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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기획 [과 학 기 술 정 책 , 시 민 의 힘 으 로]
핵발전소 추가 건설 중단하라!
합의회의, "전력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임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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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둘러 싼 국민적 관심과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이 어느 때보다 첨예한 상황에서,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주최로 전력정책의 미래에 대한 시민합의회의(이하 합의회의)가 열렸다. 회의는 지난 10월 8일(금)부터 11일(월)까지 ‘원자력중심의 전력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국민대 학술회의장에서 진행되었다.

11일 발표된 <시민패널 보고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중단할 것과 국가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전력정책 전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6월부터 진행된 전력정책 시민 합의회의의 마지막 과정으로 16명의 시민패널과 전문가들이 모여, 3박 4일간 찬핵측(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원자력문화재단 등)과 반핵측(환경운동연합, 에너지대안센터 등), 양측 전문가들로부터 전력정책에 대한 발표를 듣고 토론을 거쳐 최종합의를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 발표했다.

핵, 어떻게 할 것인가

합의회의 기간 중 가장 논쟁적인 주제는 역시, 핵 발전의 지속여부였다. 반핵측 전문가 패널로 나온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부장은 “의미 있는 자리에서 핵에 대해 동등한 발언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서두를 시작한다. 양이 부장은 “핵을 찬성하는 쪽은 경제가 발전해 전력의 수요량이 늘어났다는 주장을 하기 전에 과연 우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발전을 해 왔느냐”고 되묻는다. 그는 “국가는 무작정 공급만을 늘릴 것이 아니라 수요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핵 발전은 에너지 낭비를 부추기는 사회구조를 야기하며, 핵의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의지”라고 강조한다.

또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윤순진 교수는 “국가정책은 기본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장기적 전망과 구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제수립이 시급하며, 지금까지 국가의 전력정책은 경제적 관점만 이루어졌다”고 평가한다. 덧붙여 “앞으로는 경제와 더불어 환경, 사회, 정치적 측면에서의 정책수립이 시급하다”고 이야기한다.

시민패널들이 최종 검토한 핵 발전에 대한 논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진다. ①발전소 추가건설 ②제한적인 발전소 추가 건설 허용 ③발전소 신규건설 중지로 나뉘어졌고, 이 세 가지 안을 두고 16명중 12명이 ③번, 4명이 ②번을 선택하여, ③번안에 최종 합의하였다. 시민패널은 당초에 16명의 4분의 3인 12명 이상 동의할 경우, ‘합의’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패널들의 고민과 합의

시민패널(이하 패널)들은 보고서에서 원자력발전과 전력산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학습과 토론을 거쳐 만들어진 이 보고서가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또 현실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대신 할 수 있는 단기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원전의 가동을 무조건 중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중장기적인 차원에서의 대안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패널들은 그간 국가주도로 이루어진 공급위주의 전력정책이 원자력에 대한 종속의 심화와 정책 결정과정의 폐쇄성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개발 노력의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패널들은 찬핵과 반핵, 양측에 동일한 질문을 던졌는데도 양측에서 제시하는 데이터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찬핵측에서 제시하는 데이터의 순수성 자체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하여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는 가지만 인정은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그리고 이때부터 정부측에서 말하는 ‘원자력 효율 80%가 정말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패널들은 “정부는 왜 핵에서 시작해 핵으로 이야기를 끝내는가”라고 지적하며, “정부는 왜 핵 이외의 어떠한 대체에너지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가”라고 정부측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합의회의, 시민 소외와 배제의 문제 해결 가능성

이날 발표된 <시민패널 보고서>에 대해 각계의 반응도 눈에 띈다. 민주노동당은 ‘탈핵합의 적극 지지한다’는 논평을 내고, 정부는 시민합의를 존중하여 원전 추가건설을 즉각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환경운동연합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현재 정부가 핵폐기장을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분리, 건설하자는 주장은 핵폐기장 건설을 강행하기 위한 정부의 수단”일 뿐이며, “핵발전소 건설과 핵폐기장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하루빨리 사회적 합의기구의 구성을 통해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동광 소장은 “과학기술에 대한 시민참여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뉘어지는데, “하나는 일반시민들이 도대체 원자력이나 과학기술에 대해 뭘 알겠느냐 이고, 나머지는 시민들이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한다고 한들 그들이 내놓은 답이 과연 얼마나 합리적이겠는가”라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시민패널 보고서>는 국가의 정책결정과정에서 그동안 소외되고 배제되었던 시민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또 일반 시민들에게 적절한 정보와 지식, 동등한 학습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합리적인 결론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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