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6호 Network+Art
Lev Manovich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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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브 마노비치가 남한에서 강연을 한다고 하니, 주변의 사람들은 그의 생각을 직접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더군요. 저 역시 여러 사람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통해 생긴 그의 이상한 아우라의 흔적에 매몰되느니, 강연을 통해 그의 생각을 읽는 것이 좋을듯해 강연이 기다려지더군요.

근데 이게∼ 뭡니까? 그의 강연이 하루 전에 취소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왜? 왜? 왜?) 강연은 그가 근무하는 학교의 긴급한 사정으로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노비치의 작업을 감상할 수 있는 일민 미술관에서 그의 소프트 시네마(Soft Cinema)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2004년 9월 8일∼9월 22일)

Soft(ware) Cinema

소프트 시네마...가 뭘까요? 마노비치의 소프트 시네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 컴퓨터,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문화의 흔적들을 새로운(?) 논리구조를 거쳐 생산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역사에 기댄 작업이 아니며 새로운 역사를 생산해낼 수 있는 아트 엔진을 통해 개발된 작업이라는 거죠.(음... ‘아트 엔진’이라는 재미없는 양아치의 표현은 마노비치의 뉴 미디어 방식을 의미합니다.) 그의 시각은 기존의 시스템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주는 피곤함을 멀리 던지려는 근거(혹은 핑계)를 찾는 사람들에겐 편리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소프트 시네마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운영체계(논리)를 통해 작업이 이루어 졌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영화 언어와 같은 한정된 감상법에 의존하려 한다면, 그의 작업을 부분적으로 이해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것입니다. 소프트 시네마에서 보여지는 4시간 가량의 영상, 3시간 정도의 내레이션 그리고 5시간 정도의 음악이 디스플레이 된 것(?)을 뉴 미디어적 감상이 아니라, 미디어적으로 감상하려 한다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답답한 작업처럼 여겨질 것입니다.

일민 미술관에서 마노비치의 작업을 감상했습니다만, 선보이고 있던 그의 작업은 ‘ZKM(예술과 매체기술센터, 독일)’에서 선보였던 ‘FUTURE CINEM A’의 약식 인 듯한 전시처럼 보여 아쉬웠습니다. 음... 그의 작업을 차분히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의 작업은 일민 미술관 2층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선형적인 DVD 매체와 선명한 모니터를 통해 소프트 시네마를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소프트 시네마를 직접 감상하는 기간이 짧은 것이 아쉽지만, 마노비치의 싸이트(www.manovich.net)에서 감상할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뉴 미디어의 언어

마노비치는 세 가지 재혼합(Remix)으로 뉴 미디어의 언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과거 문화의 내용과 형식의 재혼합, 두 번째는 글로컬한 재혼합, 세 번째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재혼합의 재혼합으로 자신의 뉴 미디어의 언어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뉴 미디어는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분절적이며,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 도구인 컴퓨터에서 무작위적 감상이 가능합니다. 또한 한정적인 정보의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무한한 복제가 가능하며 상호작용이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뉴 미디어로 인해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다양한 작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아직 뉴 미디어의 전형이 될만한 작업은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뉴 미디어적 작업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기에 조만간 훌륭한 작업이 보일 듯합니다. 그럼...(여기서 잠깐!) 남한에서 뉴 미디어 아트에 대한 연구는 얼마나 돼있을까요? 남한에서 뉴 미디어 아트의 현황은 초보 단계인 듯합니다. 기존의 미디어 아트를 연구하는 단체 혹은 개인들로부터 뉴 미디어 아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남한에서 앞서 언급한 뉴 미디어 작업의 전형이 보인다면, 세계적인 IT 산업에 걸맞은 문화적 위치도 확보할 수 있을 텐데... 미디어 아트 분야에도 제도적으로 지원이 된다면 세계적인 뉴 미디어 아티스트도 탄생될 것 같습니다.

마노비치가 뉴 미디어의 언어를 열었다면 우리는 그 언어를 아름답고 풍부하게 사용하는 것이 숙제가 아닐까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럼... 지금!! 구글 검색 창을 통해 뉴 미디어의 ABC를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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