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7호 기획 [M S , 전 가 의 보 도 를 휘 두 르 다]
MS본사의 압력(?),‘구매자들 단속... 형사고발 조치까지...’
온라인 게임 업체, 윈도우 서버에서 리눅스 서버로의 전환 가능성 모색

이상진  
조회수: 3767 / 추천: 47
지난 수년간 국내 많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우 서버 OS(운영체제)를 구입해 왔다. 그러나 서버 OS 자체 구매 비용만을 지불해 왔을 뿐 서버 접속자 인증에 따른 라이선스인 추가 EC라이선스는 구입하지 않아 왔다. 그럼에도 그동안 한번도 EC라이선스 구매를 요구받거나 단속과정에서 시정조치를 받은 바가 없었다. 따라서 이러한 라이선스가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던 업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접속 인증 라이선스(IC라이선스/EC라이선스)에 대해 MS로부터 설명을 들은 바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다가 올해 4월 들어 갑작스럽게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윈도 서버 OS 구매 업자들을 상대로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을 실시해 형사고발 조치까지 취하며 고자세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던 이들은 MS 윈도우 서버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던 온라인 게임 업계다.

서버를 적어도 수백대 이상을 운영하고 있어야 하는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한 서버당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EC라이선스를 매달 구매해야 한다는 MS의 요구에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는 일.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회장 김범수)는 MS의 이러한 갑작스런 단속과 처벌 내용에 대해 즉각 MS 미국 본사와 한국 MS에 질의서를 보내고 협상에 들어가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단속은 이어져 일부 회원사가 형사고발조치를 당했고, MS 본사와 한국 MS사로부터는 ‘입장 변함 없음’, ‘라이선스 정책은 일관됨‘, ‘판매과정에서 (라이선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했음’이라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배경

이처럼 MS가 갑자기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기 시작한 배경에는 웃지 못할 이유가 있다고 전해진다. 국내 모 온라인 게임 업체가 대만에 진출해 게임 서버 구축에 들어갔는데, 서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대만 MS사로부터 EC라이선스 구매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지 온라인 게임 업체 지사가 ‘한국에서는 그러한 관례가 없다’며 의아스런 반응을 보였다는 것. 이를 대만 MS사가 미국 MS 본사에 그대로 보고하자 미국 본사에서 한국 MS사에 EC라이선스 판매 마케팅 문제 및 그동안의 과실을 묻는 압력들이 들어오게 됐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몇몇 중간 관리자가 징계를 먹기도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결국 MS 본사와 한국 MS사간에 라이선스 정책에 대한 차이로 한국 MS사가 본사로부터 혼쭐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해당 업계 관계자는 “그렇지(외부 압력) 않고서야 윈도우 서버 주 고객들을 상대로 형사고발까지 하며 미움살 짓을 할 리가 없다”고 일축하며, “이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미국 본사와 한국 MS사에 라이선스 정책에 대해 묻는 동일한 질의서를 보냈으나 상이한 답변이 왔다”면 이를 근거로 “이러한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EC라이선스에 대한 비용 체납 요구는 부당하다”고 MS를 비판했다. 한편 소프트웨어저작권과 관련해 한 전문가도 “MS의 라이선스 정책이 너무 복잡해서 왠만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지적하며, “EC라이선스의 내용도 아마 그런 측면에서 한국 MS사가 그동안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해 대충대충 넘어갔던 것 아니겠냐”고 이러한 정책 불일치 상황을 설명했다.

대응

4월부터 9월까지 약 5개월간 한국게임산업협회 및 온라인 게임 업자들은 자구책 마련에 분주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차례에 걸쳐 한국 MS사에 질의서를 보내 EC라이선스에 대한 설명회를 열어줄 것을 적극 요구해 한국 MS사와 지난 9월 중순 EC라이선스 정책 관련 설명회를 가졌다. 그러나 오히려 MS사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만들었을 뿐 MS의 저작권법이라는 전가의 보도에 맞대응은 할 수 없었다. MS의 마케팅 방식과 라이선스 정책, 그리고 영업 활동에 대해서는 부당하다는 당 협회의 기본 입장은 변함없다. 그러나 한국의 서슬 퍼런 저작권법과 MS사와 함께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에 방점을 찍고 있는 정보통신부의 법적 구속력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훈 국장은 “회원사들이 서버 구입시 서버 라이선스에 대한 정확한 공지가 부족했기 때문에 설명회를 제안했고, 설명회를 통해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됐다”며 “4월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여러 다른 나라의 MS 라이선스 정책에 대한 조사를 해 봤지만 적어도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그러나 MS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는 본질적으로 회원사 경영자가 판단할 문제”라며 “회원사들이 다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 사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게임협회는 그 일환으로 10월 4일 ‘게임서비스 최적화를 위한 솔루션 설명회’를 코엑스에서 열어 ‘리눅스 서버로의 전환 가능성’을 타진했다. 최승훈 국장은 “변함 없는 사실은 현재 온라인 게임 서버가 MS에 너무 의존해 왔다는 것이며, 서버 플렛폼 선택의 폭을 넓힐 수 계기가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MS가 아닌 다른 서버 OS 공급업체를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시스템 변경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 여론에 민감한 ‘인터넷 커뮤니티 비씨파크’의 박병철 대표는 “MS가 고객에 맞추어 변화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누려온 독점적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MS가 운영체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의 저작권법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MS의 요구가 이해는 가지만,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고객들을 상대로 소송까지 해 가며 돈 받아 내는 것은 독점기업의 횡포라고 보여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과연 독점기업 MS의 이번 횡포로 MS사가 뜻하지 않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어쩌면 MS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 다른 대안 OS와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이 촉진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촉매제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