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학교수 및 변호사들, 신문광고주불매운동 관련 담당재판부에 탄원서 제출

| 성명서
2009/01/20

 

수     신

각 언론사 사회부

발     신

전국법학교수 및 변호사 (문의 :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 02)450-3601)

제     목

전국 법학교수 및 변호사들, 신문광고주불매운동 관련 담당재판부에 탄원서 제출

날     짜

2009 .  1  . 20  (총  5 쪽)

 

보 도 자 료  

전국 법학교수 및 변호사 80명, “광고주불매운동 ‘2차’라도 불법아니다” 탄원서 제출

- 광고불매운동 독려 글만으로 처벌하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와 표현의 자유보호에 위배 …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존재하지 않아  



1. 오늘(1/20) 전국 법학교수 및 변호사 80명은 2008년 8월 일간신문 광고주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을 인터넷다음 등에 게재하였다는 이유로 구속된 소비자들의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들의 행위가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표현행위이자 소비자주권행사이므로 처벌받아서는 아니 된다는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2. 이들 법학교수 및 변호사들은 탄원서에서,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독려한 행위, 즉 소비자들의 소위 “2차불매운동”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불법으로 처벌받았다며 든 미국 등의 사례들은 공정거래법상 노조가 사용자의 거래처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는 것을 규제한 것 일뿐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적용되지도 않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특히 검찰이 어렵사리 찾아낸 사례들은 폭력행위가 수반되었거나, 경제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공갈’과 같은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법적책임을 부과한 것이지 2차불매운동이기 때문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였다.


3. 무엇보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소비자들이 실제 불매운동 여부와 무관하게 단순히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고 해서 사법처리를 당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자신의 의견을 단순히 표현한 행위만으로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죄형법정주의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불법행위를 촉구하는 주장이 실제로 심대한 불법행위를 발생시킬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 주장 자체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원리를 취하고 있다. 검찰이 적용하려고 하는 공동정범이론도 이 헌법적 원리가 부여하는 한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또한 공동정범이론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어떤 행위를 독려하는 상황에 적용된 사례가 한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끝


▣별첨 - 탄원서


<탄 원 서>

사건번호 : 2008고단 5024, 2008고단 5623(병합)

피고인 : 이태봉 외 23인

탄원인 : 한상희 외 79인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이 땅에 법치주의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시는 재판장님의 노고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저희는 일간신문 광고주 불매운동 사건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온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모아 재판장님께 전달코자 합니다.

이 사건에 대한 저희의 관심은, 지난 2008년 8월 검찰과 법원이 일간신문 광고주를 상대로 한 불매운동을 펴도록 제안 및 독려하는 글을 게시한 소비자들을 구속하였던 시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소비자불매운동은 처벌될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자유로운 판단으로 특정 업체의 제품이나 용역을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하므로 소비자의 불매행위 자체가 처벌되는 나라는 없습니다. 또 '자유로운 판단'은 설득을 배제하는 개념이 아니라, 설득과정을 전제로 하는 개념입니다. 누구든지 다른 소비자들에게 특정 상품을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말도록 말, 글, 기타 평화적인 설득 수단으로 권유, 호소할 수 있음은 당연합니다. 이 사건 피고인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일간신문 광고주 불매운동을 하도록 강압하였다거나,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또는 물리적 압박을 가한 바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피고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게시하였으며, 그 글에 설득되거나 이미 스스로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은 자신의 자유로운 판단으로 불매운동에 나아간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한, 이러한 불매운동을 처벌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러한 불매운동을 권유, 호소, 설득하는 내용의 글을 출판, 게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나라는 더더욱 없습니다.

 

외국의 2차불매금지법리는 소비자불매운동에 적용될 수도 그러한 은유가 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들의 불매운동은 “죄없는 광고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2차불매”이니 처벌해야 한다면서 외국의 2차불매금지 입법례를 거론하였습니다. 하지만 2차불매금지법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나 그러한 힘을 답합을 통해 얻으려는 사업자들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기제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생산자(예를 들어 KT&G와 그 회사의 담배들)가 유통업체(편의점)들에게 ‘우리의 경쟁자 제품(예를 들어 “우리”담배“)을 취급하면 KT&G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라고 위협하는 행위들을 금지하는 내용입니다(이는 어디까지나 예로 든 가상시나리오입니다). 그러므로 2차불매금지법리를 소비자들에게 적용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공정거래법은 도리어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미시경제학적으로는 소비자들이 향유하는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검찰이 예로 들었던 미국이나 호주의 노사관계법도 노조들을 노무를 공급하는 공정거래법 법리 상의 ‘사업자’로 보아 노사쟁의에 대해서만 2차불매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검찰은 한발 물러나 이 법들을 일종의 비교법적 은유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으나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그 법의 공정거래법적 성격상 소비자들에게 유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비교법적 근거도 되지 않습니다. 공정거래법 상으로는 소비자들의 담합은 도리어 장려됩니다. 특히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상으로는 법의 수범자가 사업자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노조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 적용은 불가합니다. 즉 2차불매금지법리는 노조에든 소비자에게든 우리나라에서는 발붙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불매를 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광고주들은 ‘죄없는 3자’가 아닙니다

