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6호 기획 [소 프 트 웨 어 스 트 리 밍]
저작권을 침해할까 새로운 지평을 열까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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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스트리밍 개념도
지난 5월,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이하 저작권협회)에서 소프트웨어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한 모 대학교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한편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이하 프심위)는 8월 4일 소프트웨어 스트리밍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이에 소프트웨어 저작권협회와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이하 사소연)은 보도자료를 내는 등 반발했다. 이에 맞서 소프트웨어 이용자의 권리를 찾겠다며 대학 소프트웨어 이용자 협회가 결성되었고, 이후 정보통신부(정통부)의 중재로 논쟁은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개발사협의회가 8월 9일 정보통신부 및 프심위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스트리밍에 대한 저작권 침해 관련 유권해석에 법적인 하자가 있다는 내용의 질의서를 발송해, 소프트웨어와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논란을 촉발한 유권해석은 소프트웨어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트스트림(Z!Stream)’ 개발사인 소프트온넷이 소프트웨어 스트리밍 방식이 프로그램보호법상 프로그램 저작권을 위반하는지를 정통부에 질의하여 나온 것이다. 유권해석을 한 프심위는 소프트웨어 저작권 등 관련 분쟁을 조정하거나 알선하는 등의 기능을 하는 정통부 산하 기관이다.

소프트웨어 스트리밍이란

소프트웨어 스트리밍은 기존의 동영상 서비스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은 스트리밍 기술을 통해 서버에 있는 응용 프로그램 이미지 중 일부를 클라이언트 컴퓨터에서 실행하는 기술이다. 클라이언트는 응용 프로그램을 자신의 저장장치에 직접 설치하거나 전체를 다운로드하지 않고, 실행에 필요한 부분만 네트워크를 통해 서버에서 스트리밍해 실행하는 것이다.

다른 유사한 방식으로 서버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클라이언트에는 전송된 화면만 보여주는 서버 수행 방식이나, 소프트웨어를 원격으로 클라이언트에 설치, 실행하거나 관리하는 클라이언트 설치방식이 있다. 소프트웨어 스트리밍 방식은 소프트웨어를 클라이언트의 주문에 따라 스트리밍하여 클라이언트에서 실행하고, 서버에 걸리는 부하는 네트워크를 이용한 가상 페이징 기술로 최소화한다. 기존의 서버 수행 방식은 서버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클라이언트는 입출력만 담당했던 것에 비해, 서버의 부하를 네트워크나 클라이언트로 분산하는 것으로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일부분이 서버에서 클라이언트로 스트리밍되고 때에 따라 캐시파일로 저장되기 때문에, 저작권협회는 이 부분이 저작권상의 전송권과 복제권을 침해한다고 문제삼은 것이다.

소프트웨어 스트리밍을 둘러싼 양쪽의 입장

8월, 프심위가 내놓은 유권해석은 ▲클라이언트 컴퓨터에 남는 캐시파일, 서체파일 등의 프로그램이 복제권을 침해하는지 ▲서버에서 클라이언트로 불러오는 인코딩과정이 개작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저작권자가 동시사용라이선스를 제시하지 않았는데, 다른 라이선스 범위에서 소프트웨어 스트리밍을 사용하는 것이 전송권을 침해하지 않는지에 대해 검토한 것이다.

이 중 앞의 두 가지 상황에 대해서는 소프트웨어 스트리밍 방식으로 생성된 임시파일은 일반 사용자는 그 내용을 알 수 없고 독자 구동되지 않기 때문에 복제권을 침해하지 않고, 인코딩과정에서도 해당 코드나 파일에 대한 수정이 일어나지 않아, 일반적인 방법으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경우와 비교해도 특별히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라이선스 쟁점의 핵심이 되는 것은 세 번째 사항이다. 프심위는 이에 대해 캠퍼스 허용의 라이선스의 경우, 특별히 전송허락이 없다고 해도 구성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이기 때문에 계약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특히 “저작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사용자가 희망하는 합리적인 라이선스를 제시하지 않고, 1PC 1License 정책만을 강요하는 등 라이선스에 대한 부당한 차별 정책(예컨대, 외국에서 사용하는 라이선스 형태를 국내에는 제시하지 않는 경우)을 통해 S/W스트리밍 방식의 사용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볼 수 있고 나아가 권리남용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한양대학교 윤선희 교수는 저작권협회가 의뢰한 연구과제로 내놓은 보고서에서 소프트웨어 스트리밍 방식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보고서에서 ▲일부분만이더라도 프로그램이 복제되고 ▲소프트웨어를 스트리밍하는 방식이 전송권을 침해할 수 있고 ▲스트리밍되고 클라이언트에서 실행되는 전반적인 과정이 개작권과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라이선스에 대해서는 계약 당시의 기술을 기준으로, 그 당시에 예상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인정해야 한다고 해석해 프심위의 유권해석과 상반되는 견해를 보였다.

