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5호 이동영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이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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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디스크는 CPU, 메모리(RAM) 등과 함께 컴퓨터를 이루는 주요한 요소이며, 컴퓨터의 성능과 활용성에 영향이 크다. 이번 호에서는 하드디스크의 구조와 작동원리에 대해 알아보겠다.

보통 하드디스크라고 부르는 장치의 정확한 이름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ard Disk Drive, HDD)이다. 디스크는 원반이란 뜻으로 CD(Compact Disk)의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안에 이런 모양의 디스크가 들어 있는데, 여기에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 디스크가 단단한 금속이나 유리 재질로 되어 있기 때문에, 부드러운 필름으로 된 플로피 디스크(디스켓)와 대비시켜 하드디스크라고 불린다.

하드디스크의 움직임, 전축과 비슷

하드디스크의 금속판은 플래터(platter)라고 한다. HDD안에는 적게는 한 장에서 많게는 서너 장 정도의 플래터와 데이터를 읽고 쓰는 헤드가 있다. 하드디스크가 움직이는 모습은 예전의 전축과 비슷하다. 플래터가 전축판이라면 헤드는 전축 바늘에 해당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전축판의 홈은 나선형으로 파여 있는데, 하드디스크에는 데이터가 동심원 모양으로 저장된다는 점이다. 헤드가 일정한 위치에 있고 디스크(플래터)가 회전하면 디스크 위에서 헤드의 궤적은 원을 그리게 된다. 이런 원을 트랙이라고 부른다. 트랙은 다시 섹터라 불리는 작은 조각들로 나뉜다. 이 섹터가 디스크에서 데이터를 읽고 쓰는 기본 단위인데, 보통 512바이트 크기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반도체의 집적도도 대단하지만, 하드디스크도 경이로운 기술이다. 손바닥만한 디스크 위에 수십 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하기 때문에, 디스크 헤드는 백만 분의 1미터 수준의 정밀도로 움직여야 한다. 게다가 디스크가 고속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헤드는 디스크에 닿지 않아야 하면서도, 고밀도로 저장된 데이터를 읽을 수 있도록 디스크 표면에 매우 가까이 근접해 있어야 한다. 최근의 디스크에서는 그 간격이 1억 분의 1미터 수준이다. 디스크가 고속으로 회전한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상상할 수 있다. 제트기가 지면과 사과 한 알 크기의 간격을 두고 비행하는 것에 비유할 정도이다. 실제로 헤드는 디스크가 회전하면서 생기는 공기의 흐름 위에서 뜨는 힘과, 디스크 표면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스프링으로 누르는 힘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이해한다면 하드디스크가 동작하는 중에 절대 충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드디스크의 크기는 여러 가지가 있다. 데스크탑 PC에는 현재 3.5인치 크기를 쓰고, 노트북에는 이보다 작은 2.5인치를 쓴다. 가장 작은 하드디스크는 디지털 카메라 등에 사용되는 마이크로드라이브인데, 동전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데스크탑에 5.25인치 크기를 사용했는데, 크기가 작아진 이유는 고속회전이나 정밀도 등의 면에서 플래터가 작은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플래터가 작으면 그 반대로 용량 면에서는 불리한데, 실제로 서버 등에서 사용되는 고성능 디스크의 경우 표준보다 약간 작은 3인치 정도의 플래터를 써서 속도는 빠르지만(분당 1만회 회전) 용량은 적은 편이다.

탐색 시간·회전 지연·전송률 등의 성능

하드디스크의 성능은 탐색 시간·회전 지연·전송률 등의 요소로 이루어진다. 탐색 시간(seek time)은 디스크의 헤드가 원하는 데이터가 있는 트랙으로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고, 회전 지연(rotational delay)은 탐색 후 디스크가 회전해서 원하는 섹터가 헤드 아래에 위치하게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헤드가 원하는 위치에 도달한 후 비로소 실제로 데이터를 읽거나 쓸 수 있는데, 이 때 데이터를 읽거나 쓰는 속도가 전송률(transfer rate)이다. 하드디스크의 사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평균 탐색 시간이 나오는데 보통 수 밀리 초(천 분의 1초) 정도이다. 회전 지연은 평균적으로 디스크가 반 바퀴 회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므로, 디스크의 회전 속도가 빠를수록 시간이 덜 걸린다. 최근에 많이 사용되는 7200RPM(분당 7200번 회전) 디스크의 경우 4.2 밀리 초 정도가 걸리게 된다. 전송률은 디스크가 한번 회전할 동안 한 트랙을 읽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역시 회전 속도에 큰 영향을 받고 디스크의 용량과도 관계가 있다.

노트북 PC의 경우 비슷한 사양의 데스크탑에 비해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은데, 보통은 하드디스크의 속도가 느린 것이 원인이다. (노트북용 하드디스크는 아직 4200이나 5400RPM이 많다.) 따라서 빠른 노트북을 원한다면 CPU보다 하드디스크의 사양에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

보통의 경우 헤드를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읽거나 쓰는 데이터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아서 탐색 시간과 회전 지연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시간은 실제로 유용한 일을 한다기보다는 유용한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디스크의 효율을 높이는 관건은 되도록 헤드를 움직이는 횟수를 줄여서 이렇게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흔히 디스크 조각 모음을 하면 컴퓨터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파일이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져 있으면 그만큼 여러 번 헤드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디스크 조각 모음을 한 지가 오래됐다면 한번쯤 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하드디스크는 컴퓨터의 주요 부품 중에서 기계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이다. 기계 기술은 전자 기술에 비해 발전 속도가 늦기 때문에, 하드디스크의 성능은 비교적 느리게 발전해 왔다. 십여 년 전과 비교해 보면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백 배가 넘게 커졌지만 탐색 시간이나 회전 속도는 겨우 두 배로 빨라진 정도이다.

유체 베어링 사용해 소음 줄이기도

하드디스크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부각된 문제가 있는데 발열과 소음이다. 최근의 하드디스크들은 동작 중에는 뜨거워서 만지기 어려울 정도이다. 모든 물체는 온도에 따라 팽창하고 수축하는데, 하드디스크는 엄청난 정밀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런 팽창과 수축이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또한 하드디스크는 고속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컴퓨터에서 나는 소음 중 높은 음 부분의 주요한 원인인데, 요즈음에는 금속 베어링 대신 유체 베어링을 사용해서 소음을 줄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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