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8호 정보운동
변혁의 시기, 미디어의 역할을 조망하다
베네수엘라 미디어 활동가 초청 국제 세미나 열려

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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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에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주최로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 혁명과 미디어 전쟁, 그리고 공동체 미디어 운동>이라는 제목의 국제 세미나가 열렸다.사회변혁의 역동적 시기에 미디어 운동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가, 또한 정치적 급변의 맥락 속에 미디어 운동의 전략과 전망은 어떻게 설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를 위해 마련된 이번 세미나에는 올해 노동영화제 개막작 <볼리바리안 혁명 : 베네수엘라 민중의 삶과 투쟁>을 연출한 마르셀로 안드라데 감독(이하 마르셀로)이 초청되었다.

이 날 발제는 ▲볼리바르 혁명의 정의 ▲볼리바르 혁명과 미디어와의 관계 ▲라디오와 TV에 대한 사회적 책임법 ▲ANMCLA (Asociacin Nacional de Medios Comunitarios, Libres y Alternativos : 공동체, 해방, 대안 미디어 전국연합) 활동 ▲UT-FPL (Un Tal Frente Pachamerikano de Liberacion : 파차메리카에 대한 어떤 전선) 프로젝트 소개 순으로 진행됐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베네수엘라는 최근 몇 년 사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드라마틱한 정치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다. 볼리바르 혁명이라 불리는 이러한 흐름은 89년 카라카조 봉기 이후 그 현대적 버전이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98년 민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선거에서 승리한 차베스 대통령은, 헌법을 개정하고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실질적 사회 개혁을 단행한다. 이는 곧 옛 기득권 세력과 제국주의자 무리가 사영 미디어를 앞세워 일으킨 02년 4월 쿠데타로 이어지지만, 공동체 미디어와 민중의 저항에 부딪혀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간다. 부르주아의 공세는 그 해 12월 석유산업 어용노조의 파업과 올해 8월 국민소환투표로 계속되었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가 차베스의 정치적 기반만 공고히 하는 효과를 내고 말았다.

이러한 정치적 격변 속에 베네수엘라의 미디어 지형은 매우 역동적이다. 공중파의 90%를 독점하는 사영 미디어의 전횡은 여전하지만, 쿠데타의 경험 속에 국영 미디어가 한층 업그레이드되었고(혁명적 공영 채널이라 불리는 Vive TV의 출현 등), 진정한 민주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동체 미디어 네트워크(ANMCLA)가 형성되어 있다. 마르셀로에 따르면, 암클라 역시 혁명적 과정의 일부로, 정부에 대해 자율적인 관점을 견지하며, 현재 250개의 풀뿌리 공동체 미디어 조직이 가입되어 있고, 라디오, 공동체 TV, 신문, 웹사이트, 연극, 벽화팀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른다.

차베스의 재집권 이후, 혁명적 미디어 활동가들은 “라디오와 TV에 대한 사회적 책임법”의 입법을 위해 지난하게 투쟁했다. 야당의 방해공작 때문에 애초의 상과는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이 법은, △ 상업광고 25% 이하 제한 △ 마약, 폭발물, 도박, 알콜 등 광고 제한 △ 방송물 60% 국내 제작, 국내 제작물의 60%는 독립제작 등의 조항을 담고 있다.

UT-FPL(파차메리카 해방을 위한 어떤 전선)은 전세계 민중이 함께 공동 저항의 전선을 구축하자고 제안하는 프로젝트로, 모든 억압받는 민중의 진정한 승리를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 서로가 벌이고 있는 투쟁의 연결고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혁명적 미디어 운동 사례는 한국의 미디어 운동에 많은 영감과 과제를 던져준다. 좀더 구체적인 고민과 전략의 실천을 통해, 우리의 미디어가 사회변혁을 위해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삐를 당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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