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8호 이동영의
인공지능은 우리 곁에 와 있다

이동영  
조회수: 4239 / 추천: 64
전산학의 궁극적인 꿈이라면 바로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전에 상영된 영화 A.I.의 제목이 바로 인공지능을 뜻하는 약자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말 그대로 사람과 같이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기계를 뜻한다. 사실 인공지능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은데, 그 이유는 “지능”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철학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지능의 여러 가지 측면을 여러 가지 수준으로 연구하고 있다.

지능이란 무엇인가

기계가 지능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튜링 테스트라는 검사법이 역사적으로 유명하다. 튜링 테스트에서는 기계와 사람, 그리고 심판관(사람)이 서로 대화하는데, 기계와 사람 모두 사람인 것처럼 보이려 노력한다. 이 때 심판관이 둘 중 어느 쪽이 기계이고 어느 쪽이 사람인지 구별할 수 없으면, 그 기계는 검사에 통과해서 지능을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 즉 튜링 테스트에서는 실제로 진정한 지능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보다는 겉으로 보기에 마치 지능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느냐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이런 수준의 인공지능을 약한 인공지능이라 한다.

약한 인공지능에 대한 반론으로 제기된 것 중 하나가 “중국어 방” 논쟁이다. 어떤 방 안에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한다. 이 사람은 실제로는 중국어를 전혀 모르지만, 어떤 모양의 글자가 주어지면 어떤 모양의 글자를 내보내어 응답한다는 수많은 규칙에 따라 중국어가 쓰여진 종이를 바깥에 있는 사람과 주고받는다. 만약 그 규칙이 충분히 정교하다면, 방 바깥에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방 안에 실제로 중국어를 아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튜링 테스트에 따르면 (약한) 인공지능이다. 그렇지만 이 사람이 실제로 중국어를 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몇몇 철학자들의 반론이었다. 실제로 사고하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을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부른다.

인공지능의 연구 분야

인공지능은 전산학의 초기에 활발히 연구되었다. 당시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이 곧 현실화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연구하였지만, 결국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 식어 갔다. 하지만 인공지능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하던 문제들은 차츰 성과를 얻었다.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연구 분야는 추론, 자동 증명, 시각 인식,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학습, 전문가 시스템, 게임(체스, 바둑 등), 로봇 등이다. 이러한 연구 분야는 학문적으로 흥미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유용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펜티엄 프로세서에서 나눗셈 오류가 발생하였는데, 이는 CPU와 같은 매우 복잡한 시스템의 정확성을 사람이 검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예이다. 이런 경우에 시스템의 각 부분의 동작을 컴퓨터에게 가르쳐 준 후, 전체적으로 나눗셈을 정확하게 하는지의 여부를 컴퓨터가 증명하게 하도록 할 수 있다. 실제로 AMD사에서는 CPU 설계를 검증하는 데 자동 증명 기술을 사용해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

생물체에게서 배운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전체적으로는 복잡하고 놀라운 수준의 지능을 보여 주지만, 본질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인 만큼 근본적으로는 간단한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명체도 세포 하나하나의 역할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복잡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예로 개미의 경우 개체 하나하나는 페로몬을 남기고 따라가는 간단한 규칙에 의해 움직이지만, 집단 전체로는 마치 짧은 길을 찾아가는 지능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학자들은 이와 같이 생물체가 행동하는 방식과 원리를 파악해서 인공지능에 응용하기도 한다.

한편 게임과 같은 분야에서는 컴퓨터가 대용량의 자료 처리에 뛰어나다는 점을 이용해서 지능을 흉내내기도 한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체스나 바둑을 잘 두는 것이 통찰력이나 사고력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 보고 최적의 수를 고르거나 기억하고 있는 패턴에 따라 행동하는 데 불과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바둑에서 돌을 놓을 수 있는 위치는 361개이고, 각각의 위치는 비어 있거나 검은 돌 또는 흰 돌이 있는 세 가지 경우가 있다. 따라서 바둑판의 상태는 3의 361승이라는, 어마어마하게 많기는 하지만 유한한 경우만 존재하는 것이다. 각각의 경우에 어디에 돌을 놓는 것이 가장 유리한지를 미리 계산하여 기억할 수만 있다면 무적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된다.

바둑 프로그램의 원리

이런 방식이라면 학습도 간단히 이루어질 수 있다. 바둑판의 각각의 상태에서 돌을 놓을 수 있는 위치마다, 그곳에 돌을 놓으면 얼마나 유리한지를 나타내는 값을 기억한다. 그리고 바둑을 한 판 둘 때마다 이기면 그 판에서 놓았던 위치에 해당하는 값을 높이고, 지면 낮춘다.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서 경험을 축적하면 바둑 프로그램의 실력은 점점 강해질 것이다. 이는 학습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는 바둑과 같은 게임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으므로 이렇게 원시적인 방법은 사용할 수가 없고, 패턴을 이용하여 경우의 수를 줄여야 한다. 간단한 게임은 더욱 쉽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목의 경우 상대방이 마지막으로 돌을 둔 위치로부터 다섯 칸 정도의 범위만 살펴 보아도 큰 문제가 없다. 게다가 마지막 돌로부터 직선상에 있는 곳들만 고려한다면 경우의 수는 더욱 줄어든다.

로봇 비서는 우리 곁에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인공지능 기술이 실용화되고 일반화되면 그 기술은 더 이상 인공지능이라 불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은 일반적인 컴퓨터 기술과는 다른, 뭔가 신비로운 것이라는 관념이 있는데 실용화된 기술은 더 이상 신비롭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인공지능 연구자들 사이에는 A.I.가 Alm ost Implemented(거의 실현된)의 약자라는 농담이 있다. 구글에서 철자가 틀린 검색어를 넣으면 “이것을 원하셨습니까?”라며 구글 프로그램이 추정하는 검색어를 보여 주고, “우리집”이라고 말하면 핸드폰이 전화를 걸어 주고, 자동차가 도로를 보고(시각 인식) 알아서 차선을 유지하고, 알아서 주차를 하는 기술은 모두 인공지능 분야에서 나온 것이다. 미래 영화에 나오는 로봇 비서는 어느새 우리 옆에 와 있다.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