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8호 장애없는
여성장애인의 몸과 노동차별에 대한 생각 - 하나

김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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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의 시장경제활동에 관한 조사는 남성장애인, 비장애인들과 비교할 수 있는 단적인 증표가 된다. 우선 여성장애인이 시장경제활동을 하기 위한 전제로서 외부활동의 가능성을 살펴보자. 2000년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장애인실태에 의하면, 여성장애인의 40.0%가 외출시에 매우 불편하다고 하였다. 남성장애인의 26.7%와 비교되는 상당한 수치이다. 같은 장애인이어도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불편함의 정도가 남성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은 사회의 태도나 물리적 환경이 남성중심이라는 것을 추측하게 한다. 이러한 외출의 불편함은 바로 시장경제활동의 제한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 참가율을 살펴보면, 비장애인 15세 이상 인구의 60.7%가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으며 그 중 여성은 48.3%다. 그리고 남성장애인도 43.5%가 참여하고 있다. 유독 여성장애인만은 19.5%만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장애인의 저취업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성장애인 스스로 대답한 바에 의하면, 조사대상 여성장애인들의 43.5%가 취업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여성장애인들은 저취업 원인으로 장애인차별과 여성차별을 든다. 고용주의 편견이나 외모지향주의가 여성장애인이 저취업 원인이 된다고 하였다. 그 외에도 구직활동에 있어서의 저해요인으로 이동 및 접근의 어려움과 가사 및 육아의 부담, 그리고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고연령이 되어서야 취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령과 학력차별 경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주목할 것은 여성장애인들은 여성으로서보다 장애인으로서의 제약을 더 크게 자각한다는 점과, 여성으로서 장애를 겪는 입장에서 외모지향주의에 의한 직접적인 폐해를 겪는다는 점이다.

실례로 한 여성장애인은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서 자신의 장애를 감추고자 한 적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미 몇 차례의 전화통화를 통해 여성으로서의 섬세함을 활용하여 신뢰를 형성하고 구두계약을 한 후에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만남을 가졌다가 자신의 왜소한 몸과 거동의 불편함을 보고는 계약이 취소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남성장애인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활동력과 의욕이 보다 더 깊은 신뢰와 지지로 연결되지만, 여성장애인의 경우에는 여성근로자에 대한 “분위기 메이커” 혹은 여성이라는 몸을 이용한 정치성의 기대, 보조적 역할의 수행여부 가능성 등으로 그 역량을 진단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기회가 보다 많이 확보되는 남성은 전문성과 경력을 키우게 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한계적 상황에 부딪힐 경우 여성장애인이 재차 시장경제활동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낳는다. 2003년 12월에 노동부는 2004년부터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연차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적이 있다. 기업이 납부하는 의무고용 불이행으로 축적된 고용부담금이 고갈의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대기업이나 공사 및 공무원보다는 열악한 중소기업이 고용장려금제도를 활용하여 생산력을 확보해왔기 때문에 장애인고용장려금 축소는 이들 중소기업이 장애인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할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중증장애인과 여성장애인이 우선 해고된 것이다.

노동할 기회와 경력의 축적, 경제력의 확보, 나아가서 “존재의 인정”은 분명 여성장애인에게 있어 몸과 관계가 있다. 여성장애인의 몸은 여러 형태로 공동체의 비전에 대하여 가치가 함의된 정치성을 내포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사고(?)를 재론함에 있어서 여성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긍정받기 위한 수단으로 은연중에 차이를 발견해내는 섬세함과 예민함의 가치와 그 이유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한층 더 밝은 혜안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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