불매운동을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광고주들은 ‘죄없는 제3자’가 아니라 불매의 궁극적 대상인 신문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의 발행부수로부터 이득을 얻는 사업자들이며 소비자들은 당연히 이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 과거 90년대에 있었던 나이키 사에 대한 불매운동도 전세계적으로 아무런 법적 문제없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운동의 궁극적 대상은 제3세계에서 아동노동을 착취하는 생산자들이었지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에 자신의 상표만을 붙여 유통한 나이키 사가 아니었습니다. 즉 검찰측 논리를 따르자면 ‘2차불매운동’이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나이키 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당연히 허용된 소비자의 권리행사로서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특정 일간신문의 논조에 반대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볼 때 그 신문 광고주들은, 아동노동 착취에 반대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볼 때 나이키 사와, 동격이며 공히 불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평화적인 소비자불매운동이 ‘2차’라고 해서 처벌당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2차불매’ 형태의 소비자불매운동에 법적 책임을 지운 사례들을 영장신청서에서 언급하였지만 이것은 허위사실유포에 가깝습니다. 이 사례들에서는 폭력행위가 있다거나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공갈’과 같은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물은 것이지 2차불매행위라서가 아닙니다. 검찰의 주장에 관한 한 네티즌의 말을 빌자면 “미국에서는 썩은 계란을 팔면 불법이다”라는 말에서 “썩은”을 삭제하고 “미국에서는 계란을 팔면 불법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입니다. 시민단체들은 검찰이 소개한 사례들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 정정보도 청구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입니다.


구매전화가 폭주하면 적법하고 항의전화가 폭주하면 ‘위력’이라는 주장은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검찰은 이제 “2차불매운동”이라서가 아니라 "외국의 사례와는 무관하게" 피고인들이 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바꾸었습니다. 즉 몇몇 광고주들이 주문전화번호를 통해 광고중단요청 전화를 너무 많이 받게 되어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며 이와 같은 항의전화의 폭주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들의 전화번호에 물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전화를 하는 것은 한꺼번에 몰려 업무가 바빠져도 허용되고 그 회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 위한 전화가 몰리면 ‘위력’이 된다는 주장과 다름아니며 이 주장은 어느 나라의 법원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처리하는 것은 업무가 아니라는 말 밖에 되지 않으며 소비자 운동을 그 근본에서 부정하는 결과로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다시 “항의를 하더라도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하면 위법하다”라고 하고 있으나 적은 수의 소비자들이 항의전화를 이따금씩 하면 ‘위력’을 형성하지 않으므로 적법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동참하여 불매의사를 고지하면 ‘위력’이 형성된다면, ‘효과적인 소비자운동은 모두 불법’이라는 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검사의 주장은 현대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부여된 소비자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을 부인하는 것이며 ‘위력’의 법적 개념과도 합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피고인들은 단순한 표현행위에 대해 재판받고 있습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의 피고인들이 실제로 불매운동을 벌였다고 해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을 올리거나 광고주들의 전화번호를 올렸다고 해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매운동 주창자들이 말이나 글, 피켓팅 등의 평화적 설득 수단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동참하도록 호소, 권유하였다면,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설득되어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지더라도 위법하지 않으며, 그 결과로 업체의 입반적 영업권 등이 방해 받더라도 이는 정당한 소비자 활동으로부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그 자체에 내재하는 위험이므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판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표현(speech)과 행위(action) 간의 구분을 무분별하게 넘나드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보장을 거의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행위의 자유와는 달리 명시적으로 보호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표현행위에 대해 처벌이 이루어질 때는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불법행위를 촉구하는 주장이 실제로 심대한 불법행위를 발생시킬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 주장 자체를 처벌할 수 없다는 원리를 확립하였습니다. 검찰은 이에 ‘공모하여 업무를 마비시켰다’고 하며 공동정범이론을 적용하려 하고 있으나 헌법적 원칙의 한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실제로 공동정범이론이 낯선 사람들 사이에 그리고 아무런 경제적 이해관계나 기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이처럼 공개적으로 어떤 행위를 독려하거나 제안하는 표현을 처벌하기 위해 적용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물론 더욱 명백한 것은 피고인들이나 전화를 한 소비자들 사이에는 아무런 공모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피고인들은 소비자 불매운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호소, 권유, 촉구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데 불과합니다.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소비자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어디에서도 불법으로 인정되지 않는 소비자불매운동을, 그것도 직접 행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행하도록 평화적으로 호소, 권유, 촉구한 것을 공모공동정범이론에 의율하여 유죄판결을 받도록 한다면, 우리나라 헌법이 담고 있는 죄형법정주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소비자권리,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적 가치를 침해함은 물론 유엔 시민적 정치적권리에 관한 협약을 포함하는 국제적인 인권기준까지 위반한다는 의견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부디 사법부에서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려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2009년 1월 20일

 

 

 

이하 탄원인 (가나다순)

 

강성명 변호사

강영철 교수 (단국대학교 법학)

곽병선 교수 (군산대학교 법학)

곽상진 교수 (경상대학교 법학)

구인호 변호사

권정순 변호사 (권정순 법률사무소)

김기중 변호사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김남근 변호사 (부평종합법률사무소)

김대정 교수 (중앙대학교 법학)

김두진 교수 (부경대학교 법학)

김명연 교수 (상지대학교 법학)

김명철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김보라미 변호사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김순덕 변호사 (화연법률사무소)

김승환 교수 (전북대학교 법학)

김제완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

김종서 교수 (배재대학교 법학)

김종천 변호사 (법무법인 태웅)

김준엽 변호사

김창록 교수 (경북대학교 법학)

김탁환 변호사

김현수 변호사 (법률사무소 밀알)

김형태 변호사 (법무법인 덕수)

김홍영 교수 (성균관대학교 법학)

나윤주 변호사 (대한 법무법인)

노경래 변호사

박경준 변호사 (법무법인 국민)

박구진 변호사

박병도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

박성하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박주민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박홍규 교수 (영남대학교 법학)

서경석 교수 (인하대학교 법학)

서동용 변호사

서보학 교수 (경희대학교 법학)

서선영 변호사

신용호 교수 (전주대학교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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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완 교수 (울산대학교 법학)

오병두 교수 (홍익대학교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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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철 교수 (한남대학교 법학)

이경권 변호사 (법무법인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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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승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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