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6호 표지이야기 [인 터 넷 종 량 제 의 허 와 실]
정통연 “종량제 해법” 연이어 지적
효율성, 형평성 들이대기 전에 잃어버린 신뢰부터 회복해야

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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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망 서비스 제공업체(Internet Service Provider: ISP)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트래픽 증가에 따라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지만, 수입이 늘지 불투명하다며 투자비용 충당의 어려움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에 따라 KT와 하나로통신은 “수익성 창출을 위해 요금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학계에서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쓴 만큼 돈을 내는 것(종량제)이 보다 합리적인 요금제도”라며 인터넷 종량제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또한 망 사업자들의 이러한 요구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종량제의 타당성을 반증하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와 거들기에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연구원(이하 정통연)은, 작년 6월 발표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한 수익창출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정액제가 사업자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어 사용량에 따른 서비스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어 11월에 열린 ‘초고속 인터넷 성장 재도약을 위한 발전 방안 세미나’에서는 “현재 인터넷이 소수 20%의 이용자가 전체 트래픽 80%를 독점하고 있는 불평등한 구조이며, 정액제로 인해 (메신저와 같은) P2P를 이용한 음반, 영상물 불법복제 유통이 심각해 졌다”고 평가하며, 정액제의 폐해와 함께 종량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올해 6월에는 ‘초고속 인터넷 요금의 국제비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초고속 인터넷 요금이 OECD (정액제를 시행 중인) 20개국 중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고 발표하는 등 현 정액제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액제가 스팸메일과 인터넷 중독자를 양산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와 ‘정액제 죽이기’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ISP 업자들이 뒤에서 힘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에 의해 “KT 본사와 한 건물을 쓰고 있는 정통부는 당연히 KT와 한 짝이 아니겠느냐”며 비판하는 글이 토론방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제는 “저렴한 요금제 덕분에 IT 강국이 될 수 있었다”는 논조의 연구 보고서들은 다시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인터넷 망 불평등 구조’ 지적도...

한편 LG 연구소 한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인터넷 종량제를 하나의 큰 흐름이라고 지적하면서, 효율성 증가와 정보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소비자 성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기반한 상품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해 한 몫 거들고 있다. 또한 현 인터넷망 서비스가 비효율적이며 불평등하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KT·하나로통신 등 ISP 자체 통계 자료와 정통연 보고서는 트래픽 점유 비율이 불평등한 구조라며, 종량제가 보다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KT 측은 “상위 10%가 고객이 70%의 네트워크를 점유하고 있다”고, 하나로통신 측은 “상위 5%의 사용자가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43%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하며 형평성 문제를 들어 종량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속도 불안정, 회선 불안정이 늘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라고 전하고, 거꾸로 피해보는 다수의 저급 사용자들이 정액제 때문에 과다 점유자를 부양하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즉 보다 많이 쓴 사람에게 많은 돈을 내게 하면 트래픽 과다 점유자에 의한 회선 장애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대 70%

종량제 논의가 다시 불거지면서 각종 포털 사이트와 설문 조사 기간에서 종량제에 대한 찬반 의견 조사가 한창이다. 네이버가 약 1만 3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최근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도 69%가 종량제 반대를, 29%가 찬성한다고 나타나는 등 각종 여론 조사에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7:3으로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바보가 아닌 이상 요금을 터무니없이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적게 쓰는 사람이 현 요금제에서보다 싸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종량제를 찬성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종량제 도입되면 (그들은) 인터넷 많이 쓰라는 광고해댈 것이 뻔하다”라면서 결국 이용자들에게 그 부담은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종량제가 과도한 트래픽 점유자에게만 해당될 문제라는 업체 측의 설명을 강하게 반박하는 의견도 많다. 20%에 해당하는 점유자들이 아무리 트래픽을 많이 유발시켰다고 해도, 그들이 과연 매년 2배씩 증가해 온 트래픽과 회선 장애의 주범이어야 하냐는 것이다.

결국 전화 요금의 종량제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수익 극대화를 위해 소비자를 또 다시 우롱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전 국민의 50% 이상을 가입자로 확보해 놓은 KT는 통신 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2003년에는 1조 5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하나로통신도 1조 3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매년 흑자를 내고 있는 상태여서 수익 개선과 형평성을 위해서 종량제를 주장하는 KT·하나로통신은 이용자들에게 잃어버린 신뢰성을 먼저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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