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6호 표지이야기 [인 터 넷 종 량 제 의 허 와 실]
KT, 하나로 “재투자 위해 요금제도 개선 필요”
종량제 도입이 서비스질 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 내년을 기점으로 종량제 전면 시행을 목표로...

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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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 등 초고속 인터넷망 서비스 사업자(ISP) 측은 인터넷 사용 요금제를 현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ISP인 KT는 종량제 도입을 위한 새로운 인증 시스템 및 과금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내년 하반기 내에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에 있으며, 2위 업체인 하나로통신 또한 KT와 그 행보를 같이 하고 있다. 모두 내년을 기점으로 어떻게든 종량제 도입을 서두르려는 모습이다. 이들 업자들은 벌써부터 요금 인상에 불안해하는 회원 고객들의 반발을 고려해 ‘부분 종량제’ ‘부분 정액제’라는 과도기적 서비스를 통해 어르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종량제 현실화가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암시해 준다.

“신규 가입자 수, 트래픽 증가율 따라가지 못해”

접속 시간과 데이터 양으로 차등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개념의 인터넷 종량제는 인터넷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트래픽은 급증한 반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회선 증설은 따라 주지 않아 서비스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 속에서 KT를 비롯한 몇몇 전문가에 의해 작년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2000년 초당 평균 21.7기가바이트(Gbps)였던 국내 인터넷 데이터 양은 2001년 49.4Gbps로, 올해 3월은 128.0Gbps로 매년 1.5-2배 정도씩 증가하고 있는 반면, 초고속 인터넷망 가입자 수는 2003년 3월 1천 93만에서 올해 3월까지 1천 142만 명으로 1.04배 증가에 그치는 등 증가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KT의 경우 지난 2000년 말 백본망 트래픽은 22Gbps에서 올해 7월은 242.4Gbps로 11배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172만 명에서 590만 명으로 3.4배 증가에 머물렀다. 매년 2배 씩 증가하는 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해 KT는 2001년에 390억, 2002년 160억 원, 2003년 400억 원을 백본망 증설에 투자하면서 용량을 2000년 46Gbps에서 2001년 132Gbps로, 다시 2002년 233Gbps로, 2003년에는 480Gbps로 늘렸다. 그래도 모자란다는 것이 KT·하나로통신의 주장이다.

“돈이 벌려야 재투자한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자, 작년 6월 KT가 수익성 감소를 이유로 종량제를 추진할 계획을 밝힌 데 하나로통신도 동조하며 종량제로의 선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연구원(KIDIS)에서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한 수익창출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 종량제’ 필요성에 손을 들어 주었다. 계속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요금 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그리고 지난 9월 초 KT, 하나로통신 등 ISP 업체는 잇따라 내년 상반기 또는 하반기 중 전국적으로 종량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다시 한번 인터넷 종량제를 둘러싼 논의에 불을 지폈다.

“종량제 하면 서비스질 높아진다”

KT, 하나로통신 측은 “사용량이 많은 고객의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추가요금을 망·서버 재투자 비용에 투입하면 서비스질이 향상돼 결과적으로는 사용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종량제와 서비스 업그레이드와의 연관성을 흘리고 있다. 망 사업에서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해 재투자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네티즌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종량제에 대한 논란은 한층 현실적이다. ISP 측의 논리대로 종량제가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될 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실질 요금은 상승할 것이다” “이용자 부담만 늘어날 것이다” “KT가 약속을 지킬 리 없다” 등 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불신보다는 볼멘 소리하는 기업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PC통신 시절부터 한국의 정보 통신 역사를 지켜봐 온 IT 업계 한 종사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국내 통신 사업체 1, 2위를 달리는 KT와 하나로통신의 독점적 지위가 저지를 횡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들은 하려고 맘만 먹으면 했다. 어떤 방식의 요금 체계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절대 손해볼 과금제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수익을 올리는 만큼 이용자의 주머니는 얇아질 것이다.”

반면 정액제가 역차별이냐 아니냐, 종량제가 형평성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 등의 논쟁과 함께, 농촌과 도시, 라이트 유저(light user)와 헤비 유저(heavy user), 낮과 밤의 차이를 극복한 합리적인 요금제란 무엇인가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차이 등 보편적 정보 불평등의 문제와 필수재가 돼 버린 인터넷의 가격 변화가 가져올 다양한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변화들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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