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8호 미디어의난
“2004년 하반기, 총파업 출정가를 울려라”
노동자 투쟁에 함께 하는 미디어 활동단의 공동제작프로젝트

혜리  
조회수: 3519 / 추천: 54
2004년 하반기 총파업을 향한 노동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비정규 노동법 개악 저지와 차별 철폐, 공무원 노동 3권 보장, 손배가압류·직권중재·국가보안법 폐지 등과 한-일FTA, 파병연장동의안 저지. 이 산적한 사회적 현안을 앞두고, 노동계가 26일 시한부 총파업 이후, 노동 미디어 진영의 지원 준비 작업도 활발하다. 그 일환으로 진행 중인 미디어 활동단의 첫 공동제작 영상물 “2004년 하반기, 총파업 출정가를 울려라”가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래된 출발, 다시 스타트 라인에 서서

미디어 활동단은 이미 작년 가을 ‘노동자 투쟁에 함께 하는 미디어 활동단’이라는 이름으로, 분산/개별화되어 있는 노동 문화/미디어 인력의 결집을 시도한 바 있다. 노동네트워크, 노동정보화사업단, 노동만화네트워크,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삶이 보이는 창, 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 민주노총, 각 노동자 영상패 등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이미 전문역량으로 성장한 이들이 하나의 이름 아래 모인 것이다.

싸움이 터진 후에 그것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노동자 투쟁에 큰 힘이 되는 시기가 있었지만 더 이상은 아니며, 미디어 활동단의 문제의식도 거기서 출발한다. 자본의 거센 이데올로기 공세에 맞서, 총파업이면 총파업, 어떤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국민 선전 활동을 비롯해 조합원들에게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고 선동할 수 있는 작업 또한 스스로의 몫임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의식은 적절했지만, 상황에 대한 대처는 그에 따라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미디어 활동단의 결성이 작년 가을이면 벌써 1년 째 접어들고 있는데, 보건의료노조, 철도노조, LG 칼텍스 정유 파업 등 상반기 주요 투쟁에는 앞서 서술한 문제의식에 기반한 역할 수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본은 노동자 탄압을 위해 미디어를 유효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노동계/노동 미디어의 대응은 미약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제 제대로 시작해 보는 공동작업에 대한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새로운 공동의 경험 축적을 위하여

이번 공동작업은 노동넷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기초 논의는 10월 말 수도권노동자영상패 모임에서 이루어졌다. 11월 첫째 주에 기획초안이 미디어 활동단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공유되었고, 그 며칠 후에는 노동문학 활동을 해 온 전문작가의 손에서 나온 구성대본을 공유했다.

기획 등 사전제작단계가 노동넷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촬영단계는 주로 노동자 영상패들의 몫이었다. 지역적 특성상 수도권 영상패를 중심으로 하되, 호남노동미디어활동단, 현대자동차영상패 등이 기획안과 구성대본을 보고 필요한 영상만을 모아 (거친 1차 편집) 테이프를 보내주기로 했다. 편집 등 후반작업은 다른 전문역량의 손에 들어갈 것이고, 전체 작품의 완성은 11월 넷째 주가 될 예정이다. 대국민 선전물이라기보다는 조합원,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물이라 오프라인 배급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고, 노동넷과 참가단위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상영된다.

이번 작업의 목표는 미디어 활동단 공동의 첫 번째 시도인 만큼, 공동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내어, 향후 작업에 대한 자신감을 획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투쟁부터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기획 단계부터 각 제작단계의 활동가들이 함께 작업을 준비하고 좀더 내용성 있는 컨텐츠를 생산해내는, 미디어 활동단의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활동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2004년 하반기, 총파업 출정가를 울려라” 제작에 있어 과정을 주시하되, 결과에 대한 평가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번 작업은 노동 진영 내부를 위한 미디어 활동에 국한되고 있으므로, 향후에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노동 미디어 운동은 전진한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함께한 노동넷 이용근 집행위원장은, “풍부한 노동 미디어 인력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네트워킹하여 안정적인 컨텐츠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양대노총의 방송국이나 지난 10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노동넷 방송국 등이 현재 기관의 방송국 수준에 머무르는데, 전체 노동운동의 공공자산으로서의 노동방송국을 만드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인터넷 방송을 넘어 오프라인으로의 확장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맥락 속에 중장기적 노동미디어 전략을 논의할 전략기획단을 꾸려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풍부한 역사와 경험을 가진 한국의 노동 미디어 운동이, 다시금 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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