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6호 리눅스야놀자!
매트릭스, 괴델 그리고 리눅스

김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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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까지만 해도 수학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체계로 인식되었다. 수학 체계는 내부에 모순 없는 몇 개의 기본 공리만 정하면 이로부터 모든 정리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아키텍트’는 가상공간 매트릭스에 완벽한 이상적 세상을 건설하고자 했다. 그리고 시온의 민중들을 제외하면 매트릭스 속의 민중들은 실제로 완벽한 사회로 여겼다.

매트릭스에서 네오의 역할은 수학에서 괴델(1906∼1978)이 맡았다. 괴델은 모순이 없는 완벽한 체계 안에는(어떤 공리에 기초를 두고 있건 간에) 항상 그 체계에서 증명도 반증도 할 수 없는 문장이 적어도 하나 이상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것을 간단하게 이해하기 위해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독도 사람이 말했다. 독도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이 말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만약 이 말이 진실이라면 이 사람은 독도 사람, 즉 거짓말쟁이인데도 진실을 말한 것이 된다. 그리고 이 말이 거짓이라면 독도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아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말은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없다. 아무튼 괴델은 이를 통해 완벽한 체계도 불완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유소프트웨어 재단의 그누 리눅스(GNU Linux)는 자유소프트웨어 규약(이하 GPL: General Public License)이라는 저작권 하에 배포된다. 이것은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수정, 배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유일한 제약 조건으로는 GPL이 적용된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서 재배포할 때 다시 GPL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IBM과 같은 거대 자본도 예외일 수 없다. 일부 오픈 소스 진영에서는 이것 때문에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다고 공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제약조건은 자유소프트웨어(*)가 자본에 독점되지 않게 하는 강력한 방패역할을 한다. 그리고 자유소프트웨어가 마치 박테리아처럼 스스로 확장하며 번식할 수 있게 하는 내적 논리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작년에 오픈 소스 진영의 한 업체가 DRM(Digital Right Management: 디지털저작권관리) 기술을 GPL 규약 하에 제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은 약간 달라졌다. DRM은 독점 소프트웨어를 보호하기 위한 인증수단 혹은 접근 차단 기술이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자유’를 차단하는 기술 개발에 ‘자유’소프트웨어 규약과 개발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리눅스 공동체를 이끌면서 오픈 소스진영에 참여하고 있는 리누스 토발즈도 이 DRM 기술 개발에 찬성하였다. ‘DRM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리눅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유로운 개발을 보장하는 GPL 규약을 어떠한 경우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토발즈는 자유로운 개발을 억압하는 DRM 기술 ‘그 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DRM 기술의 외부적 조건이 변한다고 해도 즉, 자유롭게 개발하고 소스를 공개한다고 해도 기술 ‘그 자체’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괴델은 어떠한 완벽한 시스템에도(구조가 아무리 완벽해) 항상 내부에 불완전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역으로 이러한 불완전함의 존재는 제도적 장치와 같은 구조적인 것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완벽한 GPL 규약 속의 불완전성은 자본에게 개입할 틈을 주고 있는 것이다. 자유소프트웨어에서도 그 불완전함은 주체(자유소프트웨어 생산자와 이용자)의 끊임없는 참여와 투쟁을 요구한다.



(*) 자유소프트웨어는 지난 호에 밝힌 4가지 자유를 만족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GPL규약은 자유소프트웨어를 만족시키는 규약중 하나이다. 이 글에서 자유소프트웨어는 GPL규약을 따르는 자유소프트웨어만을 한정한다.

(**) http://www.sidespace.com/products/og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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