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4호 장애없는
장애인콜택시

김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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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에서 간혹 장애인표지가 그려진 승합형의 노란택시를 볼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한 교통수단이다. 원활한 제공을 위하여 장애인복지법상 1,2급 이상의 중증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콜택시를 이용하려면 필요이상의 신상정보를 드러내야 한다. 처음 콜택시를 보내줄 것을 요청하면 이름, 장애유형, 장애등급, 주소를 요구한다. 질문 하나 하나에 일일이 대답하는 것이 몹시 씁쓸하다. 이러한 개인정보는 콜센터에 데이터화돼 이후에 같은 장애인이 이용할 때나 콜택시 운전자 배치 관리에 편리하게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유가 빈약하다. 이후 이용할 때 콜택시 이용 자격이 있다는 확인만 될 뿐이다. 콜택시 운전자가 신청한 장소에 도착해서 본인 여부를 다시 확인하기 때문에 여러 정보가 필요 없다. 물론 불특정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정도의 확인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름과 장애유형과 등급, 차를 부른 장소만 알면 되지 않는가.

이러한 서울시의 장애인콜택시 이용에 따른 개인정보 수집에 따른 문제들은 몇 가지 차별적인 인권침해 요소를 지니고 있다.

첫째, 장애인콜택시를 제외한 어느 택시도 승객에게 일일이 개인정보를 묻지 않는다. 비교적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하지만, 엄연히 택시요금을 내는 승객이다.

둘째, 순차적으로 개인정보를 말하도록 하는 자체가 심리적 억압으로 작용한다. 하나라도 말하기를 거부하면 이용원칙에 어긋나서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택시를 탈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셋째, 이용 자격을 장애등급 1,2급에 한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등급 판정은 판정기관의 자의에 의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합리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거동이 매우 불편해서 활동 보조가 필요한데도, 보조기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활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낮은 장애등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장애인을 위한 지원 정책들이 만들어져도 오히려 장애등급제도로 인해 장애 속에서 가중된 소외를 겪어야한다.

장애인콜택시제도는 필요이상의 개인정보보호 침해 외에도 운전자들에 의해서 인권침해가 있었다. 중증장애인들에게 불필요한 질문들을 하거나,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여 아이 대하듯 하는 행위들이다. 특히 장애여성들은 노골적인 불쾌함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장애인은 복지 서비스 대상이라는 것 때문에 도움을 이유로 개인정보의 수집이나 유출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

필자는 서울에서 지금의 남양주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남양주 내의 여러 장애인 관련 단체들이 보내는 우편물을 받고 당혹했었다. 장애인을 모시고 잔치를 하겠다는 어느 단체의 초청장, 장애인의 날에 기념식을 하니 참석하시면 많은 선물이 준다는 안내문, 신청하지도 않은 지역에서 발행하는 장애인 신문 등을 지금도 간혹 받게 된다. 전화로 이사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내가 장애인인지, 이름과 주소를 알았는지, 경로를 따져 물어도 죄송하다는 말뿐이다. 전입신고를 통해 기록된 사회복지 대상 등록을 제공받았을 것이라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추측할 뿐이다.

지금은 장애인콜택시 운전자들에 대한 서울시의 처우 문제로 노조를 결성하면서 장애인 운동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인식개선이 되어 다행이지만, 문제는 운전자가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공공기관의 성찰없는 관행과 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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