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5호 미디어의난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는 지역공동체 라디오 운동

조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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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의 공동체 라디오 운동은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드디어 지역공동체 라디오의 시범방송 시행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본격적인 지역공동체 라디오의 정책과 법제화를 준비하기 위해 방송위원회가 계획하고 있는 이 시험방송 사업의 내용은, 전국적으로 시범 방송국 설립 신청을 받아서 이중 수도권 2지역, 비수도권 3지역 등 총 5지역에 지역공동체 라디오 시범방송국 설립허가를 내주고, 방송국 설립 비용 및 프로그램 제작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다양한 공동체라디오의 시범방송사업, 지역 공동체라디오 관심 증폭

전국 각 지역에서 다양한 공동체 라디오의 운영모델과 콘텐츠 제작 모델 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이 시범방송 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그동안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한 제기 정도에 그치고 있던 지역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활성화 될 기회를 맞고 있으며, 실제로 여기저기서 지역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역으로 보았을 때, 아직도 지역공동체 라디오의 정확한 의의가 공유되지 못한 현실에서 방송위원회라는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거기에 가치를 환산하기 힘들 정도로 귀중한 공공 재산인 전파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어느 정도의 지원금이 주어지는 이번 시범방송사업은 어떻게 진행하는가에 따라, 자칫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원래 의의와 무관한 방향으로 흘러갈 위험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시험방송 사업이 올바른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모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방송위원회의 사업 진행과정을 모니터함과 동시에 각 지역에서도 미디어 활동가들과 여러 사회운동단체들이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에 관심을 가지고 시범 방송에 개입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지역공동체 라디오에 관련한 의미 있는 토론회가 두 번 열렸다. 하나는 지난 7월 28일 방송위원회 주최로 열렸던 ‘소출력 라디오방송 도입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이하 전문가 토론회)’였으며, 다른 하나는 지난 8월 14일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와 부안영화제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여 부안영화제 기간에 열린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 운동을 위한 지역 활동가 긴급 전략 회의(이하 전략 회의)’였다. 전문가 토론회의 경우 방송위원회가 추진하는 시범방송의 사업 진행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 회의의 경우 지역공동체 라디오에 관심 있는 각 지역 활동가들에게 시범방송 사업의 내용을 홍보하고 대응전략을 공동으로 마련하기 위한 첫 번째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소출력 라디오방송 도입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

전문가 토론회는 향후 지역공동체 라디오 시범방송에 대한 시행 정책 마련을 위해 방송위원회에서 준비한 토론회로서 주로 전문 연구원, 방송 실무자, 대학 교수 등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가하여,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 방송과 그의 시범방송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제시한 밑그림을 가지고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러나 이 토론회가 시범방송에 대한 실무적인 사항들을 사전 토론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자리임에도,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의미와 공공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황에서 논의가 진행됐다는 한계가 있었다. 많은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단순히 소출력이라는 기술적 관점 위주로 논의를 진행시켰다. 여기에 지역, 계층 공동체들 사이의 소통공간으로서의 지역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관점이 정리되지 못한 형태로 부분적으로 제기됐으나 토론회에 참석한 기존 방송관련 연구자나 실무자들은 지역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지역공동체 라디오를 허가할 때 기존의 지역 방송국(지역 KBS, MBC 등)들의 허가도 맡아야 한다는 한 토론자의 말은, 공동체 라디오를 이러한 공공적 장치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 라디오 방송국이 가진 기득권을 위협하는 경쟁상대로 밖에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례이다. 또한 방송국 운영주체에 대한 문제나 방송국의 설립 및 운영 등에 대해서도 공동체 방송국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채로 논의가 진행되어 좀더 심도 깊은 토론이 진행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시범방송의 모든 뼈대와 알맹이를 구성하는 토론회가 고작 한번, 그것도 실제로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할 지역의 주민이라든가 활동가, 시민단체들이 배제된 채, 이른바 전문가들만의 논의 밖에는 없었다는 점이다.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이 각 지역 공동체들의 능동적 참여가 필수적인 미디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실제적으로 공동체라디오 방송을 할 지역들의 시민들이나 단체들에게 지역공동체 라디오를 홍보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이 없었다는 것은 앞으로의 시범방송 진행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점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게 한다.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 운동을 위한 지역 활동가 긴급 전략 회의

한편 전문가 토론회가 열린 지 2주가 지난 8월 14일 부안에서는 미디액트의 주최로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 운동을 위한 지역 활동가 긴급 전략 회의’가 열렸다. 지역공동체 라디오 시범방송 사업을 설명하고 공동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이번 ‘전략 회의’에서는 부안과 전주, 대구 지역 등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그러나 시범방송을 목전에 두고서 지역 활동가들의 실무적인 시험방송 대비 전략에 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함에도 시간상의 문제로 토론회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실무적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없었던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부안이나 전주, 대구 지역에서 온 활동가들이 차후의 지역공동체 라디오 시범방송이나 입법화 등의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다양한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 운영 및 콘텐츠 모델 등에 대해 공동 대처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논의 틀이 구성됐다는 점은 이번 토론회가 남긴 조그마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전략 회의’가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9월 초에 예정된 지역공동체 라디오 시범방송 공시, 그리고 그 이후의 시범방송 설립과 운영 등의 과정에 있어서 활동가들의 연대 대책 모임으로서의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서두에도 말했다시피 지금 지역공동체 라디오는 이번 시범방송을 계기로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무엇 하나 없다는 것이다. 시범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방송위원회에서도 ‘시범방송을 한다’라는 원칙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보다 빨리 공동체 라디오를 선점해서 지역공동체 라디오를 하나의 진정한 공공적이고 대안적 미디어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많은 지역의 활동가 여러분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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