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6호 사람들@넷
꿈은 현실보다 강력하다
수원지역 대안초등학교를 준비하는 사람들

임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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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역 대안초등학교(이하 대안학교)에 대한 최초의 논의는 수원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시작되었다. 아이의 부모가 아파트 내에 있던 기존 어린이집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면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시작하게 되었고, 2003년 방과후교실과 함께 운영하던 것을 분리시키면서 현재의 ‘서수원 공동육아 사이좋은 방과후 조합(이하 조합)’이 탄생하게 되었다.

조합에서 대안학교로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방과후교실 아이들의 하루 일과 중, 일반 어린이집과 비교되는 활동이 ‘나들이’다. 나들이란 말 그대로 아이들이 어린이집 바깥으로 나가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은 나들이를 통해 텃밭을 가꾸고, 택견도 배우며 생명을 소중히 하고 공동체성도 키우게 된다. 또 1년에 1-2회 ‘들살이’라는 짧게는 1박 2일, 길게는 3박 4일 일정으로 어린이집 전체가 떠나는 특별 나들이 프로그램도 있다.

‘들살이’는 단순히 돈을 주고 상업화된 캠프 프로그램에 아이들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계절이나 장소에 제한 없이 아이들이 직접 자연을 보고, 느끼는 적극적인 체험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또 ‘모둠‘ 활동이라는 것을 통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교류하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조합은 공동육아와 조합의 운영방식에 동의하는 조합원들로 이루어지며 공동 출자와 설립으로 운영된다. 조합의 기본 방향은 자연과 놀이를 통해 자연의 본성을 지닌 아이의 모습을 찾아주는 것, 바로 그것이다. 아이의 부모가 직접 만들어 비영리로 운영하는 조합은 2004년 방과후교실과 공동육아 어린이집 조합원간의 첫 모임 이후, 대안학교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이들이 점차 성장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니게 될 제도권 초등학교에 대한 한계와 문제점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이어야 한다

박정근 위원장은 대안학교의 교육철학에 대해 말한다. “스스로 서고, 남과 더불어 사는 삶, 자유롭고 행복한 삶이 그것이다. 우선 이런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 바로 서야한다. 사람이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면, 그 지식은 무의미하다. 혼자 사는 지식만으로는 곤란하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삶과 하나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아이의 ‘개성’이 존중되며, 배움의 속도가 서로‘다름’을 인정하는 교육을 하고자 한다.”

대안학교는 아이가 스스로 교육의‘주체’가 되어 학교를 자신의 공간으로 느끼고, 만들어 나가는 교육, 모든 가치는‘체험’속에서 익힐 때만 자기의 것으로, ‘내면화’된다는 철학으로부터 출발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회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을 하고자 한다. 또한 학교가 있는 지역이 배움의 소중한 공간임을 알고 ‘지역’과 함께 하는 교육, 그리고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와 가치들을 수용하는 교육을 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대안학교의 대안교과 중 주목할 만한 것이 ‘프로젝트 수업’이다. 정한송 교육과정연구 분과장은 프로젝트 수업의 대안적 성격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어느 시기에 일어난 전쟁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그 전쟁이 일어난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그 전쟁과 관련된 음악, 미술 등을 동시에 공부하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는 하나의 전쟁을 통해 전쟁에 대한 다각적 접근, 인식이 가능해진다.”

스스로 원할 때가 적기이다

대안학교는 준비모임을 총 7개의 분과로 나누어 각 분과별로 예비학교를 준비중이다. 최근에는 대안학교에 함께 할 선생님과 ‘대안학교에 대한 기본틀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열심히 학습중이다. 영국의 서머힐, 일본의 키노쿠니, 독일의 발도르프, 미국의 메트스쿨 등의 사례를 공부한 후, 동양적 사상과 관점의 교육방법에 대해서도 준비 중이다.

최무영 대안교육이론 분과장은 대안교육의 목표를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다. 아이가 서른 명이면 서른개의 커리큘럼이 있어야 한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아이의 개별적 특성이 존중되어야 하고 스스로 원할 때, 그때가 바로 교육의 적기이다. 그래서 10년 후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대안교육의 목표다.”

준비모임은 9월부터 12월까지, 수원시민을 대상으로 교양강좌를 열고 있다. 이 강좌는 아이중심의 교육, 개성과 차이를 존중하는 교육, 느리되 튼튼한 뿌리를 강조하는 학습, 즐겁게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는 학교, 너와 내가 함께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학교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자리다. 지난 9월에는 지리산 실상사 도법스님을 모시고 현대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10월에는 작가 홍세화씨, 11월에는 풀무학교 홍순명씨, 12월에는 간디학교 양희창씨와의 자리를 계획중이다.

내년 3월 개교를 계획중인 대안학교는 비기숙형으로 파주의 자자 그리고 과천의 무지개학교, 지리산 실상사 작은학교의 모습을 지향한다. 교사 1인당 10명 안팎의 소규모 학급을 통해 교사와 학생의 인간적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평등과 보편의 원칙에 따라 성, 연령, 인종, 종교, 장애 등으로 인한 모든 차별을 거부하며, 수원지역의 공동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분주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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