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8호 영화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
‘햄버거를 너무 많이 먹은 사나이’

이안숙  
조회수: 4180 / 추천: 61
슈퍼 사이즈 미’는 패스트푸드 회사 맥도날드와 괴짜 감독 모건 스펄록의 햄버거를 사이에 둔 한판 유쾌한 싸움을 담고 있다. 요즘 시대는 먹을거리의 안정성이 중요시 되고, 삶의 질과 함께 음식에도 계급이 있다는 시대에 아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생체 실험을 한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인 모건 스펄록이다.

비만의 주범으로 혐의가 짙은 패스트푸드의 폐단을 고발하기 위해 감독은 직접 본인의 몸을 가지고 실험을 한다. 또한 미국의 각도시를 돌아다니며 의사, 영양사들에게 비만에 대한 각종 견해를 들으며, 얼마나 맥도날드가 광고를 통해 아이들을 현혹하고 있는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맥도날드의 마스코트인 로널드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지를 확인하고 그 내용들을 영화 속에 담아낸다. 물론 끊임없이 맥도날드를 먹어치우면서 말이다.

그러나 감독은 패스트푸드를 즐기지도 좋아하지도 않으며, 하물며 채식전문 요리사인 여자친구가 있고, 뉴욕이라는 도시에 사는 걸어 다니는 걸 즐기는 사람이다. 그런데 감독은 패스트푸드를 비만의 원인으로 고소한 2명의 10대 소녀에 대한 뉴스를 통해서 반경 1킬로 안에 4개 이상의 패스트푸드점이 있는 뉴욕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성인인구의 60%가 비만인 나라, 패스트푸드의 정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고자 스스로 생체 실험의 주인공이 된다. 매일 세끼를 맥도날드에서 판매하는 음식으로 먹으며 -하물며 맥도날드에서 판매하는 물까지- 그의 실험은 시작된다. 실험의 규칙은 이러하다.

규칙 1. 한 달 동안 모든 음식은 맥도날드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섭취한다.
규칙 2. 종업원이 슈퍼 사이즈를 권하면 무조건 먹는다.
(이 사이즈는 콜라가 하물며 2리터 가까이 되는 정말이지 큰 사이즈이다.)
규칙 3. 하루에 5천보 이상은 걷지 않는다.
(미국인의 평균이다. 그것을 넘으면 택시를 탄다)
규칙 4. 맥도날드에 있는 모든 메뉴를 먹어본다. (야채샐러드 등이 맥도날드의 새로운 메뉴이지만 소스에 들어있는 설탕의 양은 장난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을 지키며 시작된 감독의 실험은 3일을 넘기기까지 정말이지 음식을 먹는 것인지 쓰레기를 먹는 것인지 모를 표정으로 견뎌낸다. 물론 감독은 금연을 이야기하며 3일만 견디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자위한다. 그러나 그 거대한 슈퍼 사이즈 콜라는 한 컵의 설탕을 들이키는 것과 같은 양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자고로 무엇이든지 과잉섭취는 먹지 않는 것만 못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보는 이 초반부 3일 동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먹고 싶게 하는 반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필자에게만 해당될지도 모르겠으나) 그러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시작한지 며칠 만이었다. ‘맥트림’과 ‘맥방귀’를 호소하고 몸무게가 일주일 만에 5kg이나 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무기력증과 우울증까지 느끼며 슈퍼 사이즈 햄버거 세트를 먹으며 급기야 구토를 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생생하게 화면으로 비추어 주면서 말이다.

물론 이 영화가 가진 한계는 있다. 전체적인 음식과 자본의 상관관계나 패스트푸드가 가지고 있는 좀 더 숨겨진 실체에 대한 접근은 유머러스한 내용 뒤편에 감추어져 있다. 특히 맥너겟 정도는 과연 닭의 모든 부위를 갈아서 만든다는 실체를 드러내지만 햄버거의 주된 재료나 만드는 과정 등은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겨진다. 그러나 아이들이 맥도날드는 좋은 것 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그 맛에 길들여지기 전에 구출해야 한다는 감독의 신념만은 스스로 생체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건강하던 그의 몸은 실험 한달 만에 위험수치의 간, 심장 이상을 보이기 시작 한 것만으로도 패스트푸드의 위험은 어떤 실험수치를 들이밀어도 회복하기는 힘들어 졌으니 말이다. 작은 변화이지만 맥도날드는 메뉴에서 슈퍼 사이즈 옵션을 없앴다고 한다.

최근에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를 환경단체에서 시작하기도 했다. 이 영화처럼 맥도날드만 먹는 것은 아니고 한국에 판매하는 모든 패스트푸드를 먹으면서 30일을 실험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건강하던 몸에 적신호가 왔다. 모건 감독처럼 간이 상하고 심장에 이상이 생겨 의사의 중단요청으로 안타깝게도 실험은 중단됐다. 실험 중간 점검에서 그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의 감독과 한국의 환경운동가는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이 실험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 다 패스트푸드만 먹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특이 체질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과잉섭취 되는 설탕과 염분, 과다한 화학조미료는 모든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음식물에 대한 경고 보다는 인분을 사용한 거름 때문에 생기는 회충같은 것들에 대한 경고가 많았으나, 현재는 화학비료와 공해 그리고 인스턴트식품에 들어있는 화학조미료에 대한 경고, 유전자 변형 식품들, 대량 생산을 위한 가축에 투여되는 항생제 등 셀 수 없는 공포에 접해 있다. 우리의 먹을거리를 생산해 낼 수 없는 시스템과 좀 더 값싼 재료로 많은 이익을 보려는 기업들은 많은 사람들을 이 영화의 감독처럼 생체 실험의 장에 던져놓고 있다. 어쩌면 우리 몸은 스스로 이 유해 음식물들에 면역을 키우고 길들여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좀 더 진전된 질문을 던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문제를 공론화 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바야흐로 몸 바쳐 실천한 이가 있지 않은가? 그는 10kg 이상 불어난 몸무게를 되돌리는데 거의 일년이 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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