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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호 2007년 5월 : 인터넷, 수갑차고 체포되다 : 특집 >>

비밀은 보관하지 않는 것이 보호하는 것이다

글쓴이 : 시아  
영화 [이퀼리브리엄]에서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전쟁의 근원으로 규정된 ‘인간의 감정’은 국가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된다. 국민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킬 음악 듣기, 책 읽기 등은 허락되지 않으며, 심지어는 감정을 없애는 약물까지 의무적으로 매일 투약해야 한다.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인류의 지속을 위해서라면 이 예방책은 정당한 것인가?

영화 [이퀼리브리엄]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치정 범죄’라는 것도 있고, ‘원한 살인’이라는 것도 있다. 이것이 감정이 불러일으키는 범죄임은, 그 이름에서부터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러한 범죄들을 막고자 인간의 감정을 말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지는 않는다. 제아무리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의 ‘느낄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범죄 예방 혹은, 수사의 효율을 근거로 또 다른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소통의 자유를 국가가 앗아갈 수 있는가?

현대 사회에서 소통의 자유는 즉 통신의 자유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통신의 자유가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최근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 중인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개정안’대로라면 말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휴대전화 감청 장비를 갖춰야 하고, 개인의 인터넷 로그기록 또한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이렇게 개인의 통신에 대한 정보들이 통신사업자에 의해 감시되고 보관되었다가 수사기관이 요청할 때 제공된다.


특히 인터넷 로그기록은 개인이 언제, 어디서, 어떤 사이트에 드나들었는지, 어떤 게시판에 글을 썼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로그기록의 일부인 IP주소를 알면 어떤 사람이 지금 어느 동네 PC방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즉, 로그기록은 온라인상의 사생활인 셈인데, 모든 국민의 사생활이 언제든 수사에 쓰일 수 있도록, 1년이나 보관되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은 ‘잠재적 범죄자’이고, 그들의 통신기록은 ‘잠재적 범죄기록’이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국민의 키보드에 족쇄가 채워지면, ‘자유로운 소통의 인터넷’이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것이다.


당신의 인터넷 사생활이 1년간 저장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 로그기록이라는 것은 서버 운영자의 설정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진다. 또한,서버에 있는 편집기(윈도우의 메모장 정도 수준)만 다룰 줄 알아도, 간단한 조작으로 특정 부분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조작되었다는 흔적도 남기지 않을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각 사업자가 수사기록으로 제출하는 로그기록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수사를 위해 인터넷 로그 기록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로그기록을 강제 저장하는 것은 수사에 도움을 주기 보다 국민의 통신의 자유를 통제하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누적된 로그기록은 개인정보의 창고가 되어, 그 정보를 노리는 약탈자들의 훌륭한 먹잇감이 되어버릴 것이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은 불건전한 사이트나 부적절한 사이트에 알아서 드나들지 않는 게 좋겠다. 혹시라도 주소를 잘못 쳐서 그러한 곳에 접속하는 일이 없도록 인터넷 이용시 항상 긴장해야 한다.(주의: ‘불건전한’, ‘부적절한’과 같은 단어의 의미는 국가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항상 달라질 수 있다.) 실수로 한 접속이라 하더라도, 로그기록은 당신을 수사 대상으로 만들 수 있고, 앞으로의 인터넷 사용은 감시당하게 될 것이다.


이미 네이버 등 유명 포털 사이트는 주민등록번호를 토대로 한 실명 로그인을 하도록 해 왔음에도, 올 7월부터 더욱 철저한 ‘포털의 실명제’가 시행된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엔 ‘선거 시기 실명제’라는 것이 실시된다. 선거 시기에 글을 쓰려면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저장된 당신의 로그기록과 실명제의 주민등록번호가 결합하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 글을 썼는지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돈 문제?)이다. 이렇게 국가 권력은 시민의 자율성으로 꾸려져 온 인터넷마저 손아귀에 넣어, 통신의 자유를, 단지 ‘접속할 수 있는 자유’로 바꿔버리려 한다. 통비법이 개정되면 ‘네티즌’이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과 수사대상이 되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게시물을 작성하는, 용기 있는 소수를 가리키는 말이 될 것이다.


혹시, 악플러들도 같이 줄어들 테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글을 참고하시라. 악플러가 다수인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솔직한 글이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면, 댓글을 달 곳은 어디인가? 게시판 글쓰기를 통한 활발한 토론과 담론의 생산이 멈추는 것은 곧 인터넷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인터넷의 시체 위에서 예전 글을 클릭하는 것 외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본래 일사천리로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될 예정이었던 이 법안은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활동에 힘입어 일단 6월에 열릴 다음 회기로 넘어갔다. 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해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고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통비법 독소조항을 삭제하기 위한 반대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비밀은 오래, 쌓아둘수록 위험해진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왜 통신비밀‘보관’법으로 개정되려고 하는가? 통신기록은 개인의 삶의 일부인데, 타인이 그것을 훔쳐보며, 훔칠 수 있게 만든다면 개인의 삶 역시 위축될 것이다. 우리의 통신의 자유를 국가에 넘겨줄 수 있는가? 범죄 수사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통비법 개정은 그 자체로 국가가 국민에게 행하는 범죄이며, 새 법은 국가 범죄의 또 다른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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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 :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http://blog.jinbo.net/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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