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5호 http://
언어 다양성, 문화 다양성 그리고 인터넷

이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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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장군이 어느 언론매체를 통해서 말하기를, “앞으로는 인터넷 때문에 군사쿠데타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보화의 진전이 보수언론을 무력화시키고 선거를 포함하여 정치변동을 주도하고, 한편으로는 사회운동의 문화와 형태를 변화시키는 포괄적인 문화혁명을 이끌어낸 것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한국의 정보화는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가파르게 진전되고 있다. 초고속 통신망 사용자가 천백만에 이르고 인터넷 이용자가 인구의 2/3에 달하는 3천만 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보화의 상업적 진전도 하루가 달라서, 일본의 포탈사이트에 한국이 대거 진출했다는 소식은 이미 오래 전 일이고, 최근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인터넷의 본토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라이코스를 인수했다고 한다. 더구나 리니지와 같은 한국의 인터넷 게임은 전세계 인터넷 게임을 평정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의 게임매니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한다.

이런 정보화의 진전을 두고, 어떤 이는 국토가 좁아 초고속 통신망을 깔기 좋아서 그렇다든지, 또 어떤 이는 쉽게 달궈지고 쉽게 식는 민족성을 들기도 하고,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했던 슬로건 등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어찌됐든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한글 그 자체의 우수성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음을 먼저 쳐서 의미에 맞는 글을 찾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중국어, 일본어와는 비교할 바 아니다. 나름대로 빈도수를 감안했다고 하는 배열의 영어자판조차도 컴퓨터 자판에서 왼손으로는 자음, 오른손으로는 모음을 치면서 자기 완결성을 가지는 한글에 비교할 바 못된다.

초고속통신망과 같은 인프라 스트럭쳐, 글을 퍼다 나른다든지 하는 인터넷의 특성, 여기에 콘텐츠의 생산에서부터 거의 실시간에 댓글을 다는 것이 가능한 한글이 있어, 엄청난 정보화의 진전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효과로 전세계 모든 워드프로그램을 평정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조차도 한국에서는 예외인 이유가 한글이라는 언어의 특수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거버넌스체제가 영어를 기반으로 함으로써 언어 일방성을 강제한다는 주장은 오래된 얘기다. 물론 한국어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천대받기는 마찬가지다. 영어로 교육하는 것을 최상이 지표로 삼고, 스크린쿼터와 방송에서 한국영화 쿼터를 축소하는 것을 우월한 세계로 바라보는 한, 즉 교육을 시장화해서 개방하고 영화와 방송시장 개방을 세계화의 지표로 삼는 한, 한글은 없고 문화다양성도 물론 없다. 더구나 인터넷에서도 언어다양성, 문화다양성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헛된 공염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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