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8호 여기는
오랜 기다림 끝에 온, 미래의 브라우저 파이어폭스

이강룡  
조회수: 3986 / 추천: 55
11월 한 달을 뜨겁게 달군 인터넷 이슈 중 하나는 새로운 웹브라우저의 등장이었다. 드디어 파이어폭스 1.0 정식 버전이 발표된 것이다. 이미 시험판이 큰 인기를 끌고 있긴 했지만 그동안 정식 버전을 기다려온 사용자들에게 정식 버전 발표는 아주 각별한 의미였을 것이다.

유명한 블로거인 최호찬 씨, 이정환 씨 등은 블로그에 모질라 홈페이지의 공지문이기도 했던 ‘기다림은 끝났다.’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파이어폭스 1.0 출시를 축하하며 다운로드 정보를 알리기도 했다. 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익스플로러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파이어폭스에 대한 여러 정보를 꾸준히 알려왔던 이들이다.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에 관해 여러 편의 칼럼을 썼던 인터넷 칼럼니스트 김중태 씨는 ‘미래의 웹브라우저’ 라고 선언할 정도로 파이어폭스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미 <네트워커>의 지면에서도 몇 번 다룬 적이 있듯,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는 움직임은 프로그램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독주를 막고, 인터넷 표준을 준수하자는 ‘운동’의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률에서 한국은 이미 가장 선진적인 수준에 올라왔지만 아직 정보화 소외 문제를 살펴볼 때에는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컴퓨터와 인터넷 접속 문제에서 1차적으로 많은 이들이 소외받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컴퓨터를 보유하고 초고속 인터넷 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정보 소외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다. 윈도우즈 운영체제 이외의 사용자들이 받는 차별, 그리고 윈도우즈 사용자이지만 비 익스플로러 사용자들이 겪는 불편함은 정보 홍수 속의 또 다른 정보 소외 문제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대해 갖는 반감의 원인은, 익스플로러가 단지 독점적일 정도로 많은 이용자를 갖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이런 점을 이용해 웹 표준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여러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 때문이다. 인터넷 표준을 따르는 브라우저에서 잘 보이는 문서는 당연히 익스플로러에서도 잘 보일 수밖에 없지만, 그 반대 경우는 종종 정상적이지 않다.

최근 국회 차원에서 이런 문제가 논의됐다. 인터넷 뱅킹이나 전자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MS에서 제공하는 액티브X 컨트롤이 작동해야 하는데 리눅스나 매킨토시 사용자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사용자들이 모든 운영체제, 모든 브라우저에서 정상적으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률이 이를 강제하고 있지 않고, 그저 권고 수준으로 그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에서는 여전히 소수의 이용자들에 대한 배려는 뒷전으로 미루기 십상인 것이다. 이제라도 국회 차원에서 논의돼 다행이지만 시기상으로 너무 늦었다.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진보넷을 비롯한 여러 시민 단체 차원에서 수년 전부터 꾸준히 지적해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파이어폭스는 정식 버전 이전부터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탭 브라우징, 라이브북마크, 팝업 차단 등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탭 브라우징 기능을 활용하면 시스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한 브라우저에서 여러 유사 사이트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으며, 라이브북마크 기능을 활용하면 RSS(웹사이트 최신 갱신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자동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별도의 구독 프로그램 없이 편리하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여러 운영 체제에서 무리 없이 구동된다는 점이 파이어폭스의 가장 큰 힘일 것이다. 익스플로러에 비해 보안 문제가 덜 취약하다는 점도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성격 급한 언론 매체는 파이어폭스의 등장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플로러의 아성이 무너졌다고도 보도하지만 여전히 인터넷 사용자의 대다수는 익스플로러 사용자다. 모질라 재단의 발표를 봐도 2005년까지 파이어폭스 사용자 층을 10% 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하니 단 기간 내에 파이어폭스가 익스플로러를 위협할 만한 점유율을 차지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능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인터넷이 뭐냐고 물으면 ‘익스플로러’ 라고 대답하고, 블로그가 뭐냐고 물으면 ‘네이버’ 라고 답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도 언젠가는 익스플로러 이외에도 여러 웹브라우저가 있고, 네이버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블로그 도구들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내 주변에 그런 이들이 있다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 주자.

파이어폭스의 약진, 그리고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파이어폭스에 대해 거는 기대는 단순히 일개 프로그램의 애호가 아니라 보다 다양한 문화, 표준을 준수하는 공정한 경쟁을 바라는 인터넷 대중의 건강한 기대, 그것의 발로일 것이다.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