‘한글과컴퓨터사’의 CLA(Campus License Agreement)나 MS사의 CA(Campus Agreement)계약처럼, 구성원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의 경우, 동시사용자를 기본으로 라이선스를 설정한다. 서버에 설치하고 네트워크로 접속해 동시에 여러 사람이 쓰는 것을 상정하고 개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패키지 제품은 한 대의 컴퓨터에만 설치해 사용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만들어지며, 대부분의 라이선스가 컴퓨터의 숫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접속자 숫자를 기준으로 라이선스를 인정한다면 라이선스 비용이 낮아질 것이다.

저작권협회와 사소연은 프심위의 유권해석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프심위의 발표 내용은 저작권보호 강화라는 전세계적 추세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특정 회사의 일방적 주장을 대부분 대변하고 라이선스 정책까지 제시한 것은 월권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사실 지금까지 라이선스는 저작권사와 이용자간의 계약에 따라 정해져 왔고, 특히 저작권사는 강력한 저작권제도의 보호를 받아 이용자보다 우월한 권리를 누려왔다. 이것을 제3자의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가 라이선스를 조절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을 꺼리는 것이다.

이번 논란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이용자들이 공식적으로 공동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8월 26일 전국 대학의 전산담당 교수들은 세미나 겸 발족식을 갖고, 사단법인 형태의 대학소프트웨어사용자협회(이하 대사협)를 결성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채택한 건의문에서 “저작권자의 일방적인 의사로 결정된 라이선스 정책”으로 인해 대학은 사용자로서의 권리를 찾지 못하고, 저작물에 결함이 있어도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등 현재의 법제도가 “저작권자 중심의 법, 정책의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저작권자들과 공식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과 저작권자들의 일방적인 횡포에서 이용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라이선스 정책을 만들 때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대사협은 국내에 소프트웨어 사용자를 대변하는 단체가 없다며 전체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의 조직으로 확대할 입장을 밝혔다.

제트스트림을 개발한 소프트온넷은 라이선스를 받은 수량 이상으로 동시접속자가 초과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개발사측의 라이선스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저작권사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망 : 법은 항상 기술을 따라가는가?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점차 1PC 1 License에서 동시이용자 라이선스로 바뀔 것이라는 것이 시장과 개발자들의 입장이다. 대학과 기업 등의 이용자도 수많은 이용자가 동시에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유지보수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동시이용자 라이선스를 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논쟁을 바라보는 카피레프트 진영의 입장은 어떨까. 동시사용자 라이선스에 ‘공개 라이선싱’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이며, 새로운 시장의 확장으로 보는 독점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에 대해 “공개 라이선스의 공개는 공수표라는 뜻”이라고 냉소하는 입장이 많다. 독점 소프트웨어 구조가 그대로 있는 한, 라이선스 형식의 변화는 기껏 약간의 가격하락뿐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방적인 라이선스 방식이 아닌 공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자들의 입장이 일방적으로 법제도화되고 이데올로기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용자들이 라이선스에 대해 공식적이고 논리적으로 발언을 시작한 것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업계간의 갈등은 소프트온넷이 저작권사가 직접 자사 소프트웨어의 동시사용자 수를 관리할 수 있도록 분석 툴을 제공하여, 이를 저작권사가 검토하겠다고 의견을 모아 일단 봉합되는 듯 하다. 대사협도 대학 수준에 맞는 라이선스를 제시한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라이선스를 피해 갈 수 있는 기술들이 계속 개발되고, 저작권이 이를 우려해 새로운 권리를 신설하거나 확장하는 방식으로 강화되고 있어, 이 사이에 끼어있는 이용자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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