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호 여기는
네티즌의 주머니를 털어보자
인터넷 종량제, 쓴만큼 내라

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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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터넷사용료는 실제의 사용량과는 무관하게 일정액을 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인터넷종량제는 실제 인터넷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차등적 요금제를 말한다. 한마디로 인터넷을 적게 쓰는 사람은 조금 내고, 많이 쓰는 사람은 사용료를 많이 내는 방식이다.

KT에 힘을 실어주는, KISDI '종량제 필요하다'

지난 6월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김범준 연구원은 KISDI가 발행하는 '정보통신정책(제 15권 10호, 통권 325호)'에서 '인터넷요금 정액제'에서 '인터넷요금 종량제'로의 전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한 수익창출 방안'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의 '종량제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발표와 맞물린 시점에서 나온 만큼, 종량제의 도입가능성 여부를 놓고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김연구원에 따르면 현행의 정액제 요금으로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수익을 창출하기가 힘들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트래픽에 맞춘 통신망 설비증설이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요금제에도 종량제 개념이 다양하게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업체의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인터넷요금 종량제고, 이렇게 늘어난 수입을 통해 서비스망을 증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얼마전 KT가 발표한 '종량제도입 고민'에 타당성을 실어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 KT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KT코넷(Kornet) 백본망의 경우, 2000년 46Gbps였던 백본망용량을 2001년 12월 132Gbps로,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233Gbps로 늘려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따르는 KT의 투자금액도 증가했는데, 2001년에 390억, 2002년 160억 그리고 올해는 연말까지 백본량 용량을 480Gbps로 늘릴 계획이어서 380억원을 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54K 모뎀으로 돌아가자!

그러나 요금 종량제를 바라보는 이용자들의 심기는 불편하기만 하다. 종량제가 이용자들의 돈주머니를 털어 가는 날강도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더불어, KT는 트래픽을 이유로 종량제를 이야기하지만 종량제로 돈번다고 KT가 증설을 하겠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 freeani의 경우 토론방을 통해 “증설 같은 거 믿지도 않아요. 속도가 나와야지 원...괜히 자기들끼리 영업 잘못해놓고 그 잘못을 서민들에게 떠맡기려는 수작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KT가 적자 난다고 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습니다.”라며 KT의 수익증대에 따라 통신망설비도 증설될 수 있다는 김연구원의 내용과 반대되는 의견을 피력했다.
종량제 도입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보격차의 심화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아이디 mineboo99의 토론글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종량제 시행하면 100% 서민층은 인터넷 사용 못합니다. 서민층이 인터넷 사용료로 한 달에 얼마나 낼 수 있을까요? 분명 종량제로 돌아갈 경우, 패킷당 요금편성이 불가피할 텐데, 그러면 옛날 모뎀사용 때처럼 돈 없는 사람은 쓰지 말라는 소리로 밖에 안 들리는군요".
가난한 사람은 인터넷에 접속하고 나면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는 요금 때문에 접속이 상대적으로 저조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noonccop이라는 아이디 사용자는 '종량제에 대처할 아주 좋은 획기적 아이디어!!!'라는 제목으로 '56K 모뎀으로 돌아가자~'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인터넷 요금 종량제에 대해 이용자들의 반발이 우려되는 만큼, KT나 정보통신부는 무척 조심하는 분위기다. KT측은 '다양한 요금제 도입을 검토' 하면서도 구체적인 시기를 놓고 선뜻 꺼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통부 역시 종량제로 인해 인터넷 이용을 위축시킬 수도 있고, 이용자들의 반발도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요금 종량제에 대한 논의는 '인터넷이용자들을 위한 합리적인 요금제도'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KISDI의 김연구원이 쓴 글처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한 수익창출 방안', 즉 어떻게 하면 서비스업자의 수익을 창출할 수(해줄 수)있을까하는 지점에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인터넷 이용자들과 KT의 한판 싸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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