는 이것을 인식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동일한 의미를 갖는 대체 텍스트를 제공해야 한다.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IMG 태그의 ALT 옵션에 붙여주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아도 비장애인들의 홈페이지 검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런 작업은 흔히 방기되기 쉽다. 갈수록 화려하게 멀티미디어화 되어 가는 인터넷 환경이 장애인들에게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나마 장애인 인권운동 단체들은 이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보자료분야 담당인 박성희 간사는 “홈페이지를 설계할 때 장애인·노인 등의 정보통신접근 향상을 위한 권장지침을 준수하고 있다”며, “제작할 때 조금 더 신경을 쓰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마인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기사를 녹음해서 오디오 파일로도 제공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인식의 확산을 위한 ‘교육’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노동조합 홈페이지 제작 사업을 해온 노동네트워크의 이용근 사무국장은 “지금까지는 장애인의 웹접근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못했다”며, “장애인 웹접근성 보장의 중요성과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우선 교양부터 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용자의 환경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진보적 정보통신 정책에 대해 고민해왔던 진보네트워크센터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홈페이지 역시 웹브라우저 호환성 문제는 반영해왔으나 장애인 웹접근성에 대한 고려는 하지 못했다. 다만, 현재 준비중인 홈페이지 개편 시에는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반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편적 접근을 위해 장애인 웹접근성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많은 단체들이 익스플로러 환경에서만 테스트하거나, 컴퓨터 사양이 고급화되면서 홈페이지 사이즈를 확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인터넷 상에서 방문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넷스케이프나 모질라 등 익스플로러가 아닌 브라우저를 쓰고 있는 이용자가 7%, 화면 해상도가 800*600 이하인 이용자가 5.2%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640*480 환경을 쓰고 있는 이용자도 있었다.

역으로 이러한 수치는 대부분의 이용자가 익스플로러를 쓰고 있으며, 1024*768 이상의 환경에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5~7% 라는 수치는 결코 이들에 대한 접근성을 무시할 만큼 적은 수치는 아니다. 낮은 속도의 회선, 열악한 하드웨어를 가진 이용자를 고려한다면 무거운 이미지 파일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 웹접근성 정책이든, 브라우저나 해상도에 대한 정책이든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환경, 특히 열악한 환경의 이용자에 대한 세심한 고려다.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해서 홈페이지의 설계를 하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홈페이지 운영 전담자를 두고 있지 못한 대부분의 단체들에게는 추가적인 작업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홈페이지를 설계할 때 기술과 기획은 있을지언정, 소수자를 배려하는 관점과 정책이 없었다는 점만큼은 반성해야 하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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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정보통신 정책 가이드라인

▷ 게시판 운영원칙

- 홈페이지 운영자의 자의적인 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게시판의 목적과 규제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한 운영원칙을 제정하도록 한다. 운영원칙은 단체 구성원과 네티즌 사이에서 토론된 결과여야 한다. 자신의 글이 규제된 사람에게는 반론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한다.

- 글쓴이에게 고지 없이 글쓴이의 IP 주소를 남기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다. IP 주소를 남기지 않거나, 최소한 글쓴이에게 사전에 고지돼야 한다.

▷ 개인정보보호정책

- 이용자나 회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단체들은 개인정보보호정책과 관리 책임자를 두도록 한다.

- 개인정보보호정책은 개인 정보 수집 목적, 수집 범위, 보유 기간과 폐기 방법, 제3자 제공의 원칙, 기술적 보안 방법, 보호 책임자의 연락처 등을 포함한다.

▷ 정보공유 라이선스

- 홈페이지의 특성상 다양한 사람이 제작한 콘텐츠가 존재하고, 이용자가 생산한 콘텐츠의 저작권은 각 이용자에게 있게 된다.

- 각 단체에서 생산한 콘텐츠에 대해 정보공유 라이선스를 채택하면 신뢰성 있게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수 있다. 이용을 제한하는 별도의 조건이 있다면 이를 홈페이지에 미리 고지하도록 한다.

▷ 정보접근권 보장

- 장애인·노인 등의 정보통신접근 향상을 위한 권장지침을 준수한다. (http://web.icm.or.kr 참고)

- 제작할 때 가능한 여러 웹브라우저